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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 읽을 때마다 인류애 풀 충전되는 에피소드 두 개.tx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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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5.12 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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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퓨터 구입한 집 아이 초경 도와준 이야기


※ 출처 : 블로그 안군의 개념공간


저는 중고 컴퓨터 장사를 합니다.
남이 쓰던 컴퓨터를 얻거나 헐값으로 사서 수리를 하고 업그레이드 하여 주로 인터넷이나 알림방 같은 곳에
광고를 내어 장사를 하고 있는데, 얼마 전 저녁때 전화를 한 통 받았습니다.

"아는 사람 소개 받고 전화 드렸는데요. 컴퓨터를 구입하고 싶은데, 여기는 칠곡이라고 지방인데요.
6학년 딸애가 있는데 서울에서 할머니랑 같이 있구요.... ...................(중략)......
사정이 넉넉치 못해서 중고라도 있으면 ........ "
통화 내내 말끝을 자신 없이 흐리셨습니다.
나이가 좀 있으신 목소리 입니다. 당장은 중고가 없었고 열흘이 지나서 쓸만한 게 생겼습니다 .
전화 드려서 22만원 이라고 했습니다.
주소 받아 적고 3일 후에 들고 찾아 갔습니다. 거의 다 온 것 같은데 어딘지 몰라서 전화를 드리자,
다세대 건물 옆 귀퉁이 샷시 문에서 할머니 한 분이 손짓을 하십니다.
들어서자 지방에서 엄마가 보내준 생활비로 꾸려나가는 살림이 넉넉히 보이지는 않았습니다.
악세사리 조립하는 펼쳐진 부업거리도 보이고.....

설치 하고 테스트 하고 있는데 밖에서 소리가 들리더니 “어 컴퓨터다!" 하며 딸아이가 들어 옵니다.
옆에서 구경하는 딸아이를 할머니가 토닥 토닥 두드리시며
"너 공부 잘하라고 엄마가 사온거여, 학원 다녀와서 실컷 해. 어여 갔다와...."
아이는 "에이씨~" 한마디 던지구선 후다닥~ 나갔습니다. 저도 설치 끝내고 집을 나섰습니다.
골목길 지나고 대로변에 들어서는데 아까 그 아이가 정류장에 서있습니다.
"어디루 가니? 아저씨가 태워줄께...."
보통 이렇게 말하면 안탄다 그러거나 망설이기 마련인데 "하계역이요~"
그러길래 제 방향과는 반대쪽이지만 태워 주기로 하였습니다.
집과 학원거리로 치면 너무 먼 거리였습니다. 마을버스도 아니고 시내버스를 탈 정도이니..
사건은 이제부터 시작입니다.

한 10분 갔을까. 아이가 갑자기 화장실이 너무 급하다고 합니다.
"쫌만 더 가면 되는데 참으면 안돼?"
"그냥 세워 주시면 안돼요?"
패스트푸드점 건물이 보이길래 차를 세웠습니다.
"아저씨 그냥 먼저 가세요..."
이 말 한마디 하구선 건물 속으로 사라 졌습니다. 여기까지 온 거 기다리자 하고 담배 한대 물고
라이터를 집는 순간 가슴 속에서 "쿵~~" 하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보조석 시트에 검빨갛게 피가 있는 것입니다.
"아차......." 첫 생리라고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렇게 생각한 것은, 이미 경험한 생리라면 바지가 샐 정도로
놔두거나 모르진 않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나이도 딱 맞아 떨어지고, 방금 당황한 아이 얼굴도 생각나고,
담뱃재가 반이 타 들어갈 정도로 속에서 '어쩌나~어쩌나~' 그러고만 있었습니다.
바지에 묻었고, 당장 처리할 물건도 없을 것이고, 아이가 화장실에서 할 수 있는 것이 없을 텐데..
아까 사정 봐서는 핸드폰도 분명 없을텐데...... 차에 비상등을 켜고 내려서 속옷가게를 찾았습니다
아, 이럴 땐 찾는 것이 진짜 없습니다.
아까 지나온 번화가가 생각났습니다. 중앙선 넘어서 유턴해서 왔던 길로 다시 갔습니다. 아, 차가 많습니다.
버스 중앙차로로 달렸습니다. 마음이 너무 급했습니다. 마음은 조급한데 별별 생각이 다 났습니다.
여동생 6학년 때 첫 월경도 생각나고…,
청량리역 거의 다 와서 속옷가게를 찾았습니다. 이런, 제가 싸이즈를 알 리가 없습니다. 젤 작은 싸이즈부터
그 위로 2개 더 샀습니다. 속옷만 사서 될 일이 아닙니다. 아이 엄마한테 전화했으면 좋겠는데 멀리 계신데
이런 얘기 했다가는 진짜 맘 아프실 것 같았습니다.
집사람한테 전화 했습니다.
"어디야?"

