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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기 치치 재탕하다가 뻐렁쳐서 올리는 현우종-치치 어린시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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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0.21 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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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우종(공)과 치치(수)는 8살 차이



1. 치치(수)가 아직 뱃속에도 없을 시절, 자기 생일날 생일 선물로 동생 비는 7살 현우종(공)

   '동생 만들어줘.'

   뜬금없는 소리에 잠시 어리둥절한 얼굴로 서로를 마주 보던 부모님이 이내 픽 웃음을 흘리며 떠보듯 물어왔다.

   '동생 생기면 잘해줄 거야?'
   '아니, 부하 삼을 거야. 무조건 내 말만 듣게 할 거야.'

   주먹을 꼭 말아 쥔 채 나는 확고한 다짐을 두었다.

   '그런 심보로 동생 만들어달라고 하면 잘도 만들어주겠다.'

   그러나 어머니는 이번에도 그런 나의 각오를 여지없이 하찮게 취급했다.

   '고집 그만 부리고, 자, 얼른 이리 와 앉아. 촛불 켜고 생일 축하 노래 불러야 케이크 먹지.'

   치이익, 아버지가 곧장 성냥을 그었다. 그리고 여섯 개 혹은 일곱 개의 초에 마침내 불이 붙었다.

   '생일 축하합니다-'

   노래가 끝나가는 순간, 왈칵 치미는 간절한 바람에 바닥에 무릎을 꿇은 채 양손을 모으며 마음속으로 간곡한 소원을 빌었다.

   하느님, 부처님, 산타할아버지, 하늘나라에 계신 할머니 할아버지, 제 소원을 들어주세요. 세상이 끝날 때까지 나만 바라보고 나만 좋아해주고, 죽을 때까지, 아니 다시 태어나서도 계속 무조건 내 편만 들어주는 동생을 만들어주세요. 아니, 동생이 아니어도 돼요, 남자든 여자든 상관없어요, 웃기게 생겨도 돼요, 그냥 사람이면 돼요, 대신 무조건 내 편인 사람이요! 하느님, 부처님, 산타할아버지, 하늘나라에 계신 할머니 할아버지, 제발 제 소원을 들어주세요, 제발요, 제발요, 제발요..!




2. 현우종이 부르니까 귀신같이 반응하는 뱃속 치치

(1) - 며칠째 미동이 없어 가족들이 걱정하는 와중에 현우종이 부르니까 다시 움직임

   이런 얘길 하면 자만심에 가득 찬 허풍쟁이 자식이라고 할 테지만, 치치는 세상에서 나를 가장 좋아한다.
   ......정정. 할아버지와 할머니를 제외하고, 치치는 세상에서 나를 가장 좋아한다. 이건 허풍도 아니고 자만심도 아니다. 녀석이 아직 세상에 태어나지 않았을 때, 그러니까 새로 이사온 집의 바로 이웃해 살고 있던 누나의 배 속에서 녀석이 소극적인 태도로 작은 몸을 둥글게 말고 고요히 잠들어있었을 때부터 공공연히 증명된 사실이다.

   '야, 애기야. 그러지 말고 움직여라, 응? 태어나면 형아가 정말 잘해줄 테니까. 어서.'

   나는 누운 누나의 둥근 배 위로 얼굴을 가까이 숙인 채 속삭여 말을 전하였다. 그러자 거짓말처럼 녀석이 다시 움직이기 시작한 것이었다.



(2) - 현우종이 치치라고 부르자 격하게 반응

   "아니, 치-언."
   "치-영?"
   "아니, 아니, 언니 할때 언이야, 언."
   "아아, 곽지언?"

   그러나 좀처럼 제대로 알아듣지 못하는 모양에 꽤 답답했는지 '훅!' 크게 숨을 내뱉고는 아무래도 조금 성난 기색으로 목청을 높여왔다.

   "치! 치!"
   "아아, 치치?"

   나는 이번에도 능청을 떨며 히죽였다. 그런데 그 순간, 화를 낼 줄 알았던 누나가 별안간 '엄마야!' 하며 화들짝 어깨를 움츠리는 것이다.

