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바오’가 생후 4개월이던 2020년 10월. 경기 용인 에버랜드의 판다월드 내실에서 ‘푸바오 할부지’로 불리는 강철원 사육사가 푸바오를 안고 있는 모습. /강철원 사육사 제공
중국 반환을 앞둔 경기 용인 에버랜드의 자이언트 판다 ‘푸바오’는 3일까지만 공개된다. 에버랜드엔 푸바오를 마지막으로 보려는 관람객이 몰리고 있다. 대기 시간만 6시간이 걸린다고 한다. 푸바오를 길렀던 사육사 강철원(55)씨는 “‘용인 푸씨’로서 어디에 있든 고향이 한국임을 기억해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강씨는 본지와 만나 “어릴 적 함께 지냈던 할부지를 아주 조금만 생각해달라”며 이같이 말했다. 강씨는 ‘푸바오 할아버지’라는 의미에서 ‘강바오’로 불리기도 했다. 그는 최근 푸바오와의 추억이 담긴 ‘나는 행복한 푸바오 할부지입니다’를 출간했다.
37년 차 사육사인 강씨는 하루도 동물에 대한 기록을 거르지 않았다고 한다. 말이 통하지 않는 동물의 상태를 관찰과 기록으로 이해해야 하기 때문이다. 강씨는 “특히 야생동물은 반려동물과 달리 가까이 접근하기 어렵기 때문에 관찰을 얼마나 잘하고, 이를 꼼꼼히 기록하는 게 동물을 이해할 수 있는 밑거름이 된다”며 “동물에 대한 기록이 쌓이면 개별 동물에도 스토리와 서사가 쌓인다”고 했다. 이런 기록을 바탕으로 푸바오 관련 책도 출간했다고 한다.
강씨는 “속담에 ‘짐승만도 못한 사람’이라는 말이 있는데, 오랜 기간 동물을 지켜보니 동물사나 인간사나 자연의 원리 속에서 함께 움직이는 것 같았다”고 했다. 그는 “하얀색과 검은색, 두 가지 색으로만 그림을 그리면 이렇게 아름다울 수 있을까”라며 “흑백만 가지고 귀여울 수도 있고, 100kg가 넘는 육중한 몸으로도 나무를 손쉽게 타거나, 맹수의 신체 구조인데 초식동물인 판다는 알면 알수록 무궁무진한 매력이 있는 동물”이라고 했다.
강씨는 “사육사들끼리는 동물들을 위한 요리, 방사장 수리·보수, 대나무 재배, 조경 등 각종 일을 해야 해서 46가지 직업을 가진 사람 같다는 이야기를 한다”며 “귀여운 동물들과 교감하고 함께하는 순간에 매료돼 사육사를 꿈꾸는 사람들도 있는데, 동물을 위해 자신이 생각했던 것보다 끈기 있게, 좀 더 오래 희생하고 시간을 투자해야 하는 직업”이라고 했다.
강씨는 최근 푸바오를 중국에 보낼 준비로 바쁘다. 중국에 간 푸바오가 낯선 언어에 당황하지 않도록 중국어를 섞어가며 푸바오와 소통한다고 한다. 강씨는 “사실 저보다는 공동 육아를 하다시피 판다를 오랜 시간 좋아한 팬분들이 더 걱정”이라며 “제가 슬퍼하는 모습을 보이면 더 슬퍼하실까 봐 밝게 지내고 있다”고 했다. 그는 “이별에 대한 생각을 지금 이 시점에선 최대한 안 하려 하지만, 중국에서 푸바오를 맡게 될 사육사에게 푸바오에 대한 정보를 전달해 주는 편지를 쓸 땐 솔직히 나도 모르게 감정이 북받쳐 오르기도 했다”고 했다.
강씨는 편지에 “우리 푸바오는 가을에 쌓인 낙엽을 좋아하고, 겨울에는 쌓인 눈에서 뒹굴고 노는 걸 좋아한다”며 “유채꽃들 향기를 맡는 것도 참 좋아한다”고 적었다고 한다. 그는 “그곳에서 할부지 생각도 안 날 정도로 행복하게 지내길 바란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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