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https://worldfigureskating-web.jp/feature/worlds2023/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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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재: 2023년 3월 19일
사이타마 세계선수권을 더욱 즐긴다!
주목할 해외 선수들
© 다나카 노부아키
세계의 톱 스케이터들이 한 자리에 모이는 세계선수권이 사이타마에 찾아온다! 각국의 에이스부터, 끝없는 매력의 베테랑파, 차기 세대를 노리는 라이징 스타까지- 그 활주를 실시간으로 관전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입니다. 게다가 매력이 넘치는 다수의 스케이터 중 World Figure Skating 편집부가 이번 시즌에 주목해온 스케이터들의 활약을 소개합니다. 이번에는 한국 대표 차준환 선수입니다.
<가요제 무대에 선 피겨 스케이터>
*스케이트 아메리카에서 2위를 차지해 시상식에서 화관을 쓰고 웃는 얼굴을 보여준 차준환 © 다나카 노부아키
작년 말, 한국의 음악방송에서 아이돌과 피겨스케이터라는 이색적인 무대가 있었다. 한국에서는 연례행사가 된 연말 최대의 축제 중 하나로, 수많은 스타들이 음악으로 한 해의 마무리를 고조시킨다. 그 무대에 피겨 스케이터가 현역 K-pop 아이돌과 나란히 서, 관능적이면서도 절도 있는 댄스 퍼포먼스를 펼쳤다. 당당히 무대를 소화한 스케이터가 바로 한국 남자의 에이스 차준환이다.
*주니어 시절에 캐나다로 건너가 크리켓 클럽에서 브라이언 오서를 사사 (2016년 주니어 그랑프리 파이널) ©스가와라 마사하루 / 재팬 스포츠
스케이터로서 준환은 주니어 시절부터 지도한 명장 브라이언 오서의 말을 빌리자면 ‘안무도, 스핀도, 카리스마도, 테크닉도 모든 것을 겸비하고 있다’. 경력을 보더라도 2016년 주니어 그랑프리 파이널 3위, 2018년 그랑프리 파이널 3위, 2022년 사대륙선수권 우승. 모두 한국 남성 최초의 메달이자 타이틀로, 21세에 이미 평창, 베이징 올림픽 2번의 올림픽 경험이 있다. 평창 올림픽에서는 16세라는 어린 나이에 모국에서 개최된 대회의 대표로 선발됐고 베이징에서는 네이선 첸, 일본 선수들에 이어 5위-톱 스케이터로서 확실히 자리매김했다.
*이번 시즌, 대학에 다니기 위해 서울과 토론토에서 화상 트레이닝을 실시했다 (2022년 스케이트 아메리카) ©다나카 노부아키/ Shutterz
<모든 것을 겸비한 빙상의 프린스>
그런 “모든 것을 겸비한” 그를 이야기할 때 빠뜨릴 수 없는 매력의 하나는 역시 표현력일 것이다. 10세에 피겨 스케이트를 시작하기 전에는 클래식, 발레를 배운 적도 있어서 몸놀림이 스마트하고 기품이 감돈다.
*2016년 주니어 그랑프리 파이널 프리 '일 포스티노' 연기 ©스가와라 마사하루 / 재팬 스포츠
지금까지 베이징 올림픽에서 보여준 감성적인 ‘투란도트’를 비롯해 관객을 성에 초대하는 부분에서 시작하는 ‘더 프린스’, 생기가 넘치고 스타일리시한 ‘로미오와 줄리엣’ 등 드라마틱한 프로그램이나 현악, 탱고 같은 클래시컬한 댄스 넘버를 특기로 해왔다.
*2019년 사대륙선수권 쇼트 '더 프린스' 연기 ©재팬 스포츠
그렇지만 이번 시즌 준환은 색다르다. 쇼트 프로그램에 ‘마이클 잭슨 메들리’를 선택, 프리는 ‘007’에서 제임스 본드를 연기한다.
‘베이징 올림픽이 끝나고 예술적 측면에서 완전히 새로운 걸 해보고 싶어졌어요. 그간 제가 할 수 있었던 건 지금의 저도 할 수 있어요. 그렇지만 지금 감성을 연장시키기보단 새로운 것에 손을 뻗어보고 싶었어요. -World Figure Skating 97호 인터뷰 발췌’
<엣지 있는 음악성>
‘마이클 잭슨 메들리’는 ‘빌리 진’ ‘스무스 크리미널’을 메인으로 편곡한 정통 마이클 잭슨 메들리. ‘빌리 진’의 인트로는 허리를 튕기는 것으로 시작해 문워크나 머리의 아이솔레이션을 넣으며 진행하는 마이클잭슨다운 움직임을 쿨하게 소화한다. 댄스 감각도 놀랍지만 더욱 대단하다고 생각되는 것이 음악성이다.
