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CC는 올시즌을 앞두고 호화전력을 구축하며 '슈퍼팀'으로 불릴 만큼 우승후보로 기대를 모았으나, 정작 주축 선수들의 연이은 부상과 조직력 난조로 이름값에는 다소 못 미치는 성적을 거두고 있다. 현재도 포워드진의 핵심전력인 송교창과 최준용이 모두 이탈하며 가용자원이 부족한 데다가, 이승현과 라건아도 전성기에서 기량이 내려오고 있는 상태였다.
허웅은 팀 동료들이 들쭉날쭉한 상황에서도 올시즌 KCC를 그나마 지탱하게 해준 핵심선수다. 허웅은 올시즌 45경기 전 게임에 출장하며 팀 내 최다인 15.9점(전체 11위, 국내 3위) 3점슛 2.7개(2위), 3점슛 성공률 36.9%를 기록하며 KCC를 6강플레이오프 안정권으로 이끌었다.
허웅은 단지 이날의 승리만이 아니라 최근 흔들리던 KCC의 팀분위기를 되살리는 데도 '게임체인저'로 크게 기여했다. KCC는 지난 3일 라이벌 SK와의 경기에서 졸전 끝에 21점 차(69-90)로 충격적인 완패를 당한 데다 최준용과 송교창의 연이은 부상 소식까지 겹치며 팀 분위기가 매우 좋지 않은 상황이었다.
경기 후 허웅은 전창진 감독에게 직접 면담을 요청하며 팀의 방향성에 대한 이야기를 나눈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서 허웅은 그동안 고집해온 느린 템포의 수비농구를 버리고 얼리 오펜스 위주의 공격농구를 제안했다고 한다.
선수가 감독을 찾아가 전략-전술에 대하여 자기 주장을 펼치는 모습은 감독의 권위가 강한 국내 농구계에서는 쉽게 찾아보기 어려운 장면이다. 자칫 감독의 영역을 침범한다는 오해를 살 수 있을뿐더러, 하물며 전창진 감독은 KBL에서 가장 엄격한 호랑이 감독이자 고전적인 수비농구의 신봉자로 유명한 지도자다.
하지만 놀랍게도 전창진 감독은 선수의 제안을 기꺼이 수용했다. 두 사람은 면담 내용까지 언론에 모두 공개하며 KBL에서도 감독-선수간 팀의 발전을 위한 수평적인 소통이 얼마든지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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