트레이드 소감
기사 나기 일주일 전부터 소문을 듣고 있었다. 혹시나 했는데 트레이드가 된 것에 대해서는 아무렇지 않다. 삼성에서 LG로 갈 때 큰 충격을 받았다. 이번에는 두 번째라서 그 충격이 덜하다. 시원섭섭하지 않고, 아쉬움만 남아 있다.
요즘은 구단이 선수에게 트레이드 의사 물어본다.
이번 트레이드도 마찬가지로 큰 틀은 양팀이 결정한 뒤 진행한 거라서 제가 바꿀 수 없었다. 양팀의 이해 관계가 맞아떨어져서 진행했다. LG는 두경민을, DB는 저를 원했다. 그래서 제가 LG에 남고 싶다고 말하고 싶지 않았다.
DB로 가게 되었다.
LG는 정규리그 2위를 했는데 DB는 1위를 했다. 로슨 선수가 계약이 되지 않았지만, 그 외 국내선수들이 LG보다 훨씬 더 좋다. 진짜 제 바람대로 선수 생활 중 우승할 기회가 남아 있다. DB를 가서 어떤 역할을 맡고, DB에서 어떤 생각으로 저를 데려가는지 모르지만, 항상 하던 대로 하면 괜찮을 거다.
DB에서 해줘야 할 역할
상대팀 에이스를 막는 역할을 좋아하고, 수비에서는 리그에서 손에 꼽히는 선수라고 생각한다. 그 부분을 가장 먼저 보여줘야 한다. LG에서는 저를 분위기를 바꾸는 게임체인저 역할로 활용했는데 DB에서도 그런 역할을 원하실 수 있다. LG에서도 선수라면 감독이 원하는 역할을 할 수 있어야 한다고 인터뷰를 항상 했다. 선수라면 그 역할을 받아들이고 수행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맡은 바 이상으로 잘 할 자신이 있다.
이제는 LG 만나면 불타오르는 건가?
많은 분들이 아시다시피 LG에서 삼성을 대했던 것처럼 DB 가서 LG를 상대하게 될 거다. 유기상, 양준석에게 이미 선전포고를 했다. 그 선수들이 저를 더 잘 안다. 제가 삼성을 대할 때 어떤 마음이었고, 얼마나 잘 하고 싶었는지 알 거다. 제가 팀을 옮겨서 어떻게 대할 건지 알 거다. 코트 밖에서는 친한 동생이고, 친구지만 코트 안에서는 인사도 안 하는 건 선수들이 더 잘 알아서(웃음) 하던 대로 하겠다.
LG 팬들과 DB 팬들에게 한 마디씩 해달라.
LG에서 제일 아쉬웠던 기억은 이재도와 제가 같이 와서 6강 플레이오프 진출에 실패한 뒤 2시즌 연속 2위를 했다. 원하는 목표(우승)를 달성하지 못했다. 팀에서 많은 연봉을 주는 건 팀 성적을 위해서다.
삼성에서 우승을 못 하면 실패했던 시즌이라고 항상 생각했다. 그런데 이번 시즌에는 (4강 플레이오프) 5차전에서 지고 아쉽게 끝나면서 속상하기는 했다. 구탕과 커닝햄 선수가 엄청 울고, 팬들은 괜찮다며 힘내라고 응원하시는 모습을 보고, 이게 우승을 하고 샴페인을 터트려야만 농구 인생이 성공한 게 아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모두가 좋은 결과를 위해 힘든 과정을 거치면서 결과는 좋지 못했지만, 과정이 아름다웠기에 이번 마지막 LG에서 보낸 시즌이 실패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지금 드는 생각은 재도도 가고, 저도 가고, 정희재도 가고, 임동섭도 가고, 고참 선수들이 모두 떠나니까 마치 이 성적에 대한 책임을 우리가 지고 다른 팀에 가는 걸로 보여지니까 제가 생각했던 이번 시즌과 구단에서 생각했던 시즌이 다르다는 게 느껴져서 기쁘지 좋지 않다. (4강 플레이오프) 5차전 마지막 경기에서 (코트) 밖에서 패배를 지켜보고 있었다. 그 부분이 제 스스로 너무 화가 나고 아쉽다.
창원에서 제 전성기를 뛸 수 있게 응원해주신 팬들께 미안하다. 그 외 저에게 주어진 바를 위해 최선을 다했다. 어떻게든 감독님과 구단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서 최선을 다해서 후회는 없다.
DB 팬들에게도 한 마디 해달라.
DB 팬들도 열정적인 걸로 안다. 사실 무섭다(웃음). 팀을 옮긴다는 게 정말 쉬운 건 아니다. 많은 분들께서 방송에도 나오니까 농구에 소홀한 게 아닌가 우려 섞인 시선이 많은 것도 안다. 저를 잘 아는 사람들은 아직도 진심이고, 한 번도 소홀히 생각한 적이 없으니까 걱정하지 않으셔도 된다. 초록색 유니폼이 어울릴지 모르지만, 항상 더 열심히 최선을 다하겠다는 것보다 항상 하던 대로 열심히 해서 DB에서 활력소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잘 하겠다.
https://m.sports.naver.com/basketball/article/065/00002634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