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는 앞서 언급한 송교창, 최준용이 거기에 해당된다. 송교창은 신장은 크지만 어지간한 가드 수준으로 뛰고 달릴 수 있으며 운동신경도 좋다. 당연히 공수에서 위력적일 수밖에 없다. 거기에 최준용은 넓은 시야를 바탕으로 리딩, 패싱게임이 되는지라 상황에 따라 1번 포지션까지 가능하다. 그런 유니크한 플레이어가 둘다 KCC에서 뛰고있는 것이다.거기에 라건아는 KCC 이적후 최고의 컨디션으로 플레이오프에 임했으며 알리제 존슨(28·201cm) 또한 어지간한 1옵션 외국인선수 못지않은 기량의 소유자다. 약점인 앞선수비를 지워버린 캐나다 필리핀 이중국적의 포인트가드 제프리 에피스톨라(27‧180cm)의 존재도 엄청난 변수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실질적으로 KCC에서 가장 무서운 토종 옵션은 빅윙라인이었으며 허훈과 맞대결하는 상대도 에피스톨라였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허웅이 엄청난 인기스타임은 맞지만 송교창, 최준용 등을 제치고 간판구도로 나서는게 어울리지 않는다는 의견도 있었다. 과거 1990년대 연세대학교 농구부로 따지면 서장훈, 이상민, 문경은을 제치고 우지원이 전면에 서는 그림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프로스포츠에서 스토리의 중요성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흥행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다. 허웅의 인기도 인기지만 챔피언결정전 형제대결은 그냥 넘어갈 수 없는 강력한 타이틀이다. 기대에 걸맞게 결과도 좋았다. 비록 준우승에 그치고 말았지만 동생 허훈은 충분히 클라스를 증명했다.
사실 올시즌 허훈에 대한 평가는 적지않게 떨어져있었다. 크고 작은 부상이 겹치며 몸상태가 정상이 아니었고 컨디션도 좋지않았던지라 경기력 자체가 예전같지 않았다. 챔피언결정전에 나설 때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스타는 큰 경기에서 빛을 발한다고 허훈은 가장 중요한 순간에 이를 악물었다.
골리앗 KCC를 맞아 그야말로 고군분투하며 5경기 평균 26.6득점 6어시스트를 기록했다. 감기몸살에도 불구하고 링거투혼까지 보이며 2차전부터 마지막 5차전까지 40분 풀타임을 소화하는 모습에 동료들은 물론 KCC선수들과 전창진 감독마저 찬사를 보냈다. 1997~98시즌 당시 부상투혼을 보였던 부친 허재를 연상시키는 활약이었다. 비록 팀은 준우승에 그쳤지만 양팀 통틀어 가장 빛났던 토종 선수는 단연 허훈이라고 할 수 있었다.
선수로서의 스포트라이트는 동생 허훈이 더 받았지만 마지막에 웃은 것은 형 허훈이었다. 챔피언결정전 평균 18.8득점, 5.4어시스트를 기록하며 MVP까지 받았다. 송교창, 최준용, 이승현 등의 우산효과라는 혹평도 있지만 좋은 전력을 활용해 자신의 플레이를 잘 펼친 것은 분명 허웅 본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