"나 광진구청"
"너 지금 택시타고 빨리 청량리역...아니 걍 오면서 전화해..
내가 택시 찾아 갈께"
"왜? 뭔 일인데"
집사람에게 이차 저차 얘기 다 했습니다. 온답니다. 아, 집사람이 구세주 같습니다.
"생리대 샀어?"

“사러 갈라고...."
"약국 가서 XXX 달라 그러고 없으면 XXX 사....속옷은?"
"샀어, 바지도 하나 있어야 될꺼 같은데....."
"근처에서 치마 하나 사오고.... 편의점 가서 아기물티슈두 하나 사와...."
장비(?) 다 사 놓고 집사람 중간에 태우고 아까 그 건물로 갔습니다. 없으면 어쩌나....하고 꽤 조마조마 했습니다.
시간이 꽤 흐른 것 같기 때문입니다. 집사람이 주섬주섬 챙겨서 들어갔습니다.

"애 이름이 뭐야? "

“아..애 이름을 모른다.... 들어가서 재주껏 찾아봐...."
집사람이 들어가니 화장실 세 칸 중에 한 칸이 닫혀 있더랍니다.
"얘, 있니? 애기야. 아까 컴퓨터 아저씨 부인 언니야."
뭐라 뭐라 몇 마디 더 하자 안에서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네....' 하더랍니다.
그때까지 그 안에서 혼자 소리 없이 울면서 낑낑대고 있었던 겁니다.
다른 평범한 가정이었으면 축하 받고 보다듬과 쓰다듬, 조촐한 파티라도 할 기쁜 일인데....
뭔가 콧잔등이 짠 한 것이, 가슴도 답답하고, 누가 울어라 그러면 팍 울어 버릴 수 있을 것도 같고.....
혼자 그 좁은 곳에서 어린애가 얼마나 외롭고 힘들었을까요
차에서 기다리는데 문자가 왔습니다.

[5분 이따 나갈께 잽싸게 꽃 한 다발 사와]
이럴 때 뭘 의미하고 어떤 꽃을 사야 되는지 몰라서 그냥 아무거나 이쁜 거 골라서 한 다발 사왔습니다.
건물 밖에서 꽃 들고 서 있는데. 아, 진짜 얼어 죽는 줄 알았습니다.
둘이 나오는데 아이 눈이 팅팅 부어 있더군요. 집사람을 첨에 보고선 멋쩍게 웃더니 챙겨 간 것 보고
그때부터 막 울더랍니다.....
집사람도 눈물 자국이 보였습니다. 패밀리레스토랑 가서 저녁도 먹이려고 했는데
아이가 그냥 집에 가고 싶다고 합니다.
집에 내려다 주고 각자 일터에 가기엔 시간이 너무 어중간 했습니다
어떻게 할까 생각은 하고 있었지만 우리는 이미 집으로 향하고 있었습니다.
오면서 그 집 사정이 이러이러 한 것 같더라 하는 등의 얘기를 하면서 오는데,

"그 컴퓨터 얼마 받고 팔았어?"
"22만원"

"얼마 남았어?"
"몰라, 요번에 수원 대리점 노트북 들어가면서 깍아주구 그냥 집어온 거야..."
"다시 가서 주고 오자.."
"뭘?"
"그냥 집어온 거면 22만원 다 남은 거네."
"에이, 아니지. 10만원두 더 빼고 받아 온 거야."
"그럼 10만원 남았네..... 다시 가서 계산 잘못 됐다 그러구 10만원 할머니 드리구 와."
"아, 됐어. 그냥 가, 그건 그거구 이건 이거지. 구분은 해야지."
"10만원 돌려주고 그래픽카드 바꿀래? 안 돌려주고 그래픽 카드 안 바꿀래?”

