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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퀘어 20세기 소녀에서 21세기 숙녀로 배우 김유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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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1.22 1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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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 소녀에서 21세기 숙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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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쯤 됐을까. 어느 저녁 인천공항에서 연신 터져나오는 하품을 하며 일행을 기다리던 중이었다. 그때 가족과 함께 있는 한 아이가 눈에 들어왔다. 피곤해서 칭얼거리는 건지, 어리광을 피우는 건지 모르겠으나 단발머리의 아이는 단번에 반해버릴 만큼 예뻤다. 마냥 홀린 듯 보고 있었던가. 아이는 낯선 이와 시선이 마주치자 동그랗고 큰 눈망울로 멋쩍은 듯 웃어 보였다. 그 웃음에 아차 싶어 아이가 민망하지 않게 눈길을 돌렸다. 하지만 힐끔힐끔 쳐다보게 되는 건 어쩔 수 없었다. 계속해서 돌아보게 만드는 매력의 아이, 김유정이었다. 

TV와 스크린을 종횡무진하는 아이의 외모가 일상에서 눈에 띄는 건 당연했다. 김유정은 네 살 때부터 과자 CF를 비롯해 영화 〈친절한 금자씨〉 〈내 생애 가장 아름다운 일주일〉 〈추격자〉 등 굵직한 작품에 적잖이 이름을 올리며 보는 이들의 ‘오구오구’ 추임새를 유발했다. 조금 더 자라서는 〈각설탕〉 임수정, 〈황진이〉 송혜교, 〈바람의 화원〉 문근영, 〈일지매〉 〈동이〉 한효주, 〈해를 품은 달〉 한가인 등 유명 배우의 어린 시절을 도맡으며 아역 배우로 승승장구했다. 의식을 가진 순간부터 계속해서 연기를 해온 셈이다. 

“어느 순간부터 계속 이 일을 하고 있어 처음이 기억나진 않아요. 그렇다고 불만이나 불편한 건 없어요. 더 어릴 때는 힘들기도 했는데 그런 순간들이 있어 더 편안해졌고 재밌게 할 수 있는 힘이 됐어요. 당장 가장 자신 있고, 깊게 고민하면서 할 수 있는 일이 됐으니까요. 배우를 안 했으면 뭘 하고 있을지 종종 생각해보는데 쉽게 떠오르지 않더라고요. 결론은 그런 과정을 통해 지금의 내가 있어 좋다는 거예요.” 

 어려서부터 선배님들과 연기를 해와서
늘 기댈 수 있는 존재가 있었는데 
그런 순간이 조금씩 없어지더라고요. 
스스로 어떻게 헤쳐나가야 할지 고민이 많아요. 
반면 자유롭게 제 의견을 내며 상의할 수 있어 좋아요. 
경력이 많다는 걸 의식하지 않으려 조심해요.

너무 가볍지도, 무겁지도 않게 어린 시절의 사랑스러움을 간직한 채 어느새 숙녀로 자란 그가 반가웠다. 해사한 미소도 그대로였다. 큰 공백기 없이 꾸준히 얼굴을 비쳐온 터라 그와 계속 만난 듯한 착각이 들 정도다. 아역 배우의 난관으로 거론되는 ‘마의 16세’도 고맙게도 정변으로 넘겼으니. 

아역 배우 이미지를 떨치고 김유정의 힘을 온전히 보여준 작품은 〈구르미 그린 달빛〉이다. 남장 내시로 궁궐에 들어가 세자(박보검)와의 사랑을 그려간 이 작품의 인연은 최근 예능 프로그램 〈청춘MT〉에도 소환돼 박보검·진영·채수빈·곽동연과 함께 당시의 설렘을 다시금 느끼게 해줬다. 김유정은 스무 살이 된 이후 〈일단 뜨겁게 청소하라〉 〈편의점 샛별이〉 〈홍천기〉 등에 출연하며 씩씩하면서도 달달한 배우로 성장한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연기는 제가 행복하게 살아가게 해주는 발판 같은 거예요. 내 전부를 완전히 내주면 어느 순간 몸도 마음도 망가질 때가 있잖아요. 그러지 않으려고 노력했어요. 스트레스를 해소할 때도 그전에 필요한 게 이 일이라고 생각했고요. 연기를 해야만 뭔가 해소되면서 즐겁다는 마음이 들더라고요. 너무 가볍지도, 무겁지도 않은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는 거죠.”