   "그렇게 불리는 게 마음에 들었나 봐. 아주 춤을 춘다?"
   "어, 어디."

   둥근 배 위로 손바닥을 붙여보았다. 그러자 과연 신이 난 듯 풀썩거리고 있는 녀석의 움직임이 고스란히 느껴졌다. 나는 웃으며 가슴을 무풀렸다.

   "맞아, 형아가 불렀어."

   우스운 말이라고 생각했는데, 그건 그야말로 마법 같은 순간이었다. 녀석은 반짝이는 눈으로 나를 바라보면서 색색 가슴을 들썩이며 또 한 번 자신을 호명해주길 기다리고 있다. 나는 또 한 번 속삭여 녀석을 불러보았다.

   "치치."




3. 태권도 학원에서 애들한테 애기치치 데려와서 자랑하는 11살 현우종

   '치치, 형아 업을까?'

   얼른 친구 녀석들에게 보여주고 싶어 짧은 횡단보도 앞 초록 신호등을 기다리는 동안에도 무릎이 들썩였다.
   그리고 이윽고 신호가 바뀌고, 여전히 꼭 붙들고 있는 손을 끌어당기며 앞서 걷다가, 보폭이 짧고 느린 녀석의 걸음에 애가 달아 기어이 잠깐 멈춰 서서 등을 내주었다. 왠지 잠깐 주저하는 듯했던 녀석은 수줍은 듯 '히...' 하고 연약한 소리를 내며 배시시 웃음을 띤 채 내어준 등 위로 납작 몸을 붙여왔다. 기분 좋을 만큼의 체중이 얹히자마자 나는 두 손을 뒤로 둘러 녀석의 몸을 지탱한 채 마음껏 내달려 마침내 태권도장으로 돌아갔다.

   '여기, 데려왔어!'

   녀석들이 가까이 모여들수록 치치는 잔뜩 긴장한 빛으로 놈들을 경계하면서 내 손을 붙잡고 있는 것으로도 모자라, 내 한쪽 다리에 바짝 달라붙어 허리께에 얼굴을 묻은 채 '형아...' 하고 애원조로 나를 불러오는 것이다. 이 정도면 충분한 것 아닌가.

   '우와, 귀엽다.'

   그리고 마침내 그 진가를 알아본 녀석 하나가 작게 감탄사를 흘렸다. 더없이 우쭐해진 기분으로 나는 치치의 등허리를 천천히 쓰다듬어 달래며 고개를 까딱였다.

   '응, 치치가 좀.'
   '이름이 치치야? 귀엽다, 치치-.'
   '아, 그렇게 부르지 마.'
   '왜? 치치라며.'
   '그건 나만 부르는 거야. 진짜 이름은 따로 있어. 치치 이름 뭐지?'

   내 허리께에 묻어둔 얼굴을 조심스레 들어 올린 치치는 두려운 빛으로 둘러선 무리를 힐끔 흘겨보고는 입술을 달싹이며 자신의 이름을 말했다. 치치는 여전히 내게 꼭 달라붙어선 채 곁눈으로 녀석들을 힐끔힐끔 둘러보는 듯했다. 그러다 얼핏 시선이 마주친 주먹코 녀석이 문득 치치의 차림새에 관심을 보여 왔다.

   '우와, 옷도 되게 귀엽다. 애기가 이런 옷 입은 거 처음 봤어.'
   '응. 치치 할아버지는 되게 유명한, 옷 만드는 분이야. 그래서 치치한테는 이런 옷 엄청 많지.'
   '우와, 진짜네, 인형 같다.'



4. 변태 슈퍼 아저씨 사건.....

(1) - 변태 아저씨가 어린 치치한테 무슨 짓을 했다는 걸 알자마자 눈 돌아가서 그새끼 반쯤 죽여 놓는 14살 현우종

   나는 욕조 위로 다시 빠끔 눈만 내민 채 서글프게 그를 훔쳐보다가, 간신히 목을 조이며 조마조마하게 말을 붙였다.

