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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기(리뷰) 괴물 결국엔 사람이 사람을 구하는 내용이라 좋았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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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4.12 1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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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식 한주원 중심으로 보자면 둘 다 상대방 덕분에 괴물에서 벗어날 기회를 얻은 것 같음




동식이는 이미 언급되었듯이 슬픔에 망가져버린 사람임 20년 내내 잃어버린 사람을 짊어지고 살았고, 그 무게가 덜어지기는커녕 아버지, 어머니이며 상엽이까지 더 늘기만 했잖아

그래도 동식이는 남상배 소장님이 말씀하신 것처럼 어떻게든 살아보려고 한 것 같음 1화에서 또라이 이동식이 보였던건 살아보기 위한 일종의 방어기제 같더라 극후반부에 보이던 지친 모습이 오히려 동식이의 실제 모습이었다고 생각함 20년 동안 호기심으로 혹은 의심으로 유연이 사건에 대해 동식이를 찔러보는 사람이 있었을 것 같은데 그때마다 치밀어오르는 슬픔과 화를 견디기 힘들지 않았을까 그래서 초반에 보였던 '또라이 이동식'은 제발 나 좀 가만히 내버려두라는 시위처럼 보이기도 했음 


근데 이제 민정이 사건이 벌어짐 동식이는 법이 얼마나 무력한지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음 그래서 동식이는 누구를 또 잃을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자신을 지키며 가만히 있기보다는 자신을 버리고 기꺼이 괴물이 되고자 한 것 같음 괴물을 상대하는건 법이 아니라 괴물이라고 생각하면서

근데 한주원은 그런 동식이 옆에서 계속 유연이 사건을 들먹임 동식이에게 유연이는 망가지기 전 시절을 대표하는 소중한 사람이잖아 그래서 이름을 듣는 것만으로도 괴물을 자처한 자신에게 아직도 남아있는 양심이나 회환 같은걸 자꾸 건드리는 느낌이지 않았을까...동식이 마음에 저울이 있고 스스로 한쪽에 있던 정의같은 추를 완전히 버리려고 했는데 한주원이 언급하는 유연이가 자꾸 이걸 방해하는거임

주원이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어느날 남들과 다른 답을 가지고 옴 당신이 범인이 아니며 자기가 범인을 잡는걸 도와라고 함 이때 동식이는 마음 속 저울에서 한쪽을 완전히 비울 수 없었을 것 같음 사실 스스로도 한번쯤은 생각하지 않았을까 누가 나를 도와줬더라면 내가 괴물이 될 필요없이 아직 망가지기 전 이동식으로 남을 수 있었을 거라고...게다가 이때까지 주원이는 완전한 만양의 외부인이었으니, 자기가 사실보다 사람을 더 우선시해서 입을 다물 필요없이 비교적 마음 편하게 주원이를 끌어들여서 배팅을 할 수 있었을 것 같음 

동식이에게는 이게 나름의 유예였을 듯 얘랑 한번 시도해보고 그래도 안되면 '나다운 나'에 대한 미련을 버리고 원래 계획대로 괴물이 되자고


그후로도 계속 진실을 묻는 주원이는 동식이를 놔주지 않음 예상했던 것보다 더 무겁고 충격적인 진실이 이동식을 마구 때리면서 너무 지친 나머지 무기력하게 떠밀려가버릴까 생각도 했을 것 같은데, 이때도 주원이가 당신 혼자 끝이냐며 찾아옴 그러다가 한기환이 유연이를 차로 쳤다는게 밝혀졌는데 주원이는 또 찾아와서 당신은 더는 안된다면서 이제 자기가 동식이 대신 망가지겠대

이순간 누군가 자기더러 너는 이제 행복해져야 한다고 말하는 느낌이지 않았을까 자기를 위해주던 가족들도 생각나고....뭔가 유연이 사건 전부터 알고지내던 사람이 이런 말을 하는거랑 생판 남이었던 사람이 이런 말을 해주는건 무게감이 달랐을 것 같음 객관적이어서 더 마음에 와닿는 평가나 위로가 있잖아

그래서 동식이가 죄책감이든 20년간 묵혀온 슬픔이든 온전히 품고 이동식이 이동식으로 남겠다는 어떤 힘을 가질 수 있지 않았을까 원래도 강한 사람이라고 생각해서 동식이는 정말 사소한 계기 하나가 필요했을 것 같은데, 이순간이 그 계기가 되어준 느낌임 사실 외면하고 슬픔에 못이겨서 제 몸 망가트리는 것보다 어떤 척도 하지 않은 제정신으로 다 짊어지고 사는게 더 힘들잖아...

