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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담 특별초청3 <타이레놀> 홍기원 감독: 생존이라는 병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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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10.05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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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indienow.kr/?p=2383

서독제 팔로우 했다가 이런 코너도 있다는 걸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제 인지함 


타이레놀. 평소 두통에 많이 먹는 약이다. 현대에는 두통, 위염, 편도염 등 다양한 병 앞에 ‘스트레스성’이 붙는 만큼 질병들이 보편화되었다. 이에 따라 약명 두세 개정도 외우고 있는 것은 그리 이상한 일이 아니게 되었다. 통증이 느껴질 때 일을 하는 것은 사실, ‘그래서는 안 되는 일’이다. 아프면 쉬어야 한다. 그러나 우리는 쉬지 않는다. 진통제를 먹는다. 쉬면 생존에서 뒤처지기 때문이다. 알약 하나로 생존을 연명한다. <타이레놀>의 종수(변요한 분)도 마찬가지다.

종수는 살기 위해 약을 먹지는 않는다. 약을 만들어 판다. 제약회사 영업팀에 취직하려고 순수 학문인 화학과는 상관도 없는 취직을 하게 된다. 그렇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제약 회사에서 떠보듯 물어본 “연구직으로 지원해서 계속 떨어졌기” 때문일까. 아니다. 마약 밀매의 경로로 활용하기 위함일 뿐이다. 종수는 사채업자에게 쫓겨서 돈이 급하다. 배운 게 도둑질이라고, 마약 밀매자인 사채업자 밑에서 배달을 하는 재기(나철 분)와 함께 마약을 만들어 배급한다. 영화는 리드미컬하게 약자가 승자가 되는 과정을 그린다. 범죄가 취업이라는 생존 관문의 핵심이 되는 과정을 감각적인 약 제조 영상과 빠른 편집으로 박진감 넘치게 연출한다. 약에 대해 복잡하게 설명하지도 않는다. 범죄를 다루는 영화 장르의 문법과 취업을 소재의 시의성이 맞물려 영화에 빠르게 빠져들게 한다. 순식간에 돈을 벌고 사채업자를 무너뜨린다. 더 ‘큰 손’에게 약을 밀매하기 위해 제약회사의 영업팀에 취업 면접을 본다.

그런데 어딘가 이상하지 않은가. 현대까지 인간의 힘으로 발달한 약학이 고통에서 해방시켜주기는 커녕 더 많은 약을 사게 만들고 있을 뿐이다. ‘약’은, 과연 우리에게 흔히 말하는 ‘약’으로 작용하는가? 약의 목적은 치료인가 진통인가. <타이레놀>은 후자라고 말한다. 타이레놀을 처방받을 때 술이랑 같이 먹지 말라는 약사의 말을 한 번쯤 들어봤을 것이다. 그러나 극 중 종수는 타이레놀 가루를 갈아서 술과 섞어 마약을 만든다. 자본가들의 향락을 위해 만들어진 마약에 ‘그래서 안 되는 일’ 따위는 없다. 누군가의 생존이 누군가에게는 향락이다. 돈이 없어 버둥거리는 약자는 강자를 위해 ‘안 되는 일’을 서슴지 않는다. 그것이 생존의 방식이다. 재기가 마지막에 말하듯 “두통약과 비슷한 한 알의 약”만이 현대인의 생존책이 되었다. 두통약만으로는 생존이 근본적으로 해결되지 않는다. 모범 답안으로 포장되었지만, 실상은 마약 거래의 추악함이 들어있는 종수의 취업 면접 답안처럼, 타이레놀 포장이지만 실상 마약과 다를 바 없는 진통제를 사 먹는 것, ‘그래서는 안 되는 일을 하는 것’이 현대인의 생존 방법이다.

 

관객심사단 이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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