   '...형아 그러면 있잖아, 어, 형아도 내가... 고추, 어, 만지면, 기분 좋아?'
   '무슨 말이야, 그게. 고추 만지면 기분이 좋다고? 어, 뭐, 그건... 원래 좀 그런데, 그렇다고 또 너무 자주 만지면 안 돼.'
   '.......'
   '그거 아니야? 그럼 무슨... 너 혹시, 형 방에서 뭐 봤어?'

   그리고 어쩐지 뜨끔해하는 기색으로 급히 덧붙여 묻는 것에 나는 그저 고개를 저어 보일 뿐이었다. 다행히 그는 안심한 얼굴로 그만 관심을 거두며 도로 문제집을 들었다. 그러나 잠시 후, 사뭇 안색이 나빠진 얼굴로 다시 고개를 돌아보며 진지한 어조로 말을 붙이는 것이다.

   '치치 네가 형아 고추를 만져주면 형아 기분이 좋을 거냐고, 그렇게 묻고 싶었던 거야?'
   '.......'

   그는 더 심각해진 얼굴이 되어 자리에서 일어나 욕조 앞으로 다가왔다.

   '누가 그런 말 했어?'

   덜컥 겁이 나, 나는 고개를 숙인 채 물 속으로 주르륵 미끄러지려 했다. 욕조 안으로 퍼뜩 양손을 뻗어와 그런 나를 바로 앉히며 그가 달래듯 말을 이었다.

   '괜찮아, 말해. 혼내는 거 아니야. 누가 그렇게 말했어?'
   '...슈퍼에 아저씨...'

   일순 그의 얼굴이 싸늘하게 굳었다가, 이내 불씨를 삼킨 듯이 순식간에 목덜미부터 붉게 달아올랐다.

   '슈퍼 아저씨가, 정확하게 뭐라고 말했어? 치치 너한테 뭘 시켰어?'
   '...으으...'

   나는 기어이 울음을 터뜨렸다.

   '울지 마, 정말 혼내는 거 아니야. 형아 화난 것도 아니야. 그냥 알고 싶어서 그래.'

   간신히 무언가를 억누르듯 텁텁한 목소리로 그가 우는 나를 달래었다. 탈탈 가슴을 떨며 나는 울음 섞인 목소리로 서럽게 이야기를 털어놓았다.

   '고추, 만졌어...'
   '슈퍼 아저씨가 네 고추 만졌어?'
   '내 고추 보자 하고, 아저씨 고추 같이 만지자 했어...'
   '...이 씨발 새끼...'
   '흐으-!'

   그리고 결국 그가 험상궂은 얼굴로 욕설을 내뱉는 것에 다시 와락 얼굴을 찡그리며 울음을 터트렸다. 미안, 미안해, 속삭이며 그가 서둘러 욕조 안에서 나를 꺼내어 안아 들고 거실로 나왔다. 그리고 마른 수건으로 바삐 내 젖은 몸을 닦아주고 비상용으로 가져다 놓은 속옷과 새 옷을 입혀준 뒤, 자신은 욕실 입구에 아무렇게나 벗어둔 옷을 도로 껴입었다.

   '형 잠깐 어디 나갔다 올게. 금방 올 거야. 진짜 금방 갔다 올 테니까, 잠깐만 혼자 있어.'

   그는 금방 오지 않았다. 무서워, 이윽고 다시 울음을 터트리려던 찰나에야 그는 엉망이 된 얼굴로 돌아왔다. 나는 결국 또 울음을 터트려버렸다.
   내 잘못이라고 생각했다. 정확한 인과관계 같은 건 알 수 없지만 어쨌거나 내가 슈퍼 아저씨의 고추에 흥미를 느껴서, 선뜻 만져주어서, 또 그것을 그에게 털어놓아서 결국 그가 다친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꾸중을 들을 때처럼 나는 손바닥을 맞비빈 채 '잘못했어, 다시는 안 그럴게.' 반복하며 울먹였다.