– 내가 꼭 바꾸고 싶어하는 그래픽카드는 너무 비싸서 집사람 결제가 안 나면 못 사는 물건..-
뭐 망설일 여지는 전혀 없었습니다. 신나서 바로 차를 돌렸습니다....
집에 들어서니 아이가 아까와는 다르게 깔깔대고 참 명랑해 보였습니다.
봉투에 10만원 넣어서 물건값 계산 잘못 됐다고 하고 할머니 드리고 왔습니다.
그 자리에서 아이 엄마에게 전화해서 램 값이 내렸다는 둥 해서 대충 얼버무리고 돌려 드려야 한다니
참 좋아 하셨습니다.
나와서 차에 타자 집사람이 제 머리를 헝클이며 "짜식~" 그랬습니다.
운전을 시작 했습니다.


"어?~어디가?"


"용산...... ㅡㅡ;"


밤 11시 쯤 제가 새 그래픽카드를 설치하고 만끽하고 있을 무렵 전화가 왔습니다. 아이 엄마 입니다.
"네. 여기 칠곡인데요. 컴퓨터 구입한......."
이 첫마디 빼고 계속 아무 말씀도 하지 않으셨습니다.
저 역시 말 걸지 않고 그냥 전화기... 귀에 대고만 있었습니다 ............................................




◾️인터넷 설치기사 이야기


저는 인터넷 기사였습니다.
대학을 휴학하고, 복학을 준비하려고 하니...
IMF로 인하여 집에서 등록금을 받을 수가 없는
형편이었죠.



일거리를 찾아 여기저기 헤매던중
'KX 인터넷 설치기사 모집-1만원/건,
초보자도 하루 세 건은 함' 이라는 광고를 보았습니다.

한 달 25일을 일하면 25X3=75...

'일단 편의점 보다는 많다!' 라는 생각에
면접을 보러갔습니다.



다행히 군대서 통신병을 하였다 하고,
대학생이라하니까 선로와 컴퓨터를
잘 안다고 생각하셨는 지
합격이 되었습니다. 오예~

뭐... 통신병이었으나 무전병이었다는 말과 -_-;;
대학생이나 계산기도 버겁게 다룬다는-_-;;
사실은 목구멍에서만 맴돌았죠...



그렇게 시작한 설치기사 일을... 6개월 일하고
6개월 복학을 하고
다시 6개월 휴학하고 일을 하고 다시 6개월 복학을 하고...
이렇게 5년이란 세월을 보냈습니다.



인터넷 설치기사라는 게 항상 처음 보는
사람들의 집에 들어가
한 시간 가까이 방안에서 컴퓨터를
만지작 거려야 하는 직업 이다 보니,
처음에는 이 사람집 저 사람집 다니며
사는 모습을 보는 게 좋았습니다.



벌써 5년이 넘게 지난 일이지만...
아직도 기억에 남는 분들이 많이 계십니다.




첫번째, 밥차려 주시는 할머니...

한창 바쁠땐 하루에 열 집 이상을 돌아야 합니다.
아! 물론 10만원을 버는 것은 아닙니다.

그중에는 무상A/S도 있고, 설치가 안되는 집도 있고
기타 등등이 많아 운이 좋으면 6~7건을 하는데...

그나마도 한 달내 해지를 하면... 설치비가 나오지 않아...
생각같은 때돈!!은 안 됐습니다..



8시에 출근해서 오더를 받고, 전화를
일일이 드려 시간약속을 잡고,
장비를 수령하고 총알같이 튀어나가도
9시를 보통 넘깁니다.



방문해 달라는 시간도 제각각이라
황량한 동네를 하루에도 몇 번씩
가로 지르며 점심을 굶기 일수죠...

그날도 아마 길거리표 햄버거를 우걱우걱 씹으며
바이크를 타고 설치를 갔을 겁니다.

90도 배꼽인사를 하고 들어가서
인터넷 설치를 하고 있습니다.

자식들은 모두 출근했는지
할머니혼자 계셨습니다.

컴퓨터가 있는 방을 안내받고 들어가서
설치를 시작했습니다.

