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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뉴스 "한국 팬덤 문화, 놀이보다 종교에 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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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9.14 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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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img.theqoo.net/cCKlS

■‘아이돌 생일카페’日 아사히 기자와 동행 취재

- “자기 희생적”

굿즈 제작하면 남는 것 없지만

“좋아함을 공유… 기쁘고 벅차”

- “놀랍도록 성실”

15∼20군데 기본적으로 순례

선착순 특전 향한 사명감 넘쳐

- “놀이보다 종교”

어떤 의식처럼 성스럽게 느껴져

누가 강요하지 않아도 서로 헌신


“정국이 생일카페에 함께 가요!” 흥미로운 취재 동행 제안을 받았다. 모리 마유미 일본 아사히신문 기자가 한국의 팬덤 문화 특집 기사를 쓰기 위해 아이돌 생일카페 이벤트를 취재하고 싶다고 했다. 생일카페는 인기 아이돌 멤버의 생일이면 어김없이 눈에 띄는 대형 전광판 광고와 함께 한국만의 독특한 팬덤 문화의 한 축을 이루는 행사다. 지난 8월 28∼29일 양일에 걸쳐 마포와 강남 일대 카페 8곳, 9월 12일에는 종로구의 한 카페를 둘러봤다. 안 봐도 알 것 같았지만, 안 보면 모를 세계였다. “단순한 놀이가 아니라 ‘종교’라고 해도 될 만큼 성실성과 헌신을 수반한다.” 모리 기자는 한국 팬덤 문화를 이렇게 정의했다. 그가 던진 질문들을 생각하며, ‘생일카페 투어 취재’를 취재했다. 바깥의 시선으로 ‘안’을 들여다보기 위해. 다시, 새롭게. 모리 기자는 방탄소년단(BTS)의 인기 비결이 궁금해 그들의 음악과 언행, 팬 문화를 좇다 자연스럽게 ‘아미’(BTS 팬을 통칭하는 말)가 됐고, 한국 팬덤 문화를 본격적으로 연구하기 위해 현재 한국에서 공부 중이다.

Q. 한국 팬들은 왜 이렇게 헌신적인가

트위터에 ‘#정국생일카페’를 검색한다. 예년보다 오프라인 행사가 줄었다고 하는데도 서울에만 수십 군데가 뜬다. 생일 축하가 명분이지만, 실질적으로는 아미가 아미를 대상으로 하는 이벤트다. 카페를 빌리고, 직접 장식을 하고, 손수 만든 기념품을 나눈다. 정국의 얼굴이 들어간 컵홀더나 포토카드 등을 받기 위해 ‘아미 손님’들은 커피나 디저트를 주문해야 한다. 이 판매 수익은 카페 몫이고, 주최자는 오히려 돈을 쓴다. 카페 대관료(협업 방식으로 돈을 내지 않기도 한다)에 굿즈 제작비는 물론이고, 이에 들어가는 시간과 수고, 정성을 생각하면 ‘왜’라는 말이 가장 먼저 떠오른다. 모리 기자 역시 “주최자들에 대해 좀 더 깊이 알고 싶어진다”고 했다. 눈에 보이는 대가가 돌아오지 않는 일에 ‘자신’을 쏟아붓는 게 놀랍다고. “이런 희생은 사랑이 아니면 할 수 없는 일 아닌가요.”

우리가 ‘순례’(카페 투어를 팬들은 ‘성지순례’라 부른다)한 9곳의 카페 중 세 군데는 카페 주인이 ‘아미’였다. 나머지는 개인 대관 혹은 협업 형태. 오픈한 지 석 달 됐다는 강남의 J 카페는 아미인 자매 둘이 운영한다. 최근 정국 생일카페 때 손거울과 키홀더 등 알찬 굿즈 세트를 준비해 입소문을 탔다. 이들은 “사실 남는 게 없다. 남기려고 하는 행사가 아니다. 내가 좋아하는 걸 공유할 수 있는 사람들을 만나는 것만으로 기쁘고 벅차다”고 했다. 먼저 말을 걸어오는 아미가 많았다. 이들 중엔 일본어 능력자도 많았는데, 아무래도 자신들의 ‘최애’(가장 좋아하는 아이돌 멤버를 일컫는 말)에 대해 취재 중인 외국 기자에게 관심이 높은 듯했다. 옆에서 자발적으로 통역을 도와주고, 포토카드 등 자신들이 받은 굿즈를 아낌없이 주더니, 다른 카페에 대해서도 친절히 알려준다. 다시 ‘왜’가 떠오른다. 사랑이다.

