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군인의 탈영 및 자살 소식이 인터넷을 뜨겁게 달군 가운데, 민하영이란 여자가 트위터에 자살한 군인을 비아냥댔다. 이를 접한 사람들은 분노하고 그녀를 응징해야 한다는 움직임 속에 ‘현피’(인터넷상에서 벌어지는 일이 실제로 살인이나 싸움으로 이어지는 것을 뜻한다)할 사람들이 모인다. 인터넷 개인방송으로 현피가 생중계되는 가운데, 정작 그들이 마주한 건 자살로 추정되는 민하영의 시체. 졸지에 현피 멤버들이 살인범으로 궁지에 몰렸고, 그 순간 그녀의 죽음이 타살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그들은 살인자라는 누명을 벗기 위해 민하영의 죽음을 파헤친다.
영화 속 웹 카메라 촬영과 화면 하단의 채팅창을 보면 마치 ‘양게TV’란 이 인터넷 방송의 시청자가 되는 기분이 들기도 한다. 채팅의 속도만큼 영화도 빠르게 전개되지만, 생방송 되는 인터넷 방송처럼 날것 그대로의 느낌도 난다. 속도감 있는 이 방송에 자연스럽게 몰입하게 되고 심지어 채팅에 참여하고 싶은 마음이 든다.
민하영의 죽음이 실시간으로 인터넷 방송될 때 방송시청자들이 아무렇지 않게 ‘ㅋㅋㅋ’거리고 있음에 소름 돋는다. 사람이 죽었는데 그것이 남의 일인 냥. 오히려 ‘너희들이 죽였다’, ‘살인방송이다’라며 마녀사냥꾼들을 마녀사냥 한다. 보이지 않는 손들이 인터넷에서 현피 멤버들을 힐난함은 물론, 주인공 지웅과 용민의 경찰학원 사물함에 욕설이 적힌 메모지들을 붙이기도 한다. 순식간에 가해자들이 피해자로 바뀐 셈이다. 현실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캐릭터였던 지웅이 ‘민하영 네가 죽였지?’하며 트위터에 글을 남기고, 시험공부 중에도 자꾸만 인터넷 카페에 접속할 정도로 변해간다. 무엇이 그를 바꾸어놓았을까?
어쩌면 우린 모두 누군가의 악플러였다. 적극성의 차이는 있겠지만. 악플의 대상이 유명인사일 수도, 연예인일 수도, 아니면 그저 웹상의 한 아이디일 수도 있다. 영화의 오프닝 속 지하철을 기다리는 사람들처럼 모두의 시선이 스마트폰으로 향해있는 지금, 인터넷에는 보이지 않는 사회가 이미 존재한다. 인터넷 속에서 우리는 상호 간 소통으로 보다 즐거운 생활을 누릴 수도 있겠지만, 더욱 직설적인 폭력을 행할 수도 있다.
특히 이 영화는 SNS란 현대적인 소재를 다루면서, 실제 SNS 채팅화면과 인터넷 화면, 스마트폰 화면이 전면에 등장해 신선함을 선사한다. 영화에 나오는 모니터 화면들을 가만히 마주보고 있노라면 SNS세계에서 난무하는 폭력과 마주하게 된다. <소셜포비아>는 이러한 점에서 상당히 흥미로운 영화이다. 그런데 우리는 이 영화를 마냥 즐겁게만 볼 수 있을까?
관객심사단 김은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