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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퀘어 낭 GQ코리아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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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0.24 1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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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갑자기 스케줄 하나가 취소됐다고요. 행운처럼 생긴 시간에 뭐 했어요? 
엄마랑 동생이랑 브런치 먹으러 갔다 왔어요.

늘어져서 쉴 법도 한데요. 
대부분 그래요. 근데 왠지 모르게 오늘은 꼭 나가야 할 것 같았어요. 요즘 날씨가 너무 좋아서요. 지금이 아니면 더 추워질 것 같으니까요.

어떤 계절을 좋아해요? 
겨울을 완전, 되게, 제일, 좋아해요.

방금 가을을 찬양하는 것 같았는데…. 
그 겨울만의 고독함과 쓸쓸함이 너무 좋아요. 좀 이상하죠 답이?

곧 겨울, 벌써 한 해가 끝나가요. 2018년을 인생 그래프상에 점을 찍는다면, 어떤 굴곡의 어느 지점일 것 같아요? 
제 그래프는…. 사실 한동안 일자로 평평하게 뻗은 상태예요. 막 올라가지도 않고 내려가지도 않고 요즘 평탄한 길을 걷고 있는 것 같아요. 이건 마음먹기에 따라 다른 거잖아요, 그렇죠? 그 전에는 상승곡선 이었겠죠. 그렇다고 아주 가파른 상승곡선은 아니었던 것 같아요. 음, 그래서, 뭐였죠? 질문이? 흐흐.

이미 답을 했어요. 평탄한 곡선을 그리기 시작한 건 언제부터예요? 
작년? 재작년? 아니, 작년 초쯤?

평탄하다는 건 조바심이 없다는 뜻이기도 한가요? 
네. 그건 자신감인 것 같아요. 저 자존감은 되게 높아요. 제 스스로 그걸 느끼고, 보는 사람도 그걸 너무나 잘 알고 있는 것 같아요. 스태프 실장님들도 연예인들 보면 자존감이 낮은 사람들이 되게 많다고 말씀하시는데, 전 좀 다르다고 해주세요. 그동안 자존감은 계속 높았는데, 자신감이 좀 떨어졌던 거죠. 그런데 작년부터 뭔가 개인적인 활동도 많고 내가 하고 싶었던 것, 내가 못 보여줬던 것, 그걸 좀 끄집어낼 수 있는 기회가 많았던 것 같아요. 그래서 음, 그래서 뭐였죠? 질문이 뭐였죠?

자존감이 얼마나 높아요? 
사실 스스로에 대해서 ‘아 나는 못 해, 나는 저거 못 해’라고 생각한 적이 한 번도 없어요. 그래서 뭐 들어오면 ‘이거? 나도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해요. 사실 걱정은 되지만 전 제 자신을 많이 믿었던 것 같아요. 엄마도 그렇게 말씀하세요, 제가 자존감이 높다고. 진짜 중요한 것 같아요, 이 직업을 택한 저의 환경에서요. 자존감이 낮으면 어쨌든 정신적으로도 더 많이 약해지는 것 같고, 난 빨리 뭘 해야 돼, 빨리 돈 더 많이 벌어야 돼…. 그냥 천천히 제 페이스를 유지하면서 가길 원했던 것 같아요. 갑자기 뭔가 확 유명해진다거나 정말 엄청 큰 대중들의 사랑을 받는다거나, 그런 걸 원하진 않았어요.

나은도 그렇지만, 에이핑크도 그렇게 보여요. 
맞아요. 에이핑크는 콘셉트적으로 보면 그게 더 잘 보여요. 자연스럽게 걸그룹 연차를 잘 넘어간 것 같아요. 데뷔 초는 되게 귀엽고 순수한 느낌이었다면, 어느 순간 좀 더 성장하는 모습으로 잘 바뀌었잖아요. 대중들이 저를 보는 이미지도 자연스럽게 변했고요. 그래서 전 만족해요!

