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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담 오 나 이건 진짜 처음 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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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8.24 1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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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개>의 취업준비생들과 괴리감이 느껴지려 한다.

취업은 졸업하고 바로 하긴 했지만, 졸업 직전에 뭘 해야겠다는 게 업슨 채로 마지막 학기에 면접 보러 다녔다. 영화 속에 면접관이 정구에게 "야동 자주 보세요?"란 대사가 실제로 내가 들었던 질문이었다. 면접관 세 명이 다 여자였다. 면접과정에서 안 좋은 기분을 많이 느꼈다. '내가 이 사람, 이 회사에 잘 맞는 사람이 아니구나. 나는 진짜 나를 숨겨야만 회사에 입사할 수 있겠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영화에서 전체적으로 제일 많이 생각했던 게 바로 그것이었다. 바로 나를 숨겨야 하는 것. 이것은 정구가 사제폭탄을 숨기는 것이랑 연결되고, 크게는 효민과의 관계를 끊는 것도 자기 안에 또 다른 자아를 죽이는 것과 연결된다.


정구를 조교로 설정한 이유는? 

교수라는 존재를 꼭 등장시키고 싶었다. 억압하는 존재가 필요했다. 취업 준비를 하는 법도 필요했다. 대학원에 다니면서 취업 준비하는 것이 이상하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둘 다 놓칠 수 없어서 대학원 공간에서 살아가지만, 취업을 준비하고 있는 설정을 했다.


억압의 장치였다는 건데, 영화에 등장하는 사제 폭탄의 폭발 강도는 모르나 어쨌든 터지면 어떤 답답함 같은 것이 나아질 거로 생각하나? 

실제로 내가 폭탄을 터뜨리면 그 순간에야 해소가 되지 않을까? 세상은 달라지 않아도 계속 만들 것 같다. 내 성격을 정구와 효민이 두 사람에게 나누었다. 반으로 나누면 이렇게 될 거로 생각했다.


효민이 방에 있는 벽에 낙서 '모든 것은 불가능하다'가 인상적이다. 

실제론 내가 썼다. 꼭 그 문구를 보여주고 싶었다. 효민 집에선 이게 제일 특징적이지 않은가 싶었다. 그 문구를 생각해낸 과정은 보기보다 거창한데, 시나리오 쓸 때, <피로사회>라는 책을 추천받았다. 현대 사회를 분석한 게 인상적이었다. 저자는 '21세기 우울증이 21세기 현대의 질병'이라고 규정한다. 현대 질병의 이유가 모든 것이 가능하다고 여겨지는 세상에 살고 있는데, 자기는 그게 안돼서, 자기를 착취하기 때문이라는데 그게 마음에 와 닿았다. 모든 것이 불가능하다고 생각하면 얽매일 필요가 없지 않을까. 사람들은 효민은 모든 것을 가능하다고 생각할 것 같은데 왜 그랬냐고 하더라. 나는 그게 좋았다.


효민의 시선에서 정구가 어떻게 보였을까? 

마지막 옥상 장면 대사에서 많이 드러나 있다고 생각한다. 물론 부족한 부분도 있어서 아쉽다. 효민의 마음을 더 보여줬으면 어땠을까 싶다. 직접 말하자면 '형이 날 이렇게 끌어들여서 형이랑 노는게 좋았는데 왜 형은 날 떠나려고 하느냐. 나를 끌어 들여놓고 왜 떠나려고 하느냐?' 이런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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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민의 똘끼를 세상 사람들은 알고 피했지만, 정구는 알고 다가갔다. 마치 연인 사이의 싸움 같더라. 효민은 정구에게 다정함을 원했던 거 같다. 질투와 애증이 분노로 치솟는 느낌이었다.