   '치치. 네 잘못 아니야. 네가 잘못된 것도 아니고.'
   '으으, 읏... 형아, 얼굴 계속 피 나...'
   '이것도 별거 아니야. 그러니까 아까 형아한테 말했던 거, 다른 사람들한텐 말하지 말자. 슈퍼 아저씨가 너한테 잘못한 건 맞는데, 그래서 형이 엄청 혼내줬으니까, 다시는 너 못 괴롭힐 거야. 그런데 괜히 다른 어른들한테까지 말하면... 귀찮고 번거롭잖아, 그런 거.'

   나는 그의 가슴 위에 얼굴을 묻고 엎드린 채 태어났을 때처럼 왕왕 울어버렸다. 

   '대신 앞으로는 누가 고추 보자고 하면 절대 안 보여 주기. 그리고 혹시 또 그런 일 있으면 형한테는 꼭 말하기. 약속.'

   간신히 울음을 멈추고, 얼마간 후련함을 느끼며 나는 그와 새끼손가락을 걸었다.




(2) - 그리고 부모님한테 엄청 맞으면서도 그 사실을 절대 털어놓지 않음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평소엔 마냥 유쾌하고 친절하였지만 형들을 훈육할 때만큼은 가차없이 엄격하고 무서웠던 아저씨가 조용히 어딘가로 걸음을 옮기더니, 다시 돌아왔을 땐 손에 긴 나무 배트를 들고 서 있었다.

   '왜 그랬어.'

   단 한 번 물었고, 묵묵부답인 그의 무릎 앞에서 배트로 바닥을 짧게 두드렸다. 그는 말없이 양손으로 바닥을 짚은 채 엎드렸고, 살벌한 매타작이 이어졌다. 아무도 말이 없었다. 그는 끝내 이유를 말하지 않았다.
   그 후로 나는 해당 슈퍼 근처로는 발길도 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그는 두 번인가 더 슈퍼 아저씨에게 일방적인 테러를 가했다. 그리고 슈퍼 남자와 노모의 떠들썩한 방문과 창희 아저씨의 매타작이 정해진 순서대로 반복되었다.

   '도대체 이유가 뭐냐고!'

   아저씨의 살벌한 훈육에도 눈 하나 깜짝 않고 꼿꼿히 지켜만 보던 이모가 마지막에 와서는 기어이 참지 못하겠다는 듯이 언성을 높여 물었다. 절뚝절뚝 걸음을 옮기며 그가 마침내 입을 열었다.

   '생긴 게 마음에 안 들잖아.'
   '이걸 진짜-!'

   결국 이모가 배트를 대신해 들었다.
   한 계절이 바뀌었을 즈음, 슈퍼의 주인이 바뀌었다. 이모는 한동안 식사 시간마다 그들 모자가 합의금으로 다른 지역에서 더 큰 가게를 열 것이라고 내씹으며 현우종을 향해 눈을 흘겼다. 그는 태연히 흘려들으며 꿋꿋하게 밥그릇을 비워냈다. 그리고 나를 향해선 그저 시답잖은 농담을 하거나 짓궂은 장난질을 걸어올 뿐이었다.




(3) - 이후 치치한테 단단히 교육시키는데....

   '모르는 사람이 치치한테 길 알려 달라고 하면?'
   '모른다고 해야 돼.'
   '좋아. 그러면 모르는 사람이 치치한테 어디 같이 가자 하면서 손 잡아당기면?'
   '안 보이는 데로 도망쳐야 돼.'
   '아니지, 소리 지르면서 사람 많은 데로 도망쳐야지.'
   '...미안...'

   '이번엔 진짜 중요한 거야.' 하며 자세를 고쳐 앉자, 녀석 또한 바짝 정신을 다잡은 듯이 엄숙하게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누가 치치 고추 보여 달라고 하면, 치치 어떻게 말해야 한다고 했지?'
   '안 돼!'

   그리고 작은 두 손으로 주먹을 꼭 말아쥐며 제법 또랑또랑하게 주입시킨 것을 외워 보이는 것이다. 그러나 성에 차지 않는다. 나는 짐짓 엄한 얼굴을 해 보이며 시범을 보였다.