설치를 한참하고 있는데...
밥상을 들고 들어 오시더라구요...



"젊은이... 먹고하지?"

"허걱"



머슴밥 처럼 고봉으로 쌓은 밥이 새로 했는 지
김이 모락모락 나고 반찬도
정성스럽게 차려져 있었습니다.
국과 밥이 한 개인걸 보면 저만

먹으라고 일부러 지으신 밥이었습니다.

차마 "어르신 제가 오기 전에 햄버거를
우걱우걱해서 배가부릅니다.."
라고 말할 수가 없더군요...



또 배는 불렀지만 어르신의 정성이
배속의 햄버거를 '좌우로 밀착'시켰습니다.
우물쭈물하던 제가... 밥숟가락을 드는 것을
보신 후에야 밖으로 나가시더군요...

고마운 마음에 남김없이 밥을 먹는데
목이 메이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습니다...

'이런 분이 아직도 계시는 구나 ^____________^'

하지만 밥이 끝이 아니었습니다.

이번에는 아들분이 드시는 보약이라며
대접에 보약을 데펴다
가져다 주시는 것이었습니다.



"젊은이 기술이 좋구먼, 힘든 일
하는 것 같은데 몸이 재산이여..."

"허걱"



그 당시에는 당황해서 어쩔줄을
몰라하면서 일단 먹고 마시고 봤는데...
시간이 지나도 그 어르신이 차려주신
밥상이 잊혀지지가 않습니다.

다신 뵙지 못 했지만,
건강하시길 기원합니다! 어르신~




두 번째, 합동설치...



KX 인터넷은 전화국과의 거리가
인터넷 품질과 많은 연관이 있습니다.
전화국에서 직접 신호가 나가기 때문에
거리가 가까우면 신호가 강하기 때문입니다.



아~ 물론 지금은 아닙니다. 지금은
중간에 기지국 같은 것을 많이 설치해서
그러한 현상이 없는곳이 대부분 입니다.

제가 있던 전화국에는 전화국에서 먼...
그것도 상당히 먼 지역에 소위 말하는
달동네가 위치 하고 있습니다.



곧 재개발 된다는 이야기가 돌고 있었던 지역이기 때문에...
선로에 대한 정비나 투자가 빈약한 곳이었죠.

한 번은 그곳에 인터넷 설치를 하러 갔습니다.
주소가 '산108번지 아무개씨네 댁' 이렇게 나옵니다.



바이크를 몰고 산108번지 통장집을 찾아갔습니다.
그리고 아무개씨네 댁에 인터넷 설치를 왔다고 하니
저를 데리고 직접 집으로 안내를 해 줍니다.
(지번이 없기 때문이겠죠...)



정말 깜짝 놀랐습니다.

대문이자 + 현관문이자 + 안방문인
창호지 바른 미닫이 문이 스르륵 열립니다.
실내로 들어가니... 두 평 남 짓 되는 방 입니다.

화장실은 공용으로 사용하는 것으로 보이고,
주방은 방문 옆에 버너가 놓여져 있는 게 전부 였습니다.

아주머니가 계셨는데... 거기서 세식구가 산다고 합니다.

원래는 제법 살았는데 IMF에 아저씨의
사업이 망하고 집은 경매에 들어 가고
세간살이만 겨우 챙겨서 도망치다시피 나왔다고 하셨습니다.

없는 살림 이지만, 아들은 공부를 시켜야겠기에
인터넷을 신청하신다 합니다.

컴퓨터는 다행히 들고 나오셨는지 집과는
묘한 대조를 이루는 최신형 컴퓨터입니다.

집밖에 선을 끌어다 모뎀에 붙히니...
신호가 잡히지 않더군요...
그래서 전봇대에 올라가 선을 끌어왔습니다.

그래도 신호가 잡히지 않습니다.
오래된 선들이 정비도 안 되고 야외에 노출되어
있다보니 물을 많이 먹은 것 같았습니다.
어쩔 수 없이 내려와서... 말씀을 드렸죠.



"아주머니 인터넷 신호가 잡히질 않네요...
설치가 불가능 합니다."



