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 슼에 없는거 같아서 나중에 복습하려고
연모 관련된 거랑 개인 이야기라도 좀 내용이 드라마랑 이어지는건 발췌해서 슼 해놓는 건 괜찮지? 문제되면 말해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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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연모〉 봤어요?
네, 봤어요.
저는 딱 어제 것만 놓쳤어요. 어땠어요? 16화 재미있었나요?
재미있었어요. 그런데 그게 사실… 주관적으로 재미있을 때도 있기는 한데요. 저는 아무래도 제가 나온 작품을 객관적인 시각으로 보게 되니까, 재미를 느끼기보다는 걱정을 많이 하게 되는 것 같아요. ‘이 장면을 보면서 사람들이 어떤 반응을 보일까’ 계속 그런 생각을 하면서.
배우들은 대부분 그런가 봐요. 제가 인터뷰한 분 중에는 심지어 본인이 나온 작품을 아예 잘 못 본다는 분도 있었거든요.
저는 제가 나온 게 아닌 것도 잘 못 봐요.
본인이 출연하는 작품이 아니어도?
네. 어느 순간부터 작품을 보면 긴장감을 좀 느끼게 되더라고요. 실생활에 맞닿아 있는 뭔가가 나온다거나 어느 순간 배우들의 연기가 보인다거나 하는 순간에. 그래서 쉴 때는 뭘 잘 안 봐요. 뭘 보고 있으면 도무지 쉬지를 못하니까요. 한편으로는 그게 배우로서 직무 유기를 하고 있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드는데요. 그래도 뭐, 이게 제가 이 일을 해오면서 찾은 저만의 방식인 것 같아요. 쉴 때는 온전히 쉬는 게.
작품 끝나면 아무것도 안 하고 집에서 확실히 쉬는 편이라고 들었어요. 어디 잘 나가지도 않고. 〈연모〉가 넷플릭스 글로벌 시청 콘텐츠 10위 안에 들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는데, 그걸 실감할 기회는 많지 않겠네요.
맞아요. 제가 원래 잘 돌아다니지 않는 성격이기도 하고, 밖에서 누가 “박은빈 아니에요?” 해도 “저 아니에요” 하고 넘어가는 편이거든요. 그래서 〈연모〉뿐만 아니라 그동안 한 작품들의 인기를 피부로 느낀다거나 했던 적은 없는 것 같아요.
요즘은 인터넷으로도 인기를 실감할 수 있잖아요. 〈연모〉는 기사나 영상에 달리는 댓글만 봐도 반응이 뜨겁고요.
찾아보겠습니다.
‘쉴 때는 아무것도 안 한다’는 말씀이 누워서 휴대폰으로 이것저것 검색해보는 정도도 하지 않는 수준을 말한 거였군요.
그러니까 그게, 시간의 가치가 상대적인 것 같아요. 30분이 주어져도 시간이 많다고 생각하고 이것저것 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저는 사실 30분이 주어지면 그냥 있고 싶거든요. 지금은 또 제가 바로 차기작을 해야 하는 상황이라 마음의 여유도 없고요. 만끽할 여유가 없는 거죠. 그렇게 남겨주신 댓글은 계속 남아 있는 거니까, 제가 뒤늦게라도 시간이 나면 꼭 찾아 보겠습니다.
마음의 여유. 듣고 보니까, 그런 반응들이 원동력이 될 수도 있겠지만 또 한편으로는 괜히 들뜨게 하고 여러 부분에 신경을 쓰게 하는 측면이 있기도 하겠네요.
그렇죠. 제가 단단해 보인다, 기복이 없어 보인다, 그런 말을 많이 들어요. 그런데 저는 제 내적 욕동을 알잖아요. 마냥 평온한 건 아니거든요. 그렇게 봐주시는 건 제가 제 안에서 균형을 찾고자 하는 노력을 계속하고 있기 때문인 것 같아요. ‘지속적으로 건강한 상태란 무엇일까’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하기도 하고, 또 뭔가 불균형한 상태가 되면 일단 제 자신부터 불편함을 느끼거든요. 그래서 주위에서 친구들이 기쁘거나 들떴을 때 저는 좀 비관적인 편이고, 반대로 사람들이 너무 걱정할 때 저는 또 낙관적이기도 하고, 항상 이렇게 살았던 것 같아요. 스스로의 항상성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하는 부분이 있는 거죠.
