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 오늘 투자 심의 말이야
그, 인공 지능 스피커 장영실이도 리스트에 있지?
그거 빼, 걔 바보야 말귀를 전혀 못 알아들어
뭐래, 수준급?
야, 언저리급도 안 돼
날씨 얘기하라니까 말도 안 되는 운세 얘기하고 있고
조상님 이름에 먹칠을 해도 유분수지
어디 감히 장영실 이름을 달고 그따위 헛소리 하고 있어
잔말 말고 빼
/
저예요, 할머니
/
아, 없다고 몇 번을 말해요
저 잘삽니다 좋아요, 더할 나위 없이
체지방 9%, 신체 건강하고
집도 자가에 차도 있어요
작년만 해도 연봉 2억에 상여가 15억 개인 투자는 그 이상입니다
/
지금까지 내가 투자를 검토한 곳이 천 개 정도 됩니다
투자한 곳은 한 서른 개가 좀 넘고
투자한 곳 중에 후속 투자 못 받은 스타트업이 네 개입니다
투자 안 한 곳 중에 성공한 스타트업은
제로
없습니다
난 이 두 번째 기록을 깨고 싶지가 않아요
그래서 당신들한텐 절대 투자 안 합니다
얼리라서가 아니에요
/
죄지었어? 왜 숨어 있어?
/
도움 됐어요 당신 이미 여기서 잘나가는 CEO 됐으니까
(제가요? 왜요?)
나랑 같이 있잖아요
(자랑입니까?)
솔직한 겁니다
/
운전할 줄 알죠?
(예, 뭐, 할 줄 알죠)
아아, 그런 대충 하는 대답 나 불안해
내 차 비싼 차입니다
나도 아까워서 진짜 못 타는 세컨드 카…
됐고
조심해서 데려다줘요
/
기술 좋겠죠!
사업 계획서 보니까 기술 자랑 잔뜩 해 놨더구먼
그럼 뭐 합니까?
투자자가 혹할 게 하나도 없는데
어떤 비즈니스 모델인지 뭘로 지속적인 수익을 창출할지
뭐 하나 똑떨어지는 게 없잖아요
쪽집게 과외, 원 포인트 레슨?
뭐, 그런 꼼수로는
샌드박스 어림도 없어요
/
까려고 곱게 하는 겁니다, 까려고!
어차피 안 탈 차면
그냥 멋지다 덕담만 해 주고 끝내면 돼
내가 탈 생각이 있으니까
타이어 갈았냐, 라이닝 문제없냐
깐깐하게 체크하고 쓴소리를 하죠!
당신들 차를 내가 진짜 탈 생각 있으니까!
/
돈으로 갚을 수나 있었으면 좋겠네
https://gfycat.com/NeedySnoopyDairycow
/
달미 안 다쳐요, 할머니
제가 다치게 안 해요
/
대표 그만둬요
당신한텐 대표 DNA가 없어
여러 사람 힘들게 하지 말고
샌드박스 가게 되면 CEO부터 영입해요
당신 회사는 제대로 된 대표가 필요합니다
(지금 제가 대표로서 자질이 없단 뜻인가요?)
네
/
아유, 무서워
그 말이 제일 무섭네
아, 지금까지 몰라서 그 지경이었나?
내가 김용산, 이철산이면
당신한테 지난 2년 배상하라고 했을 겁니다
왜요, 열받나? 분해요?
아직은 화낼 자격 없어, 팩트니까
뭐, 나중에 샌드박스 붙으면 그때 화낼 기회 줄게요
/
후회한 적 없어요?
아니 저 대신 달미가 대학 갈 수 있었잖아요
할머니 가게도 지킬 수 있었고
저놈 괜히 거뒀다
한두 번은 후회했을 거 같은데?
아씨, 별게 다 아쉽네
/
그렇지만 당신들이 오답인 건 장담합니다
지난 2년간 AI 잘 안다는 당신들이
피칭으로 투자를 유치한 적 있습니까?
지금까지 안 된 게 오늘 갑자기 된다는 확신은 있고요?
그렇게 절박하면 틀린 답 말고
적어도 다른 답을 내놓는 게 상식 아닙니까?
/
말 잘하네, 남도산 씨?
더듬지도 않고 눈도 안 피하고
왜 나한테 화내는 거 같지?
샌드박스 붙었다?
자격 생겼으니까 이제 화내시겠다?
/
언제까지 '앞으로' 타령만 할 거지?
'앞으로' 타령할 거면 투자금 말고 복채를 받으라 그래
그래? 그럼 대답해 봐 월 버닝은 얼마지?
그래 갖고 BEP는 언제로 보나
강운병원 측 계약서는 확인해 봤나?
기술 진입 장벽을 몇 년으로 본 거지?