그래서 1화 엔딩이랑 16화 엔딩의 동식이 미소가 대치되는게 너무 좋았음 이제는 그냥 말그래도 이동식으로 남은 느낌이어서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다음으로 주원이는 그나마 의지할 곳이라곤 아버지라는 이름의 한기환이었다는게 문제의 발단이었을 것 같음 애들은 부모와 가지는 애착 관계가 중요하고 영향을 많이 받는데, 설령 그 애착 관계가 비정상적이어도 애들 스스로 이걸 끊어내지 못하잖아 근데 그 애착 대상이 괴물인 한기환이니...ㅠㅠ

개인적으로 한주원은 만양에 왔을 때까지 정신적으로는 아이시절을 완전히 벗어나지 못했다고 생각함 자기가 필요하고 중요한 사람이라는걸 굉장히 증명하고 싶어하고 어떻게 보면 집착한다고도 볼 수 있는데, 이게 맘편히 누군가에게 기대서 성장해볼 기회가 없었으니 몸은 자랐지만 심리적으로는 아직 홀로서기를 못한 느낌임 실제로 초반부에 한기환이랑 만나는 장면 보면 나를 잊은듯이 살던 당신이 원망스럽다는 느낌은 있어도 당신같은 아버지는 필요없고 나는 나 혼자로도 충분하다 이런 느낌은 아니었잖아


그리고 나는 이금화 함정수사 때 이미 한주원이 한발자국 정도는 괴물이 되는 길에 발을 들였다고 생각함 만약 사건이 지금처럼 전개되지 않아서 문자를 받지 못했고 이동식이 범인일 것 같다는 확신이 없었다면? 만양에 와서도 민정이 사건이 일어나지 않았거나 동식이가 발견을 못한 탓에 사건이 또 미제로 묻혀버렸으면? 그래서 한주원이 계속 이 일을 물고늘어질 건덕지가 없었으면? 한기환이 다정한 아버지 연기를 계속했다면?

모든 사건이 지금과는 정반대로 흘렀어도 주원이가 몇년동안 이 일에 매달려서 지금의 주원이로 남을 수 있었을까 싶음 사람은 지치기 마련이고 그럴 때일수록 애정에 더 약해질 수밖에 없을거고...한번 의뭉스러움과 찝찝함, 불편함을 무시하는게 힘들어서 그렇지 두세번 반복될수록 무뎌지지 않을까 아무리 주원이 성격이 진실을 쫓는 거라도 심리적으로 독립된게 아닌 이상 한기환의 영향 아래서 얼마나 자신을 지킬 수 있었을까...한번 사람보다 사건을 더 중요시한 적이 있으니 앞으로 또 어떤 벽에 막혔을 때 같은 방법을 아예 떠올리지 않을 수 있을까 싶기고 하고


근데 만양에서 만난 이동식은 주원이가 이금화를 못잊도록 언급함 그러다가 결국 주원이가 왜 자기가 만양에서 벌어진 실종사건을 파해치는지 동식이에게 소리치면서 밝히잖아 그순간이 주원이에게는 자신이 실수하는 사람...즉 쓸모없는 사람일지도 모른다는걸 인정한 순간이자, 자기가 지금 이러는게 실수를 만회하려는 것보다 죄책감이 더 큰 이유라는걸 새삼 깨닫지 않았을까 그리고 이게 한기환과 한주원을 다르게 만드는 데에 결정적이었을 것 같음 한기환이 가리는대로 가려지지 않은 날것 그대로의 죄책감과 마주했으니 한주원 성격상 괴로워도 제대로 마주하고 잊지 않을 것 같음

근데 여기서 주원이가 애써 부정하던 여린 면을 본 이동식은 주원이를 대하는 태도에 예전과 달라진게 없음 오히려 실수한 자신을 밀쳐내던 아버지와 달리 동식이는 자기 선 안에 주원이를 들였다는 듯이 행동하는듯함 이때 주원이가 심리적으로 독립해나가기 시작한 것 같음 한기환 외의 다른 관계를 겪고 기댈 수 있는 곳을 찾으면서 한기환의 인정없이도 나는 나라는걸 깨닫고, 한기환과 자신의 관계가 썩은 동앗줄같아서 결국 놓아야만 한다는 것도 전보다 쉽고 명확하게 받아들이지 않았을까 싶음 그래서 주원이가 진실과 정의만을 쫓아서 지금의 결말을 불러올 수 있었던 것 같음


그리고 16화 수갑장면....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동식이가 죗값은 죄지은 사람이 받는거라면서 자기 체포하라고 하잖아 예전에 한 약속 언급하면서......게다가 사죄하고 싶다면 경찰 생활 계속 하면서 갚아나가래.....이게 진짜 주원이가 받아본 애정 중 가장 순수한 것이라서 이런 사람에게라면 기꺼이 무거운 마음을 평생 짊어지고 속죄하면서 살겠다는 마음을 가지게 되지 않았을까 위에서 말했던 것처럼 자기 몸 망가트리고 사는 것보다 제정신으로 다 끌어안고 사는게 더 힘들건데 수갑채운 동식이 손 붙잡고 이마대는게 그것마저 감수하겠다는 다짐같아서 이 장면이 진짜 인상깊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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