메이킹 필름을 보니까 촬영 중간에는 굉장히 유쾌하고 장난도 많이 치더라고요. 그런 부분도 항상성과 관련 있는 걸까요?
맞아요. 그건 촬영장의 에너지를 제 나름대로 고취시키는 부분에 가까울 것 같아요. 작품에 대한 책임감은 어릴 때부터 많은 편이었는데요. 요즘 들어 좀 다른 종류의, 현장에서의 역할에 대한 책임감이 생긴 것 같거든요. 특히 〈연모〉에는 제 또래나 저보다 더 어린 친구들이 많았기 때문에 중심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던 것 같아요. 그래서 시시때때로 낮아지는 텐션을 끌어올리기 위해 노력했죠.
〈연모〉를 택한 이유는 ‘내가 언제 왕을 연기해보겠나’ 하는 생각이 들어서였다고 했어요. 촬영이 다 끝났는데, 만족스러웠을까요?
네. 해보지 못했던 걸 정말 원 없이 해본 것 같아요. 사실 제가 세자나 왕을 연기한다는 건 꿈조차 품어보지 못했던 일이거든요. 그래서 대본을 보는 순간, ‘내가 이런 역할을 해볼 수 있다고?’ 하면서 굉장히 새로운 꿈이 생기는 느낌을 받았어요. 그래서 만약 아쉬운 점이 좀 있다 해도 제 스스로 돌아보기에는 만족스러운 것 같아요. 그런 마음으로 다들 어려운 도전이라고 했던 작품에 임했고, 무사히 마쳤으니까.
부담은 없었어요? 남장 여자라는 설정으로 시청자를 납득시키고 몰입하게 만들 수 있느냐 하는 건 어쩌면 연기나 노력 바깥의 영역일 수도 있잖아요.
감독님은 기획 단계에서부터 고민이 많았대요. 여자가 왕이 된다는 걸 어떻게 설득시킬 수 있을까, 과연 어떤 배우가 어떻게 풀어줄 수 있을까, 걱정을 많이 했다고 하시더라고요. 그런데 희한하게 저는 별로 걱정을 안 했어요. 그냥 저에게 이런 연기를 할 수 있는 기회가 왔구나 하는 반가움밖에 없었죠. 사극이라는 장르도 저한테는 고향 같은 느낌이 있었고.
<연모〉는 예고편이 공개됐을 때부터 인터넷에서 난리가 났던 걸로 기억해요. 휘(박은빈의 극 중 캐릭터)가 너무 멋있어서.
난리가 났다고 하셔서 순간 깜짝 놀랐어요. ‘키가 너무 작다고 난리가 났나?’(웃음)
(웃음) 제 기억으로는 잘생겨서 화제가 됐던 것 같아요.
잘생겼다는 얘기는 현장에서도 많이 들었어요. 사실 티저 촬영할 때 오랜만에 여장을… 여장이라고 하니까 이상하네요? 아무튼 여장을 해야 했는데. 그때 그게 되게 어색하더라고요. 저도 모르는 새에 남장이 너무 익숙해져 있었던 거죠. 그래서 그날도 뭔가 좀 부끄러웠어요. 빨리 남장으로 돌아가고 싶은 그런 거 있잖아요.
〈연모〉의 특징 중 하나가, 동일한 장면을 다양한 각도에서 촬영하고 편집해서 보여주는 기법이었던 것 같아요. 특히 로맨틱한 신이나 슬픈 신에서. 촬영 과정이 힘들지는 않았어요?
저는 오히려 더 좋았어요. 제가 미묘하게 표현하는 부분을 잘 캐치할 수 있는 여건이잖아요. 그래서 더 마음 놓고 연기할 수 있었어요. 미세한 눈썹 꿈틀거림 같은 거 하나만으로 다 포착이 되게 해주셨으니까. 물론 같은 걸 여러 번 촬영하는 게 힘들 때도 있긴 했죠. 제가 소리치는 장면이 많았잖아요. 잡히는인물이 많으면 몇십 번 해야 하기도 하는데, 어떨 때는 체력적으로 더 이상 끌어올릴 게 없는 거예요. 그런데 뭐, 또 그조차도 제가 이겨내야 하는 거니까요.