작년도 인건비가 비정상적으로 늘었는데
이유는 파악해 봤나?
취지 좋지
근데 취지만 좋아서 문제지
가치 창출 못 하는 자선 사업 하는 데
왜 힘들게 모은 우리 LP들 돈을 써?
자기 돈으로 사업하라 그래 자기 돈으로!
/
날 선택하면 후회할 텐데
두고 봅시다
/
지분을 아주 아름답게 나눴네요
장담하는데 이 주주 명부를 보고 투자하는 멍청이는
전 세계에 단 한 명도 없을 겁니다, 왜?
이 아름다운 지분이 결국 대표의 발목을 잡을 테니까
https://gfycat.com/ShockingInfamousAmericancrocodile.webm
/
이런 일을 막으려면
초반에 키 맨한테 지분을 몰아줘야
당신들 뜻대로 회사가 버팁니다
(키 맨은 어떻게 정하는데요?)
간단해요 이 삼산텍을 놓고 봤을 때
빼고 생각할 수 없는 사람
(그럼 그 한 사람한테 지분을 얼마나 몰면 됩니까?)
최소 60, 나라면
90 이상
/
답 줄게요 자, 첫 번째 질문
'좋은 CEO란 뭘까요?'
없어요, 그런 거
좋은 정치인만큼이나 말 안 되는 소리입니다
정치나 경영은 수능이 아닙니다 정답이 없어요
근데 왜 자꾸 없는 답을 찾습니까?
그러니까 답을 찾지 말고 선택을 해요
무슨 선택을 하든 욕은 먹습니다
그 욕먹는 걸 두려워하면 아무 결정도 못 해요
결정 못 하는 대표는 자격이 없죠
서달미 씨는 뭐가 되고 싶은 겁니까?
좋은 사람? 아니면 CEO?
/
두고 봐?
내가 왜?
두고 못 봐, 난!
/
덤 아닌데
누굴 덤으로 도와줄 만큼 나
인심 좋은 사람 아닙니다
한가한 사람도 아니고
(그럼 왜 저까지 챙겨 주시는데요?)
회수하려고
(네? 회수요?)
나 투자자입니다
공짜로 도와주는 거 아니니까 나중에 열 배로 갚아요
/
이런 오지랖
왜 떱니까?
상대가 원치 않는 호의는 오지랖입니다
내가 언제 서달미 씨한테 이걸 사 달라고 말했습니까?
왜 이런 쓸데없는 짓을 해서 사람을…
난 이런 오지랖 싫습니다
미치겠네, 진짜
/
서비스 이름도 좋네, '눈길'
근데 이 좋은 게 왜 그동안 안 나왔을까요?
알죠, 미국의 구글이랑 MS가 하고 있죠
근데 그걸 일개 스타트업이 하시겠다?
/
아니, 아니, 잘 못 들었는데?
이봐요, 잠깐만, 서달미 씨
다시 생각해 봐요
이거 눈길이 아니라 고생길입니다
남 좋은 일 하다가 다 굶어 죽어요
당신이 다칠 수도 있다고
/
브레이크 없는 차는 속도 못 내요
벽에 박아야 서는데 속도를 낼 수가 있나
https://gfycat.com/AncientYellowishLadybug
/
네, 남이 운전하는 차에서
아주 곯아떨어지셨습니다
/
그럼 바꿉시다
한강 뷰 아파트랑 차보다 비싼 시계 줄 테니까
그 딱 하나랑 바꿔요
/
제가 안 멀쩡해요
신경 쓰이고
욕심나고 억울하고
나 이게 지금 뭐 하는 짓인지…
그러니까 왜 안 되는데요
왜 도산인 되고 난 안 되냐고요!
그래요, 맞아요
이러면 안 돼요
애초에 이러면 안 됐어요
애초에 할머니를 만나지 말았어야 되는데
저 진짜 잘 살고 있었거든요?
부족한 거 없이 잘!
괜히 그 순딩이 소리에 놀아나 가지고
되지도 않는 오지랖 부렸네요
그때처럼 또 등신짓 했어요!