   '그 정도로는 부족하지. 단호하게, 안 돼!'
   '단호하게, 안 돼!'

   그러자 녀석은 앵무새처럼 그대로 따라 말해버리는 것이었다.

   (중략)

   먼저 양 발을 어깨너비로 벌리고 선 채 무서운 얼굴을 만들어 보이려는 듯이 콧등을 실룩거리며 시동을 건다. 그리고 이내 찡긋 인상을 찌푸려 보인 채,

   '안 돼!'

   외치며 양손으로 퍼뜩 제 고추를 가리는 시늉을 하는 것이다.

   아아..., 깊은 탄성을 신음처럼 흘리며 나는 침대 위로 풀썩 이마를 박고 엎드려 버렸다. 형아...? 녀석이 얼른 그런 나를 향해 손을 뻗어와 흔들어 불렀다. 안 돼... 저런 상태라면 너무 귀여워서 변태 자식들이 틀림없이 더 하고 싶어질 거다. 아아...! 또 한번 절망스러운 신음이 새어 나오고, 눈앞이 캄캄해져 왔다.




5. 부모님께 대판 반항하고 깨진 15살 현우종이 방 침대에 엎드려 있으니까 기분 좋아지라고 자기 배 내어주는 치치

   '치치... 지금은 못 놀아준다니까...'

   살금살금 이어진 발소리에 이어, 끙-소리를 내며 힘겹게 침대를 오르는 기척이 느껴진다. 그리고,

   '...형아...'

   슬금슬금 곁으로 붙어와 어설프게 어깨를 붙잡고 흔들며 나를 부르는 연약한 목소리. 그러나 도무지 상대해 줄 기분이 아니었다.

   '형아, 이거 봐...'
   '치치, 형 정말 피곤하다니까...'
   '...형아... 치치 봐... 응...?'

   그리고 조금 울먹이기까지 하며 끈질기게 불러대는 것에, 짜증스럽기도 한 기분으로 나는 이윽고 고개를 돌려보아야 했다.

   '하아... 치치, 제발 좀......'

   그런데 돌아본 뒤쪽에서 치치는 사뭇 비장하게 무릎을 꿇고 앉은 채 자신의 셔츠 옷깃을 한껏 끌어 올려 잡고 한껏 부푼 배를 훤히 내보이고 있는 것이었다.

   '아... 기분 좋은 치치 배.'

   그만하면 어쩔 수 없이 기분이 풀리고 만다. 나는 선뜻 손을 뻗어 녀석의 포동포동한 배를 마음껏 쓰다듬으며 마저 긴장을 풀어냈다.




6. 어린 치치 홀로 두고 나가서 놀다가 치치 실종돼서 안절부절 못하는 17살 현우종

   홀가분히 집으로 돌아왔는데, 양쪽 집이 발칵 뒤집어졌다. 치치가 보이지 않았다. 어른들이 귀가했을 때 집은 비어있었다고 했다. 
   실종 신고부터 하죠, 현우경이 착잡한 목소리로 의견을 내었다. 실종, 이라는 말에는 무릎이 툭 꺾이는 듯했다. 공포감. 무서운 게 없었는데, 살면서 그렇게 떨어본 적은 이전에도 이후에도 없었다.
   눅진하게 진땀이 배어난 손바닥으로 나는 거칠게 얼굴을 문질러댔다. 할아버지가 문득 그런 나를 아득한 얼굴로 돌아보셨다. 시선이 마주치자 어린애처럼 왈칵 울음이 터질 것만 같았다. 그런데 그 때, 미련한 생각이 뒤늦게 번뜩 떠올랐다.

   '...자, 잠시만요. 어디에 있는지 알 것 같아...'

   그대로 발길을 돌려 나는 신발도 신지 못하고 황망하게 밖으로 뛰쳐나갔다. 그리고 발바닥에 돌이 박히는 것도 느끼지 못하고 곧장 놀이터로 내달렸다.