말씀하신 것처럼 그런 편집 스타일이 배우들의 연기나 미모를 감상하기에는 좋은 장치였던 것 같아요. 특히 휘가 술 취해 잠든 정지운(로운 분)에게 입 맞추는 대목에서, 제가 혼자 보다가 휘의 눈빛 클로즈업을 보고 육성으로 감탄했거든요. ‘눈빛만으로 이렇게 사람 마음을 미어지게 하는 게 양조위 말고도 되는 거였어?’ 하고.
하하하. 감사합니다. 사실 그 부분은 애드리브였는데.
애드리브였어요?
제 기억으로는 그 장면이 윤목을 만지다가 잠들어 있는 정지운을 보고 약간 참을 수 없는 이끌림에 마음이 넘쳐서 뽀뽀를 쪽 하고 폐정각을 벗어난다, 이 정도였던 것 같아요. 그런데 뽀뽀를 하기 전까지의 과정을 좀… 그냥 입술을 훔치는 것은 도둑이잖아요.(웃음) 그냥 제 마음이 그랬어요. 그 애틋함이 그냥 입술만 훔쳐서는 안 될 것 같았던 거죠. 처음부터 입술을 훔치기 위해 다가간 게 아니라 그냥 좀 더 가까이서 보고 싶었고, 그간 표현할 수 없었던 마음을 이런 때만이라도 이렇게 몰래 소중하게 꺼내 보는 거라는, 그런 부분이 필요할 것 같았어요. 결과적으로 많은 분이 그 장면에서 제가 느꼈던 감정을 함께 공감해주신 것 같아서, 저한테는 참 감사한 신이에요. 저도 방송을 보면서 제가 그냥 휘로서 연기를 한 순간이라고 느꼈고요.
그런 장면에서는 은빈 씨 스스로도 감탄하기도 하나요? 감탄이라는 표현이 좀 그렇다면 만족이라고 할 수도 있을 것 같고….
그렇지는 않고요.(웃음) 그냥, 제가 모니터링을 하면서 좋은 순간들은 있죠. ‘아, 저건 휘의 표정이구나’ 하고 느껴질 때. 그러니까 제가 박은빈으로서 어떤 모습이 영상에 예쁘게 나오는지는 이미 잘 알잖아요. 많이 노출되어 봤으니까. 그런데 카메라가 다른 방식으로 저를 촬영하고 제가 저를 볼 수 없는 상황에서 진심을 담아 연기하면 그걸 뒤늦게 영상으로 볼 때 생경함이 있는 것 같아요. ‘저 얼굴이 휘의 얼굴이구나’ 싶고, 연기자로서 되게 뿌듯함을 느끼게 되는 것 같고요.
배우 박은빈의 명연기로 또 자주 회자되는 게 〈브람스를 좋아하세요?〉에서 송아가 고백하는 장면이잖아요. 로운 씨도 그 장면을 너무 좋아해서 직접 물어본 적도 있다고 들었어요. 대본에 어떻게 쓰여 있었는지, 그걸 어떻게 해석해서 연기한 건지.
저희가 촬영하면서 많은 대화를 나눌 수밖에 없잖아요. 서로의 캐릭터에 대해, 대본상에 생략되었던 감정에 대해 서로 잘 이해하고 주고받아야 하는 파트너였으니까요. 그러다가 로운 씨가 고맙게도 제 전작을 예로 들면서 그건 어떻게 표현한 거냐고 물었던 거죠. 그래서 저도 대본에는 이런 정도만 쓰여 있었는데, 그러면 안 될 것 같아서 이런 감정을 이렇게 표현해봤다, 그렇게 답을 해줬고요. 로운 씨가 〈브람스를 좋아하세요?〉라는 작품을 되게 재밌게 봐줬더라고요. 아까 말씀드린 대로 제가 직무유기를 하고 있다면 로운 씨는 그와 정반대인 것 같아요. 열정을 가지고 정말 많은 콘텐츠를 보면서 독학을 하는 친구인 것 같다고 느꼈어요.
https://yeonmo.youtu.be/Ya7h7BsAot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