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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마 아직도 안 들어봤다고?
보컬리스트 백현의 재능이 빛나는 곡 5개.
노래를 잘하는 기준은 여러 가지다. 마법처럼 편안하게 4단 고음을 올리거나 두성, 흉성, 진성 각종 발성을 자유자재로 구사하는 보컬리스트에게는 어디서나 노래 잘한다는 찬사가 쏟아진다. 요즘은 그 모든 스킬이 무색한 ‘기막힌 음색’이 주목받는다. 이 모든 재능이 모여 만드는 교집합 안에 백현이 있다. 2012년 그룹 엑소(EXO)의 메인 보컬로 데뷔한 백현의 목소리는 다양한 매력의 케이팝 그 자체다. 본 그룹인 엑소는 물론 엑소-첸백시(EXO-CBX), SuperM(슈퍼엠), 듀엣곡, 솔로 등 어떤 활동에서도 마찬가지였다. 10인조가 넘는 대형 그룹과 세계 시장을 겨냥한 다국적 프로젝트의 한가운데에서, 가끔은 홀로. 백현의 목소리가 유독 빛나는 곡을 모아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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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XO(엑소) – Monster (2016)
백현의 여러 별명 가운데 ‘도입부 장인’이 있다. 보통 메인 보컬의 경우 리드나 서브 보컬이 소화하기 어려운 고음 파트를 부르는 경우가 많지만 백현은 도입부도 자주 담당하는 편이다. 기세 좋게 올라가는 노래의 하이라이트가 그룹과 보컬의 역량을 마음껏 자랑하는 구간이라면, 곡의 도입부는 해당 가수나 곡이 가지고 있는 첫인상을 담당하는 파트다. 엑소의 데뷔곡으로 태산만큼 무겁고 장엄한 SMP(SM 스타일 퍼포먼스)의 무게를 짊어져야 했던 ‘MAMA’, 치명적인 느낌을 모던하게 소화해야 했던 ‘중독’, 끈적이면서도 상쾌함을 살리는 것이 관건이었던 ‘Love Me Right’ 모두 백현의 목소리가 문을 연 곡들이다. 특히 특별한 멜로디 없이 밀고 당기기 만으로 분위기를 만들어야 했던 ‘Monster’는 지금껏 담당해 온 역할 가운데에서도 가장 높은 난이도를 자랑하는 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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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현 – 바래다줄게 (Take You Home) (2017)
이유 없이 언제나 화가 나 있고 대상 없이 끝없는 분노를 표출해야 하는 남성 그룹 노래에 심취한 메인 보컬들은 종종 헤어나올 수 없는 굴레에 빠진다. 꾸준한 실전 경험으로 무리 없이 원하는 콘셉트를 소화하게 되었지만, 자신의 원래 목소리가 어떤 톤과 결을 가졌는지 까맣게 잊게 되고 만다. 백현은 그렇게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너기 전 부드러운 팝 넘버들로 꾸준히 숨 쉴 구멍을 마련해 온 보컬이다. ‘바래다줄게 (Take You Home)’는 2016년 수지와 함께 호흡을 맞추며 그 해를 대표하는 듀엣곡으로 자리 잡았던 팝 R&B ‘Dream’과 함께 R&B 보컬리스트로서 부쩍 성장한 솔로 백현의 지금을 설명하기에 더없이 좋은 예다. ‘다 줄거야’로 유명한 조규만과 꿀단지가 함께 작업한 이 곡은 포근하게 살아난 90년대 가요 감성으로 ‘Dream’-‘바래다줄게’-‘놀이공원 (Amusement Park)’이라는 백현의 솜사탕 트로이카 중심을 든든하게 받치고 있는 곡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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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현 – Candy (2020)
2019년, 데뷔 후 처음으로 낸 솔로 앨범 <City Lights>가 가리키는 방향은 더없이 명확했다. SM과 다수의 히트곡을 만들며 찰떡궁합을 자랑한 디즈(Deez), 국내 흑인음악 신의 떠오르는 신예 프로듀서 차차 말론(ChaCha Malone), 마이클 잭슨, 비욘세 등 당대를 대표하는 팝 스타와 작업한 로드니 저킨스(Rodney Jerkins) 등 국내외를 막론한 초호화 라인업은 오로지 하나, 리듬 앤드 블루스를 가리켰다. 워낙 쟁쟁한 라인업의 기에 다소 밀리는 듯한 첫인상을 전한 백현은 그러나 불과 10여 개월 만에 첫 앨범이 품었던 의문을 모조리 씻어낸 두 번째 미니 앨범 <Delight>를 가지고 돌아왔다. 타이틀곡 ‘Candy’는, 부드럽지만 결코 가볍지만은 않은 달콤함을 트렌디하게 표현한 백현의 목소리와 캐릭터를 그대로 형상화한 노래였다. 팝록스, 버블검, 딸기, 사람들이 원하는 달콤함이 모조리 그 안에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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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perM(슈퍼엠) - I Can't Stand The Rain (2019)
샤이니의 태민에서 엑소의 카이와 백현, NCT의 태용, 마크, WayV의 텐과 루카스까지. SM의 어벤져스라 불리는 그룹 슈퍼엠은 멤버 구성 그대로 SM의 역사이자 자존심이다. 해당 그룹에서 역시 메인 보컬을 담당한 백현의 목소리는 이 새로운 틀 안에서 꽤 흥미로운 그림을 그려낸다. 전반적인 정서나 하이라이트를 이끌어 가는 힘은 평소의 백현과 크게 다르지 않지만, 그 익숙한 역할이 슈퍼엠이라는 그룹의 지향점과 겹쳐지며 묘한 그림을 만드는 것이다. 다국적 멤버 구성에서 프로모션 방식까지 어떻게 봐도 세계 시장을 제패하고자 하는 야심을 감추지 않는 앨범 한가운데에서 백현은 진성과 가성을 오가며 최선을 다해 한국의 얼, 케이(K)를 내뿜는다. 대북과 아쟁이 EDM 비트 사이를 현란하게 가로지르는 혼돈의 한 가운데, 듣는 이를 케이팝과 SMP의 대륙으로 안전하게 인도하는 건 오직 백현의 가요적 감성이 깃든 보컬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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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현 – All I Got (2021)
이 노래를 통해, 백현은 비로소 자신의 목소리가 가진 매력과 에너지를 조금도 숨기지 않는 자신감 넘치는 모습을 보여준다. 단지 시작과 동시에 터져 나오는 파괴력 높은 팔세토 때문만은 아니다. ‘All I Got’은 ‘매일 너와 사랑하고 싶다’는 직접적인 구애의 메시지에서 리듬, 코러스 모두 특별한 변주 없이 비교적 평온하게 진행되는 곡이다. 별다른 사건 없이 차분히 마무리될 것만 같은 순백의 도화지에 이리저리 물감을 뿌리고 그 위를 뒹굴며 뛰어노는 건 오로지 백현의 목소리 하나다. 특히 3분경 코러스만으로 구성된 브릿지 파트 이후 전개되는 백현의 솔로 애드리브는 자신의 목소리를 가지고 제대로 놀아보고 싶었던 보컬리스트 백현의 한풀이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다음 앨범에서는 팝 R&B의 안전한 울타리를 넘어선 무언가를 더 만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피어나는 이유이기도 하다.
Writer 김윤하(대중음악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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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명곡파티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