*스톱모션의 실루엣도 각이 잡힌 쇼트 마이클 잭슨 메들리 (2022년 스케이트 아메리카) ©다나카 노부아키/ Shutterz
활주는 큰 동작으로 흘러가면서도 엣지 놀림과 상반신으로 음악에 맞춰 세세한 음을 포착해, 팝뮤직의 묘미라 할 수 있는 질주감이 가득한 그루브를 느끼게 한다. 이번 시즌에는 노우드에서 열린 스케이트 아메리카와 콜로라도 스프링스에서 열린 사대륙 선수권에 출전해 본고장인 미국의 관객으로부터도 큰 함성을 받았다.
‘마이클 잭슨은 정말로 열심히 했다고밖에 표현할 수 없어요. 일단 미국에서의 경기였기 때문에 그만큼 감회가 남달랐던 것 같아요. 사대륙선수권에서 마이클잭슨을 연기할 수 있어서 정말 행복했어요. - 2023년 사대륙선수권 스페셜 후 공동 인터뷰에서 발췌‘
<성인 남성을 연기하다>
한편, 프리에서 연기한 제임스 본드는 성인 남성. 포즈를 취한 순간부터 날카로운 시선으로 관객의 마음을 저격한다. 4분 간 연기에서 확실히 완급을 조절해 클라이맥스를 향해 이야기를 고조시켜간다. 프리는 연기력으로 매료시키는 프로그램이다. 마지막에는 여유로운 이나바우어로 섹시함과 품격을 피워올린 뒤, 다시 한번 강력한 시선을 받으면 더 이상 도망칠 수 없다.
*2022년 스케이트 아메리카 프리 '007' 연기 ©다나카 노부아키/ Shutterz
‘이나바우어 부분의 음악은 제임스 본드 최후의 곡이에요. 모든 미션을 클리어한 그가 어떤 사정으로 인해 가족을 위해 죽음을 선택한다는 무척 슬픈 파트예요. 그래도 제 프로그램에서는 이나바우어 후 한 번 더 빌리 아일리시의 ‘No time to die’라는 목소리를 넣었어요. 이 부분은 저희가 지어낸, 제임스본드가 살아있다는 새로운 스토리예요. 그는 죽지 않았다. -World Figure Skating 97호 인터뷰 발췌’
완성도가 높은 연기에 더해 늘씬한 스타일, 무대에 비치는 화려한 아우라는 누가 봐도 매력적으로 보일 것이다. 그것과 동시에 그 안에 있는 유연한 멘털리티는 또한 젊은 나이에 착실히 캐리어를 쌓아가는 한 요인이 되고 있다. 10대 선수들의 활약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질문했을 때는 쑥스럽고 어색한 듯이 살짝 미소지으며 ‘…저도 아직 어리다고 생각해요 (웃음)’ 이라며 말을 시작했다.
*3위에 오른 2022년 NHK 트로피에서 인터뷰에 응해주었다. '일본 팬 여러분께는 감사를 전하고 싶고 또 다음에 사이타마 세계선수권에서 만나길 바라고 있습니다' ©World Figure Skating / 신쇼칸
‘21살도 여전히 어리고, 선수로서 경쟁할 시간이 아직 많아요. 그렇기 때문에 멋진 스케이터들과 함께 겨루는 건 저에게 있어 언제나 자랑스러운 일이에요. 경기장에서 그들과 함께 연습을 하거나 시합을 하고 있으면 제 안에 큰 에너지와 열정을 느껴요. -World Figure Skating 97호 인터뷰 발췌’
2017년 주니어 세계선수권에서 처음 인터뷰를 했을 당시에 인상적이었던 말이 있다.
‘멋진 스케이터 모두로부터 배워가고 싶으니까 '롤모델은 이 사람'이라고 정하고 싶지 않은 것 같아요 -World Figure Skating 78호 인터뷰 발췌’
다른 누구와도 비교할 수 없는, 하지만 다른 누구에게나 자극을 받는다. 자신만의 길을 개척해나가며 여러 가지 매력을 가진 어른의 스케이터로 넘어가려는 현재의 차준환. 그 활주를 부디 사이타마 슈퍼 아레나에서 즐겨주길 바란다.
*2022년 여름 인터뷰의 한 때에 ©마츠하시 쇼코
참고로 서두에 언급했던 가요제에서의 퍼포먼스에 대해 물으니 싱글생글(니코니코😆) 웃으며 회상해주었다.
‘링크가 아닌 지상 무대에서 한 퍼포먼스였기 때문에 춤출 때도 조금 긴장해버렸어요. 시간도 없었고 지금까지 해온 것과는 완전히 다르고요. 그래서 꽤 긴장하고 있었는데 무척 즐겁고 새로운 경험이 됐어요. 가장 기억에 남는 추억 중 하나입니다. - 2023년 사대륙선수권 스페셜 후 공동 인터뷰에서 발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