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카테에서 이번 아이스쇼를 보고 준환이 이나바우어 등등이 많이 늘었단 말이 나왔는데 나도 백 배 동감해
그런데 하나는 짚고 넘어가고 싶어
이런 요소들은 엣지를 어떻게 컨트롤하느냐를 따지는 기술이고 유연성은 어디까지나 그다음에 오는 부차적인 문제야
여기 부츠 한 켤레가 있어
안쪽 날은 인사이드 엣지, 바깥 날은 아웃사이드 엣지라고 불러
발레의 여러 포지션 중에 4번째 포지션 발 모양 주목
피겨 스케이팅의 이나바우어는 바로 이 발레의 4번째 포지션에서 왔어
그래서 오른발과 왼발 엣지가 평행한 게 제일 중요한 기술이야 허리와 등을 젖히지 않아도 그것만 잘 지키면 이나바우어 기술이 성립돼
빙판 위에서의 제4포지션
이제 엣지를 알아보기 쉽게 움짤이 아니라 정지된 준환이 사진들로 이나바우어를 보자
상체의 아름다움도 중요하지만 이나바우어의 가장 큰 포인트는 엣지
앞쪽에 있는 다리는 굽히고 뒤쪽에 놓인 다리는 좀 더 곧게 펴야 함
이때 앞에 위치한 다리를 leading leg라고 함
앞에 있는 부츠의 엣지가 안이 아니라 바깥으로 향해 있음 = leading leg의 엣지가 아웃
그렇다면 이는 아웃사이드 이나바우어
왜 아웃인지 모르겠다면 다시 위에 있는 부츠 그림을 한 번만 더 보고 올 것
어떤 이나바우어를 하든 간에 뒤쪽에 위치한 엣지는 항상 인사이드로 고정되어 있어 그러니까 앞쪽만 보면 돼
준환이가 그린 그림에서도 그 디테일이 잘 살아있지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럼 계속해서 leading leg 엣지를 보자
익숙해지고 나면 움짤로 봐도 아웃사이드 엣지인 게 눈에 들어와
양발이 다른 엣지+깊은 엣지를 오래 유지하는 컨트롤, 빠른 속도감, 넓은 아이스 커버리지
https://gfycat.com/SeriousIdenticalHochstettersfrog
https://gfycat.com/LeadingBelovedBug
https://gfycat.com/GleefulBadHyena
https://twitter.com/180ENTJ/status/1513036745293529088
이나바우어는 선수가 편한 대로 혹은 곡과 안무에 잘 어울리는 쪽으로 인사이드 엣지, 아웃사이드 엣지 양쪽 다 쓸 수 있어
인, 아웃, 그리고 안도 바깥도 아닌 중립 엣지 이나바우어를 하는 선수도 많아 선수가 앞쪽 엣지를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이나바우어의 경로는 깨끗한 직선이 되기도 하고 멋진 커브를 그리기도 해
일반적으로는 인사이드보다 준환이처럼 아웃사이드 엣지를 써서 이나바우어를 하는 게 좀 더 어렵다고 하더라 두 발의 엣지를 서로 다르게 유지해서 스피드를 내려면 컨트롤이 좋아야 하고 마찰력 문제 같은 것도 발생하니까
이게 인사이드 엣지를 쓴 이나바우어야
엣지가 둘 다 안쪽으로 눕혀져 있는 게 보이지?
정면에 가까운 측면에서 보는 인엣지 이나바우어는 이런 느낌 양발 엣지가 앞도 뒤도 확실히 안쪽
피겨 영상을 보다가 어... 저 동작은 이나바우어 같은데 왜 내가 자주 보던 준환이 거랑은 뭔가 좀 다를까? 싶다면 아마 인사이드 이나바우어일 가능성이 높아! 많은 선수들이 이 기술을 연결 동작으로 사용하기 때문에 플그에 숨은 그림 찾기처럼 찾아보는 것도 재미있어
준환이는 인사이드 엣지 이나바우어를 한 적이 없냐고?
