곧 주연을 맡은 영화 <당신 거기 있어줄래요>가 개봉을 앞두고 있죠. 벌써부터 반응이 뜨겁더라고요.
솔직히 꽤 부담되지만 될 수 있으면 그런 생각을 안 하려고 해요. 이미 촬영도 끝나고 전 최선을 다했으니, 평가는 영화를 볼 관객들의 몫이겠죠.
이른 바 첫 상업 영화인데요. 예산이나 얽힌 사람들의 규모가 커진 만큼 부담이 있진 않았나요?
제가 독립영화를 많이 찍긴 했죠. 솔직히 말하면 상업영화라고 크게 부담스럽진 않아요. 그때도 지금도 최선을 다했으니까요. 상업적인 스코어가 중요하다지만, 사실 숫자에 불과하죠. 작품에 대한 진심이 숫자를 초월할 수 있다고 봐요. 영화에 쏟은 나의 에너지와 마음이 대중에게 전달되면 좋겠어요. 거기까지에요. 이 영화를 택한 이유 중 하나가 기욤뮈소의 소설을 읽은 기억이 있어서에요.
이번 영화에서 30년을 사이에 둔, 2인 1역에 도전했어요. 어려움은 없었나요?
제가 7세 혹은 12세로 돌아간다 해도 지금의 행동과 같지 않잖아요. 그런 맥락에서 수현을 연기할 때 또 다른 수현인 김윤석 선배님과 맞추려 하기 보다는 그때 생각할 수 있는 감정과 피 끓는 청춘의 모습을 보여주려고 했죠. 겉모습보다는 선배님과 감정적으로 많이 교류하려고 했고요. 결국엔 감정이 제일 중요하니까.
<당신 거기 있어줄래요>에서 수현이라는 인물은 어느 정도 자유롭게 한 거 같나요?
아... 이건 영화 홍보랑 상관없이 솔직히 말하는데요, 정말 열심히, 치열하게, 고민하고 노력했어요. 촬영이 끝나고 서울로 오는 차 안에서 '아민큼 에너지를 썼으니 됐고, 잘했다, 후회 없다'라고 생각할 정도였으니까요. 일주일 정도 친구들과 여행 가서도 훌훌 털어냈죠. 그런데 서너 달 뒤에, 그러니까 엊그제 박혁권 선배가 계시는 제주도에 다녀왔는데, 문득 다시 생각이 나는거에요.
혹시 또 반성했나요?
이 부분은 이렇게 해야 하지 않았나, 아쉬움이 몰려왔죠. 매 작품마다 이게 반복돼요. 공연할 때도, 저예산 단편영화가 끝나도 엄청난 자괴감이 들죠. 지금은 자괴감이 다음 작품에 영향을 주도록 노력해요.
이번 영화 <당신 거기 있어줄래요>에서 호흡을 맞춘 김윤석 선배와는 어떤 얘기를 나눴나요?
필요한 말만 했어요(웃음). 연기도 결국 선택이잖아요. 어떤 행동, 어떤 말을 할 지 작품 안에서 이해하고 스스로 결정하죠. 윤석 선배는 저의 선택을 존중하면서 자유롭게 연기하도록 지켜 보셨어요.
<미생> <소셜포비아> <육룡이 나르샤> <당신 거기 있어줄래요>. 그리고 최근 촬영을 마친 영화 <하루>까지. 가만 보면 유독 남자 복이 많네요.
여자도 많이 만났는데(웃음)? 사실 남녀를 떠나 저는 파트너 복이 있는 것 같아요. 그동안 자기 일 열심히 하고 성격도 유쾌한 친구들을 많이 만나 재미있게 촬영했으니까. 비록 남자 비율이 더 많았지만요(웃음).
원작은 어떻게 읽었나요?
2007년인가, 군대에 있을 때 후딱후딱 재미있게 읽었죠. 책처럼 시간이 움직여서 빨리 전역하고 싶다 이러면서(웃음). 사실 타임슬립, 타임워프 소재의 작품은 엄청 많잖아요. 겉멋 없이 자연스러운 글이라 좋았어요. 판타지지만 판타지 같지 않은.
<당신 거기 있어줄래요>의 홍지영 감독의 전작 <키친>을 좋아해요, 세밀한 감정 묘사가 뛰어난데, 배우로선 어땠나요?
말씀대로 참 섬세하세요. 또 엄마보단 이모 같아요. 아닌 건 아니라고 말씀하시죠. 직설적인데 편안해요. 아마 믿음이 있어서인가 봐요. 내가 판타지 멜로에 갇혀서 구역질 나게 연기하면 어쩌지 고민했는데 감독님을 믿었어요. 아무리 와일드하게 연기해도 감독님의 감성과 섬세함이 만나 좋은 시너지를 낼 수 있겠구나.
배우는 당연히 감독의 영향을 받지만, 정도가 어떤가요? 감독에 따라 연기가 달라지기도 하나요?
저는 그런 편에요. 모든 감독님들과 대화를 굉장히 많이 해요. 아이디어가 생각나면 새벽 2~3시에도 문자를 보내요. '전화 되세요?' 어느 날은 찾아가서 해 뜰 때까지 얘기하면서 방향을 잡아가죠. 그러니 당연히 연기가 바뀌죠. 드라마 <육룡이 나르샤>를 지방에서 찍는 와중에도 정말 많이 찾아갔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