   (중략)

   그런데 불현듯, 멀지 않은 곳에서 희미하게 훌쩍이는 소리가 들리는 것이다. 퍼뜩 고개를 들어 주위를 둘러보았지만 아무도 없었다. 그러나 잠시 숨죽여 기다려보자, 또 한 번 작게 훌쩍임이 들려온다. 이번엔 확실히 방향을 짚어낼 수 있었다. 작은 동굴 같은 대기 자리로 불쑥 머리를 밀어 넣고 보자,

   '...치치...'
   '안 울었어, 그냥 콧물 났어.'

   어둠 속에서도 하얗게 질려 보이는 얼굴로 녀석이 몸을 잔뜩 옹크리고 앉아있는 것이었다.

   '하아...! 너 대체 여기서 뭐 하는...!'
   '안 무서워. 하나도 안 무서워.'
   '...뭐...?'
   '어두워져도, 안 무서워. 하나도... 안... 으, 으....'

   그러나 얼핏 얼굴을 찌푸렸다가 점차 입을 삐쭉거리며 콧방울을 발롱거리더니 이내 가슴을 탈탈 털며 울음을 터뜨리는 것이었다.

   '...미안해, 치치, 형이 잘못했어. ...미안해.'
   '흐으으...! 형아 안 오고...! 으!'
   '응, 잘못했어, 미안해, 용서해 줘.'

   얼굴을 훑어 눈물을 닦아주고, 말아 쥔 주먹 사이로 손가락을 밀어 넣으며 거듭 용서를 빌고 얼렀지만 치치는 좀처럼 울음을 그치지 못했다. 간신히 그런 녀석을 끌어내어 품에 안고 미끄럼틀을 내려와서도 나는 한참을 더 작은 몸을 껴안은 채 등을 쓰다듬으며 달래야 했다.




7. 이제 슬슬 고딩 현우종한테 낯가리기 시작하는 치치

   '...싫어.'

   얼른 나를 일별한 녀석은 울적한 표정으로 고개를 떨구며 작게 웅얼거리는 것이다. 뜻밖의 대꾸에 가족들의 시선이 모아졌다.

   '응? 왜, 치언이 목욕탕 가기 싫어?'
   '...우종이 형아랑 안 가.'
   '어?'
   '...우경이 형아랑 갈래.'
   '.......'

   잠시 일동 침묵, 그리고 곧이어 와르르 웃음이 터졌다.

   '현우종 드디어 팽 당했네?'
   '내 언젠가 그럴 줄 알았다. 치언이 생각 잘 했어.'

   즐거운 비아냥이 쏟아졌지만 나는 상상조차 하지 못했던 상황을 쉽게 받아들일 수 없었다.

   '치치, 다시 말해봐, 우종이 아니라 우경이라고? 헷갈린 거 아니야?'
   '...우경이 형아랑 갈 거야.'

   그러나 내 눈을 똑바로 쳐다보며 다시 한번 단호히 말하는 것에는 번뜩 정신이 드는 것이다.
   치치가, 나를, 거부한다.

   '뭐야, 아니지, 그러면 안 되는 거잖아...! 내가 널 어떻게 키웠는데, 인마! 치치 이리 와봐!'

   탕탕 발을 구르며 나는 퍽 엄하게 다시 녀석을 불렀다. 치치는 오지 않았다. 오히려 뚱한 얼굴로 핼금 쳐다보고는 뒷걸음질을 하며 더 멀리 거리를 두기까지 했다. 저게?! 불끈 치솟는 분통에 나는 직접 발을 옮겨 녀석을 향해 손을 뻗었다. 그리고 발버둥 치는 작음 몸을 와락 붙들어 올리는데, 순간 손등으로 날카로운 통증이 훅 끼쳐 오는 것이다.

   '아! 뭐야, 또 물었다고...?'

   화들짝 놀라며 손을 놓자마자 녀석은 부리나케 가족들 뒤쪽으로 도망가 숨어버렸다.







현우종은 뭔데 청소년 주제에 멋있고
치치는 다시봐도 조올라 귀여워...ㅠ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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