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은지 '혜화'
마노
세 장의 미니앨범을 통해 정은지가 여태껏 보여온 음악적 세계에는 “80년대, 멀리 보면 70년대까지도 아우를 수 있을 것 같은” ‘올드함’이 그 기저에 있었다고 생각한다. 지금까지는 다소 나쁜 의미, 이를테면 ‘촌스러움’과 동의어였다고 하면, 이번에 정은지가 가져온 신보는 ‘정감 있는’, ‘그리운’, ‘클래식한’ 느낌으로서의 ‘올드함’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마치 골목길 코너를 오래도록 지켜온 노포를 우연히 발견한 것만 같은 안정감과 반가움을 앨범 전체에서 느낄 수 있다. 모든 곡의 크레딧에 이름을 올리고 있는데, 직접 프로듀싱에 참여했다는 점이 ‘진정성’을 담보해주는 것은 아닐지 모르나 앨범 안팎의 온도 차와 간극을 줄이는 데는 확실히 큰 기여를 하지 않았나 싶다. 지금까지는 특유의 따스한 음색에 곡의 온도까지 높아서 앨범 내내 답답함을 감출 수 없었다면, 이번 미니앨범은 곳곳에서 언뜻 스쳐 가는 서늘한 공기가 적절히 환기를 해주며 정은지의 목소리에 끝까지 집중하여 귀 기울일 수 있게 배려한다. 일상의 소음을 음악의 영역에 가져온 발상과 동화적 상상력이 번뜩이는 가사가 재미있는 ‘상자’, 어른스럽고 블루지한 표정이 돋보이는 ‘신경 쓰여요’는 특히 일청을 권한다.
심댱
“혜화”에 이르러서야 정은지가 드디어 올드하게 들리지 않는다! 어딘가 산뜻한 느낌에 크레딧을 확인해보니 정은지가 전체 프로듀싱에 참여했다고 한다. 비슷한 제목의 ‘혜화동’이 건드리는 정서와 비슷한 듯 다른데, 미니멀한 구성에 정감 어린 그의 목소리가 툭 얹어지니 부담스럽지 않게 다가온다. 발랄한 멜로디에 동화적인 상상이 담긴 ‘상자’와 스물여섯이라는 그의 나이가 느껴지는 ‘신경 쓰여요’에 일청을 권한다. 정은지의 조금은 색다른 모습을 볼 수 있을지도.
조성민
정은지의 가장 큰 무기는 '평범함'이다. 정확히는, 평범한 것처럼 보이는 데에 탁월한 재능을 쏟아붓고, ‘완벽한 평범함’을 연출해낼 수 있는 것이 바로 정은지의 특장점이다. 발군의 가창력을 지니고 있고, 연기력 또한 출중하며, 그 어떤 방면에서도 큰 흠을 잡기 힘들 정도로 뛰어난 재능을 가진 아티스트인데, 정은지는 한 번도 이것을 전략적으로 앞세우거나 과하게 자랑하려고 한 적이 없었고, 오히려 그것들이 보고 듣는 이들을 불편하게 만들까 봐 최대한 편안함을 추구해왔다. 그리고 이런 애티튜트는 정은지라는 아티스트를 고유한 영역에 안정적으로 놓이게 한다. 애써 강렬해지지 않아도 본연의 재능으로써 강렬함을 소구하는 것. 이것은 그토록 화려함을 자랑하는 케이팝 씬 안에서는 아직 정은지밖에 해내지 못한 영역이다. 담담하고 소탈하게, 하지만 똑 부러지게 적어 내려간 가사는 정박자로 떨어지는 리듬 안에서 뚝심 있게 버텨내는 힘을 보여준다. 천하장사 정은지가 슬쩍 건네준 청춘의 배터리.
이거 둥이야ㅕ,,? 나만 지금 봤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