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어짐은 언제나 쉽지 않지만, 사육사로 일하면서 이별에 대처하는 자세를 야생동물로부터 많이 배운다. 어쩌면 우리는 푸바오를 독립시킨 아이바오에게 그것을 배워야 하는지도 모르겠다. 푸바오의 독립 이후, 모녀는 각각 온전한 독립체로서 자기의 생을 묵묵히 살아가고 있다. 헤어짐은 각자에게 곧 새로운 시작이기에 그들은 그 헤어짐을 묵묵히 받아들였다. 푸바오의 다음 단계를 응원하는 우리와 푸바오의 이별은, 아이바오와 푸바오의 이별 같아야 할지도 모르겠다.
판다는 4세 이상이 되면 성 성숙이 이루어진다. 판다는 봄에 이성과 아주 짧은 만남을 가지는데, 이전 겨울부터 이를 위한 준비를 시작한다. 수컷이 먼저 활동 영역을 넓히면서 체취를 나무와 바위 등에 남긴다. 어른이 된 암컷 판다가 이 수컷 판다의 메시지를 수신하게 되면 자극을 받고 활동량과 범위가 증가한다. 서로의 상태를 알고 자신이 해야 할 일을 서서히 깨닫게 되는 것이다. 이런 동기화 활동은 다음해 봄 암수의 만남 직전까지 차근차근 세밀하게 이루어진다. 우리의 푸바오는 엄마인 아이바오가 그랬듯 4세가 되기 이전 겨울부터 이러한 행동 양상을 보였다. 사계의 변화에 맞추어 묵묵히 해야 할 일들을 해내고 있는 것이다. 이런 이유로 푸바오도 4세가 되기 전에 중국으로 가서 이성을 만나고 행복한 ‘판생’(판다+인생)을 살아야 한다.
푸바오와 우리 모두에게 2024년 새해가 밝았다. 올해는 바오패밀리에게 또 다른 특별한 새해가 될 것이다. 푸바오와 함께하는 행복한 이야기의 클라이맥스와 피날레가 다가오고 있기 때문이다 ‘푸덕이’(푸바오+덕후)들이 걱정이다. 헤어짐이 쉽지 않을 것이다. 푸바오에게 진심이었던 만큼 슬플 것이다. 하지만 항상 값지고 귀중한 것들은 어렵고 힘들게, 운명처럼 다가온다. 푸덕이들이 슬픔과 두려움 때문에 그간 푸바오와 함께 써 왔던 소중한 이야기책을 덮어 버리지 않길 바란다. 어려운 순간을 가족이 하나가 되어 헤쳐 나가는 것처럼. 앞으로 더 넓은 곳에서 더 크게 펼쳐질 푸바오의 찬란한 판생을 위해 ‘바오패밀리’는 이제 하나가 되어야 한다. 준비되지 않은 상황에서 어쩔 수 없이 이별을 맞이하기보다는 미리 서로 인사를 나누고 헤어지는 아름다운 작별의 시간을 나누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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