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난 20대 후반 여덬이고 지금은 취뽀한지 이제 9개월 차야.
글이 길어질 것 같은데 끝까지 읽어주는 덬들 있으면 미리 고마워.
사실 나는 대학교 졸업 후에 유학 가려고 준비했었어. 유학을 준비하는 과정에서도 비용이 꽤 들더라고?
알바를 투잡까지 뛰면서 열심히 준비했고 작년 초에 감사하게도 합격레터를 받았어. 그 나라에서 탑3 안에 드는 학교고 정말 붙고싶던 곳이라 너무 행복했는데 코로나가 터졌고, 외국으로 나가기엔 위험하니까 아쉽지만 입학을 1년 미루는 결정을 했어.
예상치도 못하게 생긴 이 일년동안 차라리 학비에 보탬이나 되게 돈이나 벌자 해서 처음엔 내 전공하고 관련된 기관에 기간제 근로자로 취직을 했어.
그러다가 계약이 만료될 시점에 정규직을 뽑는 공고가 올라왔길래 떨어지면 말고~ 라는 생각으로 지원했는데 정말 운이 좋게도 붙어서 지금까지 다니고 있는 중이야.
이제 해도 바뀌었겠다, 외국 나가기 전에 한번 건강검진을 해야 할거 같아서 최근에 처음으로 받아봤어. 근데 진짜 인생은 알 수 없는 건가봐 ㅋㅋㅋㅋ
초음파 찍었다가 이상이 있는거 같다고 CT 찍자길래 찍었어. 그랬더니 악성 종양이라고 수술해야 한다더라. 유학 준비한다고 너무 스트레스 받아서 병 생겼나.. ㅠ
지금은 수술한지 한달 지난 상태야. 조직검사 결과, 항암치료 같은건 안 해도 될 것 같다해서 유학길 막힐 일은 없지만 그래도 앞으로 일 년 간은 삼 개월마다 추적검사를 해야된대.
하 이것도 진짜 미칠 노릇이야... 학교를 또 미룰 수도 없고.. 이 시국에 외국 나가서 공부하는 것도 힘든데 타지에서 혼자 CT 찍으러 병원 다녀야 되나 싶고...
근데 또 엎친데 덮친 격으로 가정 문제까지 생겨버렸어. 아빠가 경제적 문제로 사고를 쳤대.
이게 한두번이 아니었나본데 이번엔 리스크가 너무 커. 엄마도 계속 참으며 살다가 이번엔 도저히 못 참으시겠는지 해결 못하면 이혼하겠다는 얘기까지 나왔어.
이런 적은 처음이야. 나도 성인이고 동생도 성인이지만 그래도 눈앞에서 부모님이 정리하자고 말하는걸 들으니까 기분이 너무 이상해.
나 진짜 어떻게 해야 할 지 모르겠어. 어떤 선택을 해야 맞는건지 모르겠어.
정말 열심히 노력해서 합격한 곳인데 유학을 포기해야 하는걸까?
부모님은 당신들 문제로 내 앞길까지 막을 생각은 없다면서 준비하던거 계속 준비하라고 하시는데, 내 생각만 하면서 그대로 밀고 나가는게 맞는 걸까? 너무 이기적인가?
나도 모아둔 돈이 있고 지금도 벌고 있긴 해. 국제 학생이어도 한국 대학원 학비랑 비슷한 수준에 장학금 받고 가게 되는 거라 부담은 덜 하지만 그래도 마음이 불편해.
유학 가면 가족도 친구도 없는 곳에서 어차피 나 혼자 살아야 하지만 나중에 돌아갈 나라에도 가족이 없다고 생각하니까 또 착잡하고..
유학 포기하고 한국에 남아서 다니는 직장이나 계속 다녀야 하나? 그러기엔 내가 지금껏 해온 노력들이 물거품이 되는 거니까 이것도 받아들이기 너무 힘들다.
지금 일하는 곳은 운 좋게 붙은 곳이긴 하지만 정년까지 보장해줘서 그만두기에 아깝기는 해. 근데 단순 업무에 하다보면 약간 현타오는 일이라 오래 할 생각은 없었지.. 건강문제에 가정문제 생기기 전까지는 갑자기 생긴 일년 공백을 메우는 정도로만 생각했었어.
갑자기 너무 큰 일들을 한꺼번에 폭격 맞는 기분이라 정신이 없고 생각회로도 멈춘 것 같아.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까 ㅜㅜㅜ
덬들이 나라면 어떤 선택을 할 것 같아?
어디다 말할 데도 없는데 여기가 댓글 많이 달린다길래 익명의 힘을 빌려 한번 끄적여봤어.. 읽어줘서 고마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