그러자 아주머니가 눈물을 훔치십니다.
제 앞이라 그런지 목놓아 울지는 못 하시고 흐느끼시며
부모를 잘 못 만나 아들이 공부를 못 한다며...
저는 어쩔 줄 몰라했고
아주머니는 몇분을 우시더니 이렇게 와줘서
고맙다고 말씀을 하십니다.



사실... 우리를 부르기 전에...
다른 인터넷 설치 업체도 불렀는데...
지번만 듣고는 설치 불가하다는 답변을 들었다고 합니다.
그래도 방문해서 한시간 넘게 애쓰셨다며...
저한테 오천원짜리 한 장을 건네셨습니다.

뭉클 하더군요...



"안 받으면 더 섭섭하니까 꼭 받으시고 담배값이나 하세요..."

돈을 받아야 하나 잠시 고민을 해봤습니다...
받아서 돌아가기도 뻘줌하고,
그렇다고 성의를 무시하는 것도
도리가 아닌 것 같았습니다.

'뭐 조카같은 녀석을 위해서...
하루 쯤 투자해 보자'는 생각이 들더군요...

"아주머니 제가 한 시간 단위로
하루종일 약속이 잡혀 있습니다.
오늘은 도저히 시간이 안되구요...

내일 시간을 넉넉하게 잡고 다시 한 번 오겠습니다.
내일 개통이 되면 그때 받겠습니다."

이렇게 말씀드리고 달동네를 내려 오면서...
전봇대 숫자를 세어 봣습니다.

아랫동네까지 족히 10개가 넘는 전봇대가 있더군요...
평균 20~30미터 단위로 세워져 있으니까
한 300미터면 될 것 같았습니다.

다음 날 아침, 소장님께는

"오늘 한 건만 설치하겠습니다"라고 말씀들 드렸죠.

첨엔 황당해 하시더니...
뭐, 건당 돈 받는 녀석이 일을 적게 가져
가겠다는데... 크게 말리시지는 않더군요...
또, 나름 좋은 일이라 생각하셨는지...
선뜻 케이블 한 박스를 내어주십니다.



바이크에 모뎀 한 개와 케이블
한 박스를 싣고 달려 갔습니다.

'오늘 전봇대 10개를 타야한다 -_-;;
이 악물고 타자!'

아침 일찍 방문을 두드리니... 아주머니가 나오십니다.



"밑에 동네에서 부터 선을 끌고 와야 하니...
얼마나 걸릴 지 모릅니다.
좀 기다려 주세요..."라고 말씀을 드리는데...

옆 평상에 앉아
장기나 바둑등을 두고 계시던 아저씨들이
그 이야기를 들었나 봅니다...



"아무개씨네 댁에 인터넷 설치해?"

"그럼 우리가 도와야지~"



하시더니... 동네 어디선가에서
사다리등등을 꺼내 오십니다.

제가 더 어리둥절 합니다.

당시는 IMF로 일용직 근로자분들이
새벽에 일을 못 구하고 돌아오는 경우가 많았는데...
아무래도 그 분들 인거 같습니다.
그중에는 전기 기술자 분들도 계시고...
형님 뻘 되는 분들도 계셨습니다.



아랫동네에서 선을 이어 온다는 얘기를 들으시더니...
전기기술자 한 분이...두 명이 양쪽에 전봇대에 올라가고
한명이 선을 올려 주면... 금방 될 것 같다고 하십니다.

저는 아랫동네에서 인터넷 신호가 들어 오는 선을 찾고...

아저씨들이 선을 전봇대에 묶습니다.

좌충우돌 우왕좌왕... 처음 해 보는 작업인지라...
빗자루를 장대에 묶어 선을 끼워 올려 보기도 하고

뭐가 잘 안 되면...
이래라 저래라 소리를 질러가며 일하는 모습이...
정말 보기 좋았습니다.



정말... 8시간을 모두 쓸 각오로 왔는데...
두 세시간만에 일이 끝나버렸습니다.
제가 더 어리둥절 했습니다.



아저씨들은 언제 그랬냐는 듯
다시 평상으로 돌아가 장기를 두려고 합니다.
아주머니는 그런 관경에 또 우십니다.

아주머니가 다시 내민 5천원을 받고
바이크를 타고 오는데...
저 역시 눈물이 날려고 합니다.



많은 것을 배운 하루 였던 것 같습니다.





(두 분 동일인물 아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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