영화에서는 잘 나타나지 못했는데 내 뜻대로 잘 받아들여 주셨다. 그런데 누군가는 효민에 대한 설명이나 두 사람 관계의 감정을 더 표현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표현을 과하게 하는 것을 싫어한다. 절대로 오버하기 싫다는 강박 때문에 결과적으로 부족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선생님 자동차 폭발, 백화점 앞에서 폭발, 효민이와 결별의 폭발, 그리고 엔딩의 지하철까지 정구의 4번의 눈빛을 이야기해야겠다. 처음에 보였던 희열과 두려움이 마지막에 가서는 두려움이 온전히 거둬지고 마치 희열만 남은 듯 새로운 인격체로 변신한 것 같더라. 철저히 계산된 연기였겠지?

지금 말씀하신 게 정확하다. 연기는 거의 주문을 했다. 서로 대화하면서 합의가 잘 이뤄졌다. 둘의 의견을 잘 섞었다. 그래서 두번째 포인트, 오 형사의 죽음을 기점으로 그 뒤부터 점점 관객들에게서 멀어질 거로 생각했다. 정구라는 인물이 뒤로 가면 좀 더 타자화, 좀 더 괴물로 보이면 좋겠다는 생가을 했다.



여기서 무서운 게 괴물 정구라는 존재를 정확하게 알고 있는 사람들은 어떻게든 피해를 본다. 선생님, 오 형사, 효민 말이다. 백교수는 아슬아슬하게 피해갔지만

어쩔 수 없이 연결되었다. 사회에 안전하게 진입하려면 범죄 부분에 대한 과거를 아무도 몰라야 한다. 그래서 당연히 얘가 안전하라면 다 죽어야 하는 거다. 본 모습을 알면 다친다는 게 결국은 정구의 본래 모습을 숨기고 다시 사회로 들어간다는 거랑 연결된다.



'내 마음의 주인이 되자'에서 '세상에는 공짜가 없다'로 정구이 좌우명이 바뀌게 된다.

캐릭터에 맞췄다. 효민이와의 관계를 끊어야 하니까 포기한 거로 생각했다.



박정구는 폭탄은 오직 자신만이 만들 수 있다는 생각이 있다.

그렇게 보는 게 더 좋다. 엔딩에서 앞으로 폭탄을 만들지 말지가 제시된 건 아니다. 어떤 방향으로 인상을 주는 게 맞느냐에 대해서 영화아카데미에서 시나리오 모니터를 했는데 다들 당연히 앞으로도 만들것 같아야 한다더라. 나는 처음에 아니었다. 끝날때는 다 접고 들어가는 느낌이 강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다른 부분은 소화가 쉽게 되었는데 엔딩은 두 가지 느낌이 있는 것으로 맞춘 것 같다. 다들 만들 것 같다더라 

(헐 난 이부분은 감독님이랑 완전 생각 같은데)



엔딩 장면 이야기 좀 해보자.

처음엔 눈물 날 정도로 슬펐으면 좋겠다 생각했는데 해볼수록 안돼서, 아예 무섭게 괴물이 되는 쪽으로 바꿨다. 아까 눈빛에 대해 이야기해주셨는데, 그때 그 장면의 연기 디렉션이 어려웠던 부분 중 하나다. 표정이 어떻게 해도 마음에 안 들었다. 분노에 차있는 것도 이상했고, 여러 사람이 이래라저래라해서 나도 피곤하고 힘들 때였다.(ㅋㅋㅋㅋㅋ) 정구도 혼란스러워할 때였는데 마지막엔 연기에 몰입한 게 아니라 아무 생각이 없는 것처럼 했다. 정구가 집에 가서 여동생이랑 딸기우유 먹는 생각을 했다고 하더라. 그 톤을 유지했다. 씬 끝까지 그렇게 하고 나니까 좋았다. 뇌를 가볍게 만드니까 나왔다.




백교수는 두 사이코를 한 눈에 알아보지만 방관한다. 권위에 도전하는 효민이는 내치지만 자신의 강아지로 지낼 정구에겐 취업자리도 알선해주더라. 교수의 더러운 양말을 담근 술도 즐거이 마셔주면 사회생활이 편하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나?