/
언젠가
나를 알아주길 바랐고
나를 봐 주길 바랐는데
이런 눈은 아니었다
후회는
늘 뒤늦게 찾아온다
/
오지랖 아닌데
좋아합니다
이 말을 국수 비비면서 하게 될 줄은 몰랐는데
내가 서달미 씨를
좋아해요
솔직하고 싶어서 하는 말입니다
부담 주려고 하는 말 아니고
그냥 내 감정일 뿐이고
대답을 바라는 것도 아니니까 한 귀로 흘려요
이걸로 서로 불편하고 피하고
아휴, 그런 거 구질구질해서 싫고
먹어요, 불겠다
/
나 서달미 씨한테 좋아한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이제 더는 좋은 형 노릇 못 해요
조언도 안 하고 빌려주지도 않을 겁니다
차도, 옷도, 시계도
그리고 내 과거도
/
투스토니 글로벌이니
규모에 연연하는 순간 무대는 부담이 됩니다
여러분의 사업 철학과 맞는 투자자를 찾는다 생각하세요
부담은 두고 자신감만 들고 무대에 서요
지금 당신이 얼마나 신나고 가슴 뛰는지만 전달해도
성공입니다
쫄지 마세요
/
난 고백을 국수 비비면서 하게 될 줄은 몰랐어요
담담한 척, 쿨한 척했는데
아, 나 속으로는
나 속으로 엄청 떨었어요 어, 엄청
솔직히 대답해 주길 바라죠
한편으론…
한편으로는 겁도 나요
아니라 그러면
끝이잖아요, 영영 끝이잖아
무서워
후회도 돼요
고백하지 말 걸 그랬나
끝까지 숨길 걸 그랬나 뭐…
/
2년 안에 새 기종들은 전부 배터리 일체형으로 바뀝니다
이 정보를 대표님은 몰랐나요?
몰랐다면 대표님은 대표 자격이 없습니다
정보력이 형편없다는 뜻이니까
알았나요, 몰랐나요?
그럼 더 문제입니다
알고도 투자받으려고 했다면, 대표님
이건 사기예요
/
계약은 끝났고
내 탓 네 탓 따질 상황 아니에요
굳이 따지자면 계약서 확인 안 한 당신들이 가장 큰 책임이니까
그냥 받아들이세요
투스토가 30억이나 주고 인수한 건
눈길 서비스의 사업성이 아니라
눈길 솔루션의 정확도 때문이에요
그래서 두 사람이 해고되는 거고
저들이 남는 겁니다
/
나 순딩이 아니에요
할머니
저 한참 잘못 봤어요
저요
남이 상처받든 말든 막말하는 개차반이에요
세상 잘난 척 다 아는 척하면서
아무것도 모르는 등신이라고요
저 순딩이 아니에요
/
우린 맨날 국수만 먹네요?
/
내 손이… 컸네
내가 만들어 주는 송편은 싫은가 봐요
/
달미 씨는 아직도 내가 많이 부담스럽나?
그러지 않았으면 좋겠는데
달미 씨가 힘들 때 생각나는 사람이었으면 하는데
제일 먼저
/
'의미…'
'의미라…'
'글쎄요'
'의미 있죠'
'내 마음을 받아 달라는 의미?'
/
진정될 때까지
이러고 있어요
/
나 자격 있는 거 같은데
(설마 뭐…)
네, 그 설마 맞습니다
3년은 꽤 긴 시간이잖아요 관계가 변할 만큼
충분히 길죠
/
조언을 해 줘야 되는데
개인적인 변수가 너무 많아요
그래서 하기 싫어
/
싫습니다
남자로서 말리고 싶어요
그렇지만 투자자로서 의견을 말한다면
서로에게 좋은 파트너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
됐어
이걸로 충분해
/
나 이런 상황이 닥치면 되게 쿨하고
근사할 줄 알았는데
어쩔 수 없이 못나지네요
괜찮지도 않고
하긴 뭐, 쿨하고 괜찮으면
내가 당신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는 얘기겠지
나도 미안해요
이 한심한 짓을
좀 오래 할 거 같네
/
할머니가 그랬잖아요, 저기…
잘 먹고 잘 살면 연락하지 말라면서
나 요즘 지나치게 잘 먹고 잘 살아요
그래서 내가 요즘 좀 바빠요
나중에 힘들면 내가 따로 연락할…
(그러지 마 잘 먹고 잘 살아도 연락해 자주 와 별일 있어도 없어도 그냥 와)
뭐, 별일 없는데 왜 가요....
/
대표님 목소리가 좋아서요
(제 목소리요?)
1억을 투자하고 3억을 기부하죠
전 지분은 많이 필요 없습니다
대신 저한테도 좋은 친구들을 매칭해 주세요
어떻습니까?
/
해 봐요, 들을 준비 됐으니까
대신 고마웠다, 미안하다 이건 아니까 빼고 해요
고맙다는 말은
그동안 당신한테 지칠 정도로 들었어요
이미 갚고도 남아
그리고 그 시절 나도 친구 하나 없었고
당신 편지로 꽤 위로받았으니까
우리 고마운 건 서로 퉁칩시다
됐죠?
/
내 두 번째 기록을 기억합니까?
청명컴퍼니를 놓친다면 그 기록이 깨질 거라고 생각해요
솔직히 투자자로서
욕심납니다
아주 많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