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 거기 있어줄래요>에서 수현이라는 인물은 어느 정도 자유롭게 한 거 같나요?
아... 이건 영화 홍보랑 상관없이 솔직히 말하는데요, 정말 열심히, 치열하게, 고민하고 노력했어요. 촬영이 끝나고 서울로 오는 차 안에서 '아민큼 에너지를 썼으니 됐고, 잘했다, 후회 없다'라고 생각할 정도였으니까요. 일주일 정도 친구들과 여행 가서도 훌훌 털어냈죠. 그런데 서너 달 뒤에, 그러니까 엊그제 박혁권 선배가 계시는 제주도에 다녀왔는데, 문득 다시 생각이 나는거에요.
혹시 또 반성했나요?
이 부분은 이렇게 해야 하지 않았나, 아쉬움이 몰려왔죠. 매 작품마다 이게 반복돼요. 공연할 때도, 저예산 단편영화가 끝나도 엄청난 자괴감이 들죠/ 지금은 자괴감이 다음 작품에 영향을 주도록 노력해요.
본인을 그렇게 몰고 가면 무척 힘들 텐데요.
배우라면 다들 저와 비슷할 거에요.
배우라면 이쯤은 받아들여야 한다는 건가요?
네, 그렇지 않으면 끝까지 연기를 할 수 없다고 생각해요. 선배님들도 비슷한 말씀을 하시고요.
선배는 뭐라고 조언하던가요?
결국은 진심으로 연기해야 한다고. 음... 아무것도 몰랐을 떄, 그러니까 연기를 막 배우기 시작했을 때가 더 깨끗한 거 같아요. 시간이 지날수록 뭔가 변질되는 기분이에요. 여러 가지 메커니즘을 따라가다 변질되는 부분도 있고요. 선배들도 비슷한 고민을 하고 계시더군요.
이번 영화 <당신, 거기 있어줄래요?에서 호흡을 맞춘 김윤석 선배와는 어떤 얘기를 나눴나요?
필요한 말만 했어요(웃음). 연기도 결국 선택이잖아요. 어떤 행동, 어떤 말을 할 지 작품 안에서 이해하고 스스로 결정하죠. 윤석 선배는 저의 선택을 존중하면서 자유롭게 연기하도록 지켜 보셨어요.
(이건 그라치아 인터뷰인데 / 이번 영화에서 30년을 사이에 둔, 2인 1역에 도전했어요. 어려움은 없었나요?
제가 7세 혹은 12세로 돌아간다 해도 지금의 행동과 같지 않잖아요. 그런 맥락에서 수현을 연기할 때 또 다른 수현인 김윤석 선배님과 맞추려 하기 보다는, 그때 생각할 수 있는 감정과 피 끓는 청춘의 모습을 보여주려고 했죠. 겉모습보다는 선배님과 감정적으로 많이 교류하려고 했고요. 결국엔 감정이 제일 중요하니까)
(원작은) 어떻게 읽었나요?
2007년인가, 군대에 있을 때 후딱후딱 재미있게 읽었죠. 책처럼 시간이 움직여서 빨리 전역하고 싶다 이러면서(웃음). 사실 타임슬립, 타임워프 소재의 작품은 엄청 많잖아요. 겉멋 없이 자연스러운 글이라 좋았어요. 판타지지만 판타지 같지 않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군대에서 읽은 거 맞네 빨리 전역하고 싶다 레알 진심ㅋㅋㅋㅋㅋ
<당신 거기 있어줄래요>의 홍지영 감독의 전작 <키친>을 좋아해요, 세밀한 감정 묘사가 뛰어난데, 배우로선 어땠나요?
말씀대로 참 섬세하세요. 또 엄마보단 이모 같아요. 아닌 건 아니라고 말씀하시죠. 직설적인데 편안해요. 아마 믿음이 있어서인가 봐요. 내가 판타지 멜로에 갇혀서 구역질 나게 연기하면 어쩌지 고민했는데 감독님을 믿었어요. 아무리 와일드하게 연기해도 감독님의 감성과 섬세함이 만나 좋은 시너지를 낼 수 있겠구나.
배우는 당연히 감독의 영향을 받지만, 정도가 어떤가요? 감독에 따라 연기가 달라지기도 하나요?
저는 그런 편에요. 모든 감독님들과 대화를 굉장히 많이 해요. 아이디어가 생각나면 새벽 2~3시에도 문자를 보내요. '전화 되세요?' 어느 날은 찾아가서 해 뜰 때까지 얘기하면서 방향을 잡아가죠(이거 김정훈 감독님 같은데). 그러니 당연히 연기가 바뀌죠. 드라마 <육룡이 나르샤>를 지방에서 찍는 와중에도 정말 많이 찾아갔어요.
근데 수염을 길렀다 밀었다 하던데 왜 그래요?
여러 모습을 보고 싶어요. 궁금해요. 난 어떤 수염이 날까, 시간이 흐르면 흰 수염도 나겠지? 요즘은 매 순간이 나를 알아가는 과정이에요.
다양한 얼굴을 찾고 싶은 거군요.
남들이 보면 '오버'한다고 할 수 있죠.
인스타그램은 왜 접었어요?
영화 <소셜포비아> 이후 SNS에 너무 재미가 들렸어요. 몇 달 전에 스스로 약속했죠. 중독이니까 이제 그만하자! 고리타분한 애기지만 저와의 약속을 지키고 싶어요.
금단증세는 없나요?
금단 증세가 있었죠. 지금은 너무 편하고 좋아요. 한 번 끊어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