내가 경험한 많은 사람들이 그랬다. 현실에서 백교수 같은 사람을 정말 싫어하는데, 그 사람들도 악마는 아니다.실제로 그런 악마는 없다고 생각하고 사이코패스정도 되면 어떨지 모르겠다. 영화에 악마 같은 악당이 나오는 게 싫다. 처음에는 가장 나쁜 사람처럼 보였지만 그런 사람들이 내 편이 되면 잘챙겨준다. 백교수처럼 마초, 꼰대 성향을 가진 사람들 말이다. 캐릭터 전환을 보여주면 좋지 않을까 했다. 



결국 정구라는 가면을 쓴 괴물은 사회구조가 만든 것인가 본인이 선택한 건가?

둘 다 있으면 좋을 것 같다. 영화를 만들 당시엔 의식적으로 사회구조에 근접했었다. 본질에서 들어가면 그렇다. 내가 듣기로는 사이코패스가 실제로 살인 저지르는 건 극소수라더라 . 선천적으로 공감능력이 떨어지고, 남의 감정을 모르는데 정상적인 가정에서 자라면 학습을 할 수 있고, 학습의 경험을 하지 못하면 위함한 사람이 된다더라. 항상 이런거에 관심이 많았다. 그렇게 안될 수 있었는데 왜 그렇게 되었을까? 사실 내가 나를 보면서 많이 생각했다.



자신의 어떤 부분을 보았나?

중3때, 장래의 꿈이 돈을 많이 벌어서 핵폭탄을 만들어서 한국을 지구에서 없애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다. 그 이상한 생각을 하기까지 얼마 안 걸렸다. 중1때까지 착하고 순진했다. 어느순간 내가 이상해진 걸 느꼈다. 왜 나는 이런 생각을 하는지 항상 미스테리였다. 내 잘못이 아닌 것 같았고, 전에는 안그랬으니까. 구조적, 사회적 원인이 있을 것이다. 그래서 영화를 만들 때 언제나 사회 현상을 바라본다. 그 사람이 나빠서가 아니라 사회의 영향이 있을 것이다. 사회에 나쁜 사람이 없다고 생각하는 것도 그런 것이다.



정구도 사람이다 보니 비밀을 공유할 한 사람쯤 필요했고, 효민이를 비밀공유자이자 꼭두각시로 만들었다. 하지만 집행자인 효민이 생산자의 영역을 침범하는 걸 알고 나서는 우발적이 아닌 철두철미한 기회를 노려 제거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섬뜩했다.

그렇다. 결국엔 정구가 더 위험하고 무서운 놈이었으면 ㅈ좋겠다고 생각했다. 효민을 파트너라고 생각한 건 통제하에 있었을 땐데 자꾸 선을 넘으니 위험하다고 생각했고, 그렇게 제거할 수 밖에 없었다.



자라온 환경, 외모, 성격이 다름에도 불구하고 정구와 효민 둘은 데칼코마니 같다. 하나의 자아를 서로 살리고 분리하고 죽이는 과정의 순환이다.

그 이야기는 많았다. 효민이 정구의 또 다른 자아로 보이기도 하고, 아예 그렇게 처리하면 어떠냐는 의견도 있었다. 그걸 명시적으로 하고 싶진 않았고 누군가 그렇게 느껴지기도 한다면 그것도 재미있다고 생각했다. 거꾸로 효민이가 주체적 자아이고, 정구를 사라지게 하면 어떨까 생각도 했다. 영화 파이트클럽의 느낌처럼 말이다.



첫 장편인데 관객에게 바라는 건?

주제는 어쨌든 숨기고 살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정구가 괴물이 되는 순간 안타까워하면서 스스로 모습을 돌아보고, 사회에 대해 생각했으면 좋겠다.



다음 작품 계획은?

구체적인 계획이 없다. 조금의 힌트는 항상 정구나 효민처럼 사회 속에 잘 섞이지 못하는 사람에게 관심과 애정이 많았다. 그런 사람들이 또 나오지 않을까 싶은데 장르적으로 풀면 범죄 이야기가 되지 않을까 싶다. 시놉시스는 아직 없다.


http://www.artpluscn.or.kr/NextPlus_webzine/107/NextPlus_webzine_107_15.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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