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문 링크
https://news.joins.com/article/7354099
지금은 감독으로 명성을 이어가는 허재의 현역 시절 별명은 ‘농구천재’다. 솔직히 농구기자를 하기 전까지 허재에 대한 최상급의 찬사를 한국 언론 특유의 허풍이라며 못마땅하게 생각했던 게 사실이다.
그런데 농구기자 2년차였던 1995년 허재의 진가를 인정할 수밖에 없었던 경기를 목격했다. 말레이시아에서 열린 아시아클럽선수권이었다. 당시 한국은 프로 출범 전이었고 국내 최강인 기아자동차가 아시아클럽 챔피언들이 참가한 그 대회에 출전했다.
기아는 허재와 강동희 김유택을 일컫는 ‘허동택 트리오’가 버티고 있었지만 아시아클럽선수권에 출전한 다른 팀들은 미국 용병들이 두세 명씩 뛰는 팀이었다. 탈아시아 전력이었던 것이다.
현지에서는 기아가 예선탈락할 것이라고 보는 눈치였다. 그러나 기아도 한국 챔피언의 자존심이 있는 팀이었다. 예선리그를 거치면서 서서히 기아를 주목하는 분위기였다. 준결승에서 만난 상대는 필리핀 클럽. 그런데 우습게도 필리핀은 3개 클럽 선수들이 연합한 팀이었다.
자신들을 후원한 스폰서를 위해 급조된 팀이었다. 어떻게 출전 자격을 얻을 수 있었는지는 지금도 의문이지만(아마 대회 스폰서와 특별한 관계였던것 같다) 당연히 필리핀연합팀은 최강 전력이었다. 특히 필리핀의 '마이클 조던'이라 불리던 미국 용병(필리핀 리그에서 수년 간 MVP를 차지했다)은 조던과 유사한 체구에 발군의 플레이를 자랑했다.
솔직히 기아의 완패를 예감했다. 그러나 허재를 과소평가한 게 잘못이었다. 그에겐 상대가 강할수록 타오르는 오기와 투혼이 있었다.
도저히 각도가 나오지 않는 상황에서의 더블클러치, 유연한 물고기처럼 상대수비수들을 허수아비로 만드는 360도 회전드리블, 어안(魚眼)렌즈와도 같은 코트비전, 던지는대로 들어가는 3점포, 그야말로 눈부셨다.
필리핀 선수들이 허재를 막는 방법은 오직 파울밖에 없었다. 허재를 전담수비하던 선수들이 무려 3명이 5반칙으로 나가고 또 한 명의 선수가 파울트러블(4파울)에 몰렸다면 믿을 수 있겠는가.
필리핀의 마이클 조던도 역시나 대단했다. 두 선수의 플레이는 명불허전, 용호상박, 가히 환상의 대결이었다. 그러나 같은 값이면 조던 닮은 용병보다는 한국인 허재가 돋보인 게 사실이다.
허재의 신들린 활약에도 불구하고 기아는 어쩔수 없는 전력 차이로 분패했다. 관중들은 자신을 향해 기립박수를 보냈지만 허재는 경기에서 진 것이 못내 분한 표정이었다.
그런데 종료 직후 깜짝 해프닝이 벌어졌다. 필리핀 선수들이 허재에게 달려가는 게 아닌가. 기자석에서 벌떡 일어났다. 경기에서 농락(?)당한 게 화가 나서 집단몰매라도 가하는 걸로 알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웬걸, 필리핀 선수들은 허재에게 사인을 요청하고 기념사진을 찍고 마치 연예스타를 둘러싼 팬들처럼 호들갑을 떠는 게 아닌가. 지금까지 필자는 경기장에서 선수들이 상대 선수에게 사인을 요청하고 시진을 찍는 소동을 벌였다는 소리를 듣도보도 못했다. 허재도 어리둥절한 듯 어색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코트를 빠져나오는데 박인규 코치가 말을 건넸다. “허재가 1년에 한번 미친 농구를 하는데요. 오늘이 바로 그날이에요.” 진짜 강한 상대를 만나야 진면목을 발휘한다는 허재. 농구기자 2년차만에 허재의 미친(?) 경기를 본 건 행운이었다. 그날 이후 필자는 ‘농구천재’ 허재라는 표현에 전혀 이의를 달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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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에서 하고 싶은 얘기는 퍼 온 부분에서 뒤에 있는
한국 선수들이 nba에 도전해 봤으면 좋겠다는 얘기지만, 앞부분만 퍼 옴.
지금 같은 시대면 어떻게든 영상이 남아있을텐데, 없어서 아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