자신감은 왜 떨어졌어요? 
물론 초반에 자신감 없었어요. 보미 언니, 은지 언니랑 저는 성격이 좀 다르잖아요? 내성적인 성격이라서 더 자신감이 좀 없었는데…. 사실! 에이핑크가 처음엔 전체적으로 자신감이 좀 없었어요. 걸그룹이 많이 나오던 시기이기도 하고, 그때 당시 섹시 콘셉트, 센 콘셉트가 되게 많았어요. 우리는 콘셉트가 다른 그룹에 비해 애들 같은 것 아닌가, 자꾸만 막내나 후배인 것 같고, 뒤에 숨어 있어야 할 것 같고….

아이돌 그룹이라도, ‘앞으로 뭐 하지?’는 늘 유효한 고민이죠?
예전에는 막연히 아이돌로 데뷔해서 연기를 해야지, 라는 생각을 했어요. 물론 지금도 다르진 않지만, 할 수 있는 것들이나 하고 싶은 것들이 많이 생겼어요. 미술 공부를 했기 때문에 그것과 연결된 무언가를 하고 싶어요. 발산할 능력이 충분히 있다고 생각하고, 하고 싶은 마음도 너무 커서 좀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사실 이렇게 촬영장에 오면 막 조명 하나하나 세팅하는 거 어떻게 하는지 계속 구경해요. 또 스타일리스트 실장님이 옷을 입혀주면 어떻게 스타일링해주시는지, 어떤 소재가 어디에 어울리는지, 저도 같이 공부를 하는 거예요. 아, <여곡성> 영화 촬영장에서는 특히 더 그랬어요. 사극 영화 세트장이 하나하나 다 너무 신기한 거예요. 무대 디자인도 하고 싶고, 영화 미술팀도 들어가서 일해보고 싶어요. 그런 게 꿈틀꿈틀, 내 안에서….

집에서 다시 그림 그리기 시작했죠? 
네. 하고 있긴 한데 잘 모르겠어요. 예전엔 입시 위주로 미술을 했다면 이제는, 개인전을 하거나 대중들에게 뭔가 보여줄 그림을 그리려면, 정말 보여줄 수 있는 그림이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어서 시작하기가 어려워요. 그런 강박관념이 좀 심해진 것 같아요. 미술 선생님이랑 통화를 했는데 “예전처럼 쉽게 접근하면 안 된다, 너만의 생각이 있어야 하고, 그 생각을 정말 다듬어야 된다”고 하셨어요. 지금 약간 정체성 멘붕이에요. 인정받을 수 있는 걸 그리고 싶은데….

틈틈이 책을 읽는 건 도움이 되나요?
어렸을 때부터 그림 그릴 때 독서가 중요하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어요. 일주일에 몇 권씩 집으로 책이 배달 오는 그런 것도 있었고요. 그때 습관이 지금 이렇게 된 것 같아요. 올해는 한 달에 한 권꼴로 책을 읽었어요. 인스타그램 피드에 다 올리지는 않아요. 내가 뭘 했고 어떤 걸 읽었고, 나 이거 읽었어요, 라고 공개하고 싶지가 않아요. 왜 그런지는 모르겠는데, 다 공개해버리면 왠지 나 혼자만의 생각과 고민을 들켜버리는 것 같은 느낌? 최근에 읽은 것 중 제일 기억에 남는 건 <여곡성>의 유영선 감독님이 선물해주신 <벌들의 역사>예요. 두꺼운데 비행기에서 금방 읽었어요. 저 되게 빨리 읽어요.

주로 소설? 
네. 거의 소설이에요. 요즘엔 고전 문학에도 관심이 생겨서 많이 읽고 있고요. 자기계발서는 별로예요. 그냥 다 똑같은 내용 같아요. 짤막짤막해서 집중도 잘 안 되고요.