물론 있지 그것도 아주 아름답게
이 동작이 트위즐
제자리에서 도는 스핀 ❌
이동하는 트위즐 ⭕
트위즐은 이동
https://twitter.com/cherish_junhwan/status/1693280293070029110
이 동작이 일루전
스핀에서 더 많이 볼 수 있는 기술이야
한 다리를 축으로 다른 다리와 상체는 사선(/)을 그리며 업앤다운
그다음에 이어지는 인사이드 이나바우어
직후에 관객들의 박수가 나왔지
https://twitter.com/ju_ni_ya/status/1513033332132814851
https://twitter.com/tto_1021/status/1525530261315760130
https://x.com/_clean_clean/status/1781316084324614236
준환이 프로그램에도 여기저기 인사이드 이나바우어가 많이 들어가 있어
투란 이나바우어처럼 길게 하지 않아서 의식하지 못하는 거지 일단 한번 알아보면 다음부턴 얼마나 많이 쓰는 기술인지 실감할 거야
시계공 56초쯤에 나오는 엣지 포지션도 이나바우어
https://twitter.com/roselinewinte10/status/1489892250989449216
아웃사이드 이나바우어+상체 레이백+팔 안무
얼음 위로 선명하게 그려지는 두 엣지의 평행한 궤적도 놓치지 않기를 어쩌면 그게 이나바우어의 진정한 본모습이니까
이제 스프레드 이글-베스티 스쿼트-캔틸레버 차례임
세 기술이 모두 같은 엣지 포지션을 취한다는 것을 알았다면 당신은 이미 피알못이 아닙니다
스프레드 이글
날개를 활짝 펴고 창공을 가르는 독수리처럼(eagle) 팔과 다리를 펼쳐(spread) 활강한다
아웃사이드 엣지인 걸 알아봤다면 당신은 이미 피알못이 아닙니다22222
스프레드 이글 2번, 차례로 어떤 엣지를 썼는지?
정답, 순서대로 아웃사이드-인사이드
시계공은 지휘자가 잃어버린 오케스트라 단원들을 찾아 떠나는 여정을 그린 프로그램으로 음악에는 현악기가 많이 쓰였어
그래서 스프레드 이글 안무를 보고 상체도 엣지도 모두 현을 내리긋는 바이올린 활이 떠오른다고 한 해외팬 감상을 너무너무 좋아해 악기와 스토리가 몸짓으로 다 표현됐다는 말이니까
정리를 해보자면 스프레드 이글은 양발로 얼음 위를 시원하게 미끄러지는데 엣지 방향은 오른쪽 왼쪽 일직선으로 나란히 나란히, 발뒤꿈치는 서로 마주봐야 함
이것도 발레에서 기원한 동작이니 다시 위로 올라가서 2번 포지션 체크
하도 멋진 기술이라 여러 가지 변형도 많이 나오게 됐음 스프레드 이글 자세에서 빙판과 평행하게 무릎을 굽히면 베스티 스쿼트
https://twitter.com/skate_with_2D/status/1431937139487297540
https://x.com/flipinmilano/status/1816489161765122148
준환이는 베스티 스쿼트를 한 적이 없는 것 같겠지만 투란도트 코레오 시퀀스에 있어 로줄에도 있었지
스프레드 이글에서 상체를 아예 뒤로 넘겨버리면 그게 바로 캔틸레버
등이 젖혀진다는 추가 조건이 생겼으니 코어힘, 유연성 좋은 선수들이 주로 할 수 있는 기술이지만
https://gfycat.com/AgitatedTidyElk
가장 중요한 건 이번에도 역시 엣지의 깊이와 컨트롤
엣지가 누웠네 누웠어
https://gfycat.com/GrandElasticCrocodileskink
이건 부수적인 지식이지만 캔틸레버는 건축학에서 많이 쓰이는 용어야
캔틸레버 의자인데 왜 피겨 기술에 그런 이름이 붙었는지도 감이 좀 오려나?
cantilever, 외팔보
한쪽만 고정되어 발코니, 다리 등의 구조물을 지지하는데 쓰이는 들보
고정된 의자 다리가 앞뒤 양쪽에 있는 게 아니라 앞에만 있어
캔틸레버 건축과 캔틸레버 동작이 공중에 떠 있는 듯한 느낌을 준다는 게 어떤 의미인지 알 것 같지?
