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드라마는 장르물이지만 사건에 대한 이야기보다 남겨진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는 작품이잖아. 근데 그만큼 또 많이 이야기 되는게 '가족' 이라는 주제임. 그래서인지 정말 다양한 가족관계가 나와
사건의 시작이 되는 강진묵과 강민정의 관계(부녀/친딸이 아님)
사건을 진행해 나가는 힘인 이동식-이유연의 관계(남매)
드라마의 주제를 보여주는 한정임-유재이의 관계(모녀)
사건을 복잡하게 만든 요소인 박정제-도해원의 관계(모자)
작품의 마무리를 장식한 한주원-한기환의 관계(부자)
그리고 만양에 사는 사람들도 서로 끈끈한 '가족애'로 표현되면서 감싸주고 외부 사람들을 경계하는 모습을 보이지. 이런 모습은 변두리에 사는 사람들의 '정' 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폐쇄적인 모습을 보여주기도 해.
보통 이렇게 폐쇄적이고 배타적인 공간은 자기들끼리는 끈끈할지 몰라도 그 안에서 곪아 들어가거나 발전하기가 쉽지 않아. 남을 배척하고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지 않으니까. 만양이 재개발이 되지 않은 공간으로 표현된것도 이런 이유가 아닐까 싶어. 결국 20년 전에 재개발이 실패했던 이유도 본인들끼리 서로의 잘못을 덮었기 때문이지 유연이와 방주선의 살인사건 때문이 아니었는데, 빌런들은 계속 이유를 외부에서 찾지
너 때문에 내 아들 망쳤다며 이동식을 비난했던 '도해원'
내가 오늘 무슨 일을 당한지 아냐며 부인을 비난한 '한기환'
둘 때문에 온갖 더러운 일 다했다며 하소연 하던 '이창진'
이런 부분을 생각하면 이동식은 사실 만양 사람들한테 외부인으로서 배척 받아왔던게 맞아. 하지만 이동식 본인이 스스로를 만양 사람이라고 생각하면서 그 안에서 틀을 깨지 못했기 때문에 제대로 볼 수 없었고 사건도 진전을 보이지 않았어
근데 여기에 완전히 새로운 시각을 가진 한주원이 나타난거야. 배타적인 만양의 공간에 스스로를 외부인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그래서 한주원이 나타나면서 그동안 자기들끼리 쉬쉬 하던 부분들을 파해치고 꺼내면서 진짜 변화가 시작됨. 이동식이 한 걸음 나갈 수 있게 된 포인트도 한주원이 '너는 외부인이다'라고 깨닫게 하게 한 순간부터이고.
그 전의 이동식은 사실을 알면서도 주변 사람들을 추궁할 생각은 하지도 못하고 다 덮으려 하지. 강진묵의 범행을 알면서도 주변 사람들에게 말하지 못하고 한주원에게도 시원하게 털어놓지 못해. 지훈이한테 박정제 일을 절대 아무한테도 말하지 말라고 하고 재이랑 소장님한테도 아무것도 하지 말고 가만히 있으라고 하지.
근데 2부에서 한주원한테 '본인이 만양 사람이라고 생각하시는 겁니까?'라는 이야기를 듣고 나서는 달라져. 유재이에게 강진묵 죽인게 소장이냐고 캐묻고, 박정제를 취조하고, 자신을 추궁하는 오지화에게 어떻게 한기환을 잡을건지 얘기하게 되고. 모든 걸 혼자 하려던 모습에서 벗어나서 주변 사람들과 함께 움직이는 모습을 보이지.
이전에는 만양 정육점에 모여서 서로 비밀을 감춘채로 웃으면서 똘똘 뭉쳤던 사람들이 진짜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뭉치기 시작해. 그렇게 발전된 방향으로 나아가지.
그래서 한주원이라는 존재가 중요하고 처음부터 이질적인 느낌으로 시작할 수 밖에 없었던거야. 배타적인 공간에 들어온 이물질이니까. 근데 어느 시대에나 역사 속에서 새로운 이론을 들고 왔던 사람은 반역자나 미친 사람으로 몰렸고 지탄을 받았어. 기존의 것을 엎으려 했던 사람이니까.
그런 의미에서 나는 초반의 한주원이 비호감으로 표현되었던게 좋은 연출이라고 생각해. 어찌보면 가장 현실적이기도 하고. 물론 배우팬이나 캐릭터 팬들은 속상할 수 있는데 초반의 한주원을 배척하는 분위기가 있기 때문에 후반부의 한주원이 더 임펙트 있어졌던 건 사실이기 때문에... 난 이건 연출과 여진구 배우의 해석이 너무 영리했다고 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