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의 성적이 좋든, 나쁘든 부산 팬들에게 있어 사직구장은 당연히 찾아야 할 곳이었고 도심 속 랜드마크다. 그만큼 부산은 곧 롯데였고 이러한 세월이 수십년간 흘렀다.
그러나 2024년 들어 천천히 변화하고 있다. 부산은 곧 야구라는 공식이 천천히 깨지고 있다. 바로 부산 KCC로부터 시작된 변화다.
취재를 위해 부산을 찾을 때면 종종 택시를 이용할 때가 있다. 택시 기사에게 사직을 이야기하면 모두 “오늘 롯데 경기 있습니까”라는 질문이 돌아왔다. 그런데 2024년 들어 찾은 부산에선 “오늘 KCC 경기 있습니까”라는 물음이 더 많아지고 있다.더불어 롯데 유니폼만큼 현재 부산에서 자주 보이는 것이 KCC의 플레이오프 기념 티셔츠다. 아직 롯데의 지배력을 완전히 지워냈다고 보기는 힘들지만 ‘구도’ 부산에서 농구가 조금씩 영향력을 보이고 있다는 건 대단한 일이다.
부산사직체육관에서 열린 챔피언결정전 3, 4차전 역시 ‘흥행 대박’이었다. 3차전 1만 496명, 4차전 1만 1271명이 경기장을 찾았다. 무려 12년 만의 대기록, 그리고 부산에서도 야구가 아닌 농구가 힘을 낼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한 순간이었다. 특히 부산사직체육관에서 울려 퍼진 ‘부산 갈매기’는 사직구장과 다른 느낌의 울림, 그리고 감동을 전했다.
더욱 놀라운 건 롯데만을 사랑했던 팬들이 천천히 KCC에 대해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롯데 유니폼을 입은 많은 팬이 부산사직체육관을 찾았다. 야구에 죽고 사는 롯데 팬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는 건 그만큼 큰 의미가 있다.
전창진 KCC 감독은 “과거 1만명 이상이 모인 챔피언결정전을 경험해봤으나 그때는 잠실 중립경기였다. 지금은 우리의 홈에서 1만 명 이상이 모인 것이다. 부산은 이런 곳이다. 성적이 좋으면 많은 분이 와주신다. 성과를 낸다면 다음 정규리그 때도 많이 와주실 거라고 생각한다”고 이야기했다.
그러면서 “부산에 야구만이 아닌 농구도 있다는 자긍심을 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우리 KCC의 역할이다. 그게 가능하다면 다른 구단도 부러워하며 관중 동원을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다. 그런 과정을 통해 KBL도 발전할 수 있다. 지난 시즌 ‘감동 소노’로 많은 팬이 고양에 모였듯 우리는 과감한 투자, 스타 플레이어들을 모아 성과를 내면서 팬들을 불러 모으고 있다. KCC가 잘해서 KBL 구단들에 좋은 예가 되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역시 성적이 최고의 홍보 마케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