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까 시완 연기에 대한 이야기가 나와서
마음에 들었던 부분 짬난 김에 올려봐.
미스테리아 13호
불한당 감독 인터뷰에 나왔던 부분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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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조현수 역에 임시완을 캐스팅한 건 그야말로 신의 한 수라는 생각이 든다.
이 캐릭터는 어떤식으로 구상했을지 궁금하다.
A.
"자기는 멍도 예쁘게 든다"라는 대사에 나오는 그대로다.
지문에도 아예 '예쁘게 생긴 남자'라고 박아놨다.
무조건 미소년이어야 했고, 그 다음으로는 좀 뻔하게 들릴 수 있겠지만 선악이 공존하는 이미지여야 했다.
배우가 캐스팅되면 그 사람한테 역을 맞춰나가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
시완 씨가 캐스팅된 다음에는 시나리오 앞부분의 현수를 좀더 개구지게 바꿨다.
시완 씨 본인은 첫 만남에서 이것저것 고민한 흔적이 보이는 준비를 많이 해왔다.
좀 무거운 연기 톤이었는데, 누아르라는 장르와 자신의 이미지가 맞을지에 대한 걱정 때문이었던 것 같다.
가볍게 가자고 했더니 처음엔 약간 의아해했다.
그래서 <타ㅉㅏ>에서의 ㅈㅅㅇ 씨 연기를 예로 들면서, 영화 초반에서 ㄱㄴ가 좀 가볍게 등장하는 느낌을 봐달라고 주문했다.
그랬더니 무슨 얘기를 하는지 알겠다면서 바로 톤을 바꾸더라.
예를 들어 알까기 장면을 찍은 다음에도 너무 애처럼 나왔을까 봐 걱정하던데,
그냥 그렇게 가는 게 맞다고 했다.
최 선장 액션 신 때부터 현수의 변화를 보여주자는 게 우리의 작전이었다.
그런데 주변에서 현수가 너무 가볍게만 보이는 거 아니냐는 목소리들이 나왔다.
스태프들부터가 너무 명랑 만화처럼 가는 것 아니냐고 걱정하더라.
그래서 조금 흔들리기 시작했는데, 시완 씨 본인은 아무렇지도 않게
"전 하나도 걱정 안 된다. 우리가 계획한 게 맞는 것 같다. 정 걱정되시면 말씀해달라"고 하더라.
그 친구의 대가 더 셌던 거다.
개인적으로 생각하는 시완 씨의 최고 장점은, 보는 사람을 동화시키는 표정이다.
특히 우는 장면에서 그랬다.
그런데 시완 씨는 연기할 때 자신이 진심을 다했는지 아닌지를 먼저 보는 편이었다.
자신이 가짜였다고 느끼는 테이크에서는 만족을 못 한다.
예를 들어 내가 봤을 땐 첫 번째나 두 번째가 그리 차이 없었는데,
심지어 두 번째 테이크에서 더 서럽게 울었는데도 본인은 그게 가짜였다고 한다.
남을 속이면서 연기하는 스타일이 아니고, 한번에 에너지를 확 쏟는다.
배우가 에너지를 다 소비하고 난 다음에 나오는 게 진짜 새로운 연기라고 보는 분들도 있지만
나는 배우의 에너지를 비축하는 편이 좋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테이크를 많이 가지 않았다.
실제로 설 선배나 시완 씨 둘 다 첫 테이크가 가장 좋았기도 했고.
- 미스테리아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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