Q. 한국 팬들은 왜 이토록 성실한가

“다음 카페는 어디로 가세요?” 낯선 분위기에 적응할 때쯤, 합정 L 카페에서 2명의 10대 여학생에게 물었다. 겹겹이 쌓인 컵홀더(이미 다섯 군데는 족히 다녀온 듯했다)를 가방에 챙겨 넣고 있던 이들은 스마트폰 지도를 내민다. “C 카페에 갔다가 다시 D 카페로 갈 예정이에요.” 몇 군데나 가려는 것일까. 이제 세 군데를 갔을 뿐인데, 지친다. 다니는 곳마다 아이스커피라도 마시며 쉴 수 있을 줄 알았는데, 그런 분위기와는 거리가 멀었다. 코로나19 탓도 있지만, 본래 생일카페 투어가 ‘순례’이기 때문이다. 앉을 자리를 찾는 우리와 달리 다들 병 음료와 굿즈를 챙겨 다시 길을 나선다.

“작년에는 휴가를 내서 하루 종일 다녔는데 올해는 그걸 못해 아쉬워요.” W 카페에서 만난 20대 아미의 말이다. 보통 하루 15∼20곳은 기본으로 돈다고. 또 디저트 맛이 좋고, 매일 굿즈를 바꿔 나눠주는 카페는 행사 기간 내내 간다. 모리 기자는 “다들 너무 부지런하다. 카페에서 쉴 틈이 없어 보인다”고 했다. 그러면서 “어떤 사명감 같은 게 느껴진다”고 덧붙였다. 이들이 서두르는 이유는 카페마다 선착순 특전이란 게 있어서다. 일찍 가면 좀 더 정성껏 제작한 한정 굿즈를 받을 수 있다. 컵이나 파우치, 아니면 사진 액자 등이 이에 해당한다. 이벤트 흥행을 위한 마케팅적 요소이기도 하다. 시내 카페 앞, 오전부터 긴 줄을 본다면 ‘아, 생일카페로군’ 하면 된다. 의지가 충만했던 첫날엔 우리도 선착순 특전 받기에 성공했다. 그러나 이틀간의 투어로 녹초가 되고 난 후, RM 생일엔 일찌감치 마음을 비웠다. 사랑이 부족한가. 사명감까지는 아직 무리다.

Q. 한국의 팬덤은 놀이인가 종교인가

일본에도 ‘픽 했다’ ‘추천한다’란 뜻에서 나온 ‘오시’(한국의 ‘최애’라는 뜻과 비슷한 일본의 팬덤 용어)라는 단어가 있다. 예를 들어 “내 오시는 ○○○”라는 식으로 표현하는 것. 모리 기자는 이 오시를 응원하는 ‘덕질’ 문화가 한국의 아이돌 팬덤 문화와 어느 부분 닮아 있다고 하면서도, “한국에서 본 아미들의 카페 투어가 좀 더 ‘장엄’한 느낌이 있다”고 했다. 즐기는 것을 넘어선, 하나의 의식처럼 성스럽게 느껴진다는 것. 실제로 카페에서 만나는 아미들에게 “왜 카페 투어를 하세요?”라고 물으면 돌아오는 답은 한결같았다. “그냥, 성지순례 같은 거예요.”

모리 기자는 지난 3월 아사히신문에 ‘종교의 경지에 이른 BTS, 목사도 놀라는 그 힘 열렬한 아미가 사회를 움직인다’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종교·인문·철학 등 학술적인 연구대상이 되고 있는 ‘BTS 현상’에 대해 쓴 바 있다. 생일카페 투어 후 그는 당시 인터뷰했던 미국 하버드대 소속 목사 리타 파월의 말을 다시 한 번 빌려 이야기했다. “윤리나 가치에의 집단적 합의, (신자의) 헌신적인 행위, 의식이나 식전, 다른 차원으로 연결되는 체험 등 종교적 기능의 대부분을 BTS가 충족시키고 있다고 본다.”

https://news.v.daum.net/v/202109141100196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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