피겨 선수 덕질에 이런 건축학 용어까지 알아야 할 필요가 있는지 궁금한 백성들 있을 것 같아 몰라도 됨❗ 근데 알아서 손해볼 것도 없다고 생각해😁
아무튼 캔틸레버도 저런 의자나 건물처럼 지탱하는 팔 없이 엣지와 코어힘만으로 잘 버티면 더 멋있음
https://twitter.com/ju_ni_ya/status/1502511633251573762
https://gfycat.com/AgreeableOilyCollie
정말 직관적인 이름 외팔(로 버티는 들)보......
참, 이나바우어는 무슨 뜻이냐면 사람 이름이야 Ina Bauer 선수님 기술 만들어주셔서 감사💙 캔틸레버도 특히 잘하던 Iila Klimkin 선수 이름을 따서 클림킨 이글이라고 많이 불러 클림킨 선수가 하던 스프레드 이글이라는 뜻으로 특히 일본에서 캔틸레버 대신 많이 쓰는 용어야 지금은 기술에 사람 이름을 붙이는 게 금지된 시대라 정식 명칭은 아니지만
<iframe width="560" height="315" src="https://www.youtube.com/embed/IhItfH3cL8M?start=201" title="YouTube video player" frameborder="0"></iframe>
얼마나 잘해서 아예 기술에 이름을 붙이기까지 했을까 의아할 때 봐야 할 영상
꼭 소리 켜고 보면 좋겠어 음악적인 표현과 타이밍까지 완벽한 캔틸레버를 보여주고 있거든
.........마무리는 어떻게 써야 하지?
이번 SOI 기간 동안 준환이의 이나바우어와 캔틸레버는 확실히 더 좋아졌어
이나바우어와 캔틸레버의 상체 포스쳐도 전체적인 밸런스도 이전보다 더 아름다워졌어
그렇지만 언제나 먼저 짚어줘야 하는 건 엣지가 안팎으로 얼마나 깊은 정도인지 하는 것!
훌륭한 컨트롤, 하나 더 스피드, 마지막으로 아이스 커버리지 이러한 부분을 챙겨야 한다고 말하고 싶었어
유연성 칭찬하지 말란 소리 ❌❌❌
기본기의 훌륭함을 알아보면 더 좋단 말 ⭕⭕⭕
그래서 스브스 해설위원님도 늘 깊은 엣지의~ 캔틸레버~ 라는 말을 빼먹지 않으시는 거라고 생각해서ㅋㅋㅋ
그냥 캔틸레버라고 기술명만 말해주면 안 되나? 안 되지 안 돼 엣지 깊이를 보라고 언급하지 않으면 모두들 저건 등이 확 젖혀지는 게 제일 중요한 기술이라고 착각할 거야
피겨 올드비와 뉴비가 일치하는 지점이 있다면 이나바우어, 스프레드 이글, 스파이럴 너무너무 좋아!!!!! 이런 마음ㅋㅋㅋㅋㅋㅋㅋㅋ
왜 그렇게 모두들 이런 기술에 열광할까 자세가 예뻐서? 그런 까닭도 크겠지만 스케이팅의 본질과 저 기술들이 맞물려서가 아닐까 탁 트인 공간을 시원스레 활주하며 자유롭게 날아가고 싶다는 인간의 본능이 반영된 거라고 생각해
함께 읽어보면 좋은 글들
https://theqoo.net/2412950518
https://theqoo.net/2355741834
https://theqoo.net/2342125867
틀린 부분 지적 환영합니다💙 맞게 썼나 두근두근 긴장하고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