최근 김유정은 넷플릭스 영화 〈20세기 소녀〉에서 보라 역을 맡아 사랑스러운 모습을 보여줬다. 영화의 배경은 1999년. 공교롭게도 1999년생 김유정은 태어난 해를 배경으로 10대 시절의 풋풋한 사랑을 그려냈다. 영화에는 당시의 아련함이 묻어나 자연스레 세기말 감성에 젖어들게 만든다. 영화 설정상 성인이 된 보라의 모습도 나오는데 이는 한효주가 특별출연해 연기했다. 〈일지매〉 〈동이〉에서 김유정이 한효주의 아역으로 출연한 적이 있기에 두 배우는 흥미로운 방식으로 인연을 이어온 셈이다. 영화를 본 사람들은 위화감이나 부담감 없이 두 인물을 옮겨가며 몰입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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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감성으로 10대 시절을 표현하는 부분에 가장 중점을 뒀어요. 보라의 말투, 목소리, 톤을 잡는 데도 고민을 많이 했고 첫사랑이라는 주제에 맞춰 ‘처음’의 느낌을 살리려 했어요. 누가 어떤 말을 건넸을 때 나오는 리액션조차 즉각적으로 처음 느끼는 감정을 표현해야 했죠. 어떻게 하면 보는 사람들이 그걸 느끼고 공감할 수 있을까 생각했어요. 잘 표현된 것도 있고 아쉬운 점도 있지만 보라가 순수하고 귀엽게는 나온 것 같아요.”

1999년을 배경으로 한 영화에는 불룩한 컴퓨터 모니터, 플로피 디스켓, 삐삐, 공중전화 등이 소품으로 등장해 그 시절의 감성을 연결하는 흥미로운 매개체 역할을 한다. 김유정은 영화 속 배경에 깊이 공감하기 어려운 나이지만 평소 아날로그 감성을 좋아해 특별한 기분으로 당시를 즐길 수 있었다. 옷도 1990년대식으로 입었겠다, 필름카메라를 갖고 다니며 그때의 느낌을 열심히 남겼다. 마치 20세기로 이동한 것처럼.

또래 배우들과 함께 연기하지만 어느새 그는 현장에서 고참이 됐다. 연기란 상대 배우와 감정을 공유하는 일. 하나의 결과물을 만들어가기 위해 합을 맞추는 게 중요하다 여겨 먼저 손을 내밀어 같이 밥도 먹고, 친밀함을 다져갔다. 햇살 좋은 날, 촬영용 교복을 입고 배우들과 드라이브 스루에서 햄버거를 사서 학교 벤치에 앉아 함께 먹은 기억은 추억으로 남았다. 학창 시절의 감정이 새록새록 떠올랐고 서로 가까워진 마음은 영화에도 오롯이 담겼다. 

“어려서부터 선배님들과 연기를 함께 해와서 늘 기댈 수 있는 존재가 있었는데 그런 순간이 조금씩 없어지더라고요. 스스로 어떻게 헤쳐나가야 할지 고민이 많아요. 반면 자유롭게 제 의견을 내며 상의하는 건 좋아요. 경력이 많다는 걸 의식하지 않으려 조심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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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 담긴 시선으로 김유정의 인생에서 중요한 요소는 사랑이다. 인스타그램 아이디도 @you_r_love.  세상을 향한 시선에 애정을 담으려 한다. 사랑은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고, 일에 대한 열정을 샘솟게 하니까. 가끔 사랑하는 대상을 써내려 가기도 한다. 반신욕 할 때 따뜻한 물이 감싸주는 느낌, 겨울에 눈이 소복하게 쌓인 나뭇가지, 찬바람 깊이 들이마시기 등 일상을 보내면서 마음을 단단하게 지탱해주는 것들이다. 요즘은 그 대상을 더 넓혀가는데, 혼자 조용히 걷거나 운동을 즐긴다. 얼마 전까지는 캠핑, 레진아트, LP 수집, 그리기 등을 하며 취향을 파악해갔다. 많은 경험을 해보며 자신에게 잘 맞는 걸 찾기 위해서다.

“30대가 되면 지금과는 다르지 않을까요? 분위기라든지, 생각하는 거라든지. 차분하게 나이 들고 싶어요. 뭔가 형용할 수 없는 고유성을 가진 30대의 저를 그려봐요. 지금 갖고 있는 것들을 응축해서 가져가고, 트렌드를 좇기보다 있는 그대로의 나를 지키고 싶은 거죠. 아, 트렌드도 놓치고 싶진 않네요.” 

어떤 분야의 전문가가 되기 위해 1만 시간이 필요하다고 한다. 김유정은 어느 순간 ‘짠’ 하고 등장하지 않았다. 다른 아역 배우들처럼 조용히 사라지지도 않았다. 기억나지 않는 순간부터 연기해온 그는 자신의 일에 1만 시간 이상을 할애하지 않았을까. 이는 그가 20대 배우들 가운데서도 안정적으로 역할을 소화할 수 있는 배경일 것이다. 

처음 연기를 시작한 순간이 언제였는지 기억나지 않을 정도로 배우 생활을 해왔지만, 그의 인생에서 연기는 주요한 축이자 당연한 일부가 됐다. 김유정의 훗날을 조심스레 그려본다. 애정 가득한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며 스스로를 제대로 알아가는 시간을 거친 그는 얼마나 더 충만할까, 얼마나 많은 이야기를 표현해낼까. 계속해서 돌아보게 만드는 매력도 잃지 않을 테니. 유년기부터 마음속에 각인된 김유정의 성장하는 20대, 30대도 기꺼이 바라보고 싶다. 

출처 : 톱클래스(http://topclas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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