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음악가에게 요구되는 태도는 완벽주의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보다는 ‘명확한 방향성’이야말로 뮤지션이 갖춰야 할 첫 번째 덕목이다. 쇼펜하우어의 다음 가르침은 어쩌면 음악에서도 유효하다. “좋은 문체의 사실상 유일한 조건은 할 말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백현은 자신이 하고 싶은 바를 분명하게 인지하고 있는 뮤지션이다. 5월 발매된 <Essence of Reverie>가 증명한다
언제나 그랬다. 돌이켜보면 백현이 천착해 온 음악적인 지향은 항상 알앤비라는 자장 안에서 운동했다. 이를테면 알앤비는 백현 음악 세계의 구심력이다. 그것을 더 세련되게 마감하든, 서정적으로 풀어나가든 그는 결코 알앤비의 울타리를 함부로 벗어나지 않는다. 이렇게 말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는 자신이 느낀 감정을 일정한 대역으로 통합해서 풀어낼 줄 안다. 타고난 스타일리스트여야만 비로소 해낼 수 있을 음악이다.
그리고 재능. 우리는 재능이라는 것을 오해하는 경향이 있다. 자신이 잘할 수 있는 게 무엇인지를 정확하게 인식할 줄 아는 것도 재능이다. 증거는 명확하다. 보도자료에 쓰여 있는 곡 소개마다 거의 빼놓지 않고 등장하는 단어가 딱 하나 있다. 바로 알앤비다.
백현의 <Essence of Reverie>는 익숙한 장르의 틀 안에서 움직이면서도 매혹적으로 어긋날 줄 아는 음반이다. 기실 <Essence of Reverie>만이 아닌, 알앤비에 바탕을 둔 백현의 경력 전체가 그러하다. 발 딛고 서 있는 자리는 언제나 변함 없으되, 그의 시야는 넓어지고 사정거리는 길어질 것이다.
https://x.com/rollingstonekor/status/1949759670329188437
https://x.com/rollingstonekor/status/1949759753514782836
🔗 https://rollingstone.co.kr/music/music-review/2265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