영상보단 텍스트와 더 친숙한 사람 같아요. 
오, 맞아요. 저 드라마도 안 봐요. 넷플릭스도 다른 친구들처럼 끈기 있게 보질 못 해요. 사실 저 유튜브도 안 봐요. 요즘 유튜브가 그렇게 핫하다고, 멤버들도 유튜브를 진짜 많이 보던데, 저게 대체 뭐가 재미있지? 뭘 보는 거지 여기서? 그래요. 하하. 제가 보는 건 에이핑크 직캠 정도밖에 없어요.

그렇게 바쁘게 살면서도, 내 시간 내 정신은 잘 챙기려는 의지가 보인달까요?
네, 맞아요. 예전엔 다 하면서 살았는데 막상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기억이 안 나요. 차에서 자고 일어나면 무대 하고, 이것밖에 없는 거예요. 물론 그때는 그렇게 하는 게 맞았고, 그때가 있어서 지금 저도 있지만, 이제는 그때 채우지 못했던 것들을 더 채워 나가야겠다는 생각이 드는 거예요. 나이가 점점 더 들수록요. 물론 아직 스물여섯인데…. 휩쓸려서 바쁘게 살 때 말고 이렇게 쉴 때, 여유가 있을 때 제 자신을 만들어갈 수 있는 뭔가를 좀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작은 것이지만 책 조금 읽는 것. 피곤하더라도 요즘은 어떤 화가들이 유명한가 찾아보고. 옛날 영화도 많이 찾아보려고 노력하는 것.

왠지 방도 깨끗할 것 같은데요. 
집엔 엄마가 계셔서 좀 다른데, 해외 나가서 혼자 호텔방 쓸 때는 그렇게 깔끔을 떨어요. 캐리어가 엉망이 될 수도 있는 건데 그게 싫어서 다 정리해놓고, 내일 입을 것 쫙 세팅해놓고. 미리미리 짐을 하나씩 싸놓아요. 그래야 마음이 좀 편안한 것 같아요.

첫 주연 영화 <여곡성>이 곧 개봉해요. 이 영화를 찍고 손나은은 많이 성장했나요? 
아뇨. 아직 저도 영화를 보진 못했지만, 성장했다고 하면 안 될 것 같아요. 아쉬움이 많아요. 촬영할 때마다 상담하고 고민할 사람이 필요했던 것 같아요. 감독님도 도와주셨지만, 그래도….

다른 누군가의 역할을 탐내본 적 있어요?
우연히 드라마 예고편만 보고 관심을 가졌던 드라마가 <나의 아저씨>예요. 챙겨 보고 싶게 만드는 분위기가, 그동안의 드라마와 완전 달라서요. 아이유 선배님 연기 보고 저 역할도 해보고 싶다는 생각했어요. 아이돌이라는 이미지 때문에 막 밝고 마냥 귀엽고, 이런 것만 해야 하는 건 아니잖아요. 항상 대본을 받으면 그런 게 꼭 있었거든요.

지금 자신한테 필요한 것 한 가지는 뭐예요? 체력? 
더 건강하고 강했으면 해요. 에너지가 좀 더 있었으면 좋았겠다, 싶을 때가 있어요. 심지어 운동을 하러 가서도, 내가 체력이 좋았으면 운동을 오늘 더 할 수 있고 그러면 체력이 더 좋아졌을 텐데, 그래요.

사람들이 자신에 대해 버렸으면 하는 생각은요?
전 항상 밝고 즐겁고, ‘업’ 되어 있는 사람이 아니에요. 약간 가라앉아 있는 상태인데 어떻게 보면 사람들이 오해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드는 거예요. 멤버들 분위기가 업될 때 전 저만의 상태를 계속 유지해요. 같이 웃고 있긴 하지만. 뭐라고 설명해야 하지?

겨울 같은! 
맞아요. 여름의 뭔가 활기찬 느낌보다는 겨울의 그런 착 가라앉은 느낌이 더 좋은 것 같아요. 겨울에 특히 창문 열어놓고 이불 덮고 있는 것 정말 좋아해요!


http://www.gqkorea.co.kr/2018/10/24/손나은의-산뜻한-미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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