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m.youtu.be/6E-0YID2aV4
풍경 속에 따뜻한 빛이 내려앉았다. NCT 재현과 함께 보낸 온화한 오후, 그리고 부드러운 말투 속에 숨겨져 있던 단단함에 대하여.
Q. 유튜브에서 라우브(Lauv)의 ‘I like me better’를 커버한 영상 속 모습을 보면서 혼자서도 잘 노는 사람일까 궁금했어요. 조회수가 1500만 뷰에 달하던 걸요
A. 혼자 여러 도시 구석구석을 돌아다니는 느낌을 담았죠. 사람들과 어울리는 걸 좋아하지만 최근엔 저만의 시간을 좀 더 가지려 하고 있어요. 혼자 생각할 시간도 필요하더라고요.
Q. ‘당신과 함께 있을 때의 내가 좋다(I like me better when I am with you)’는 가사처럼 좋은 사람들이 주변에 많은가요
A. 그럼요. 내가 믿고, 나를 믿어주는 사람들에게 최선을 다하려고 해요. 서로 진심이면 ‘저 사람이 나를 생각하는구나’라는 걸 말하지 않아도 통한다고 생각해요.
Q. NCT의 팀 개념은 넓고 열려 있어요. NCT U로 가장 먼저 얼굴을 알린 멤버 중 한 명인 만큼 다른 멤버들이 많이 의지할 것 같은데
A. 직접적으로 조언하는 성향은 아니긴 해요. 그보다 함께 시간을 보내면서 힘이 돼주려는 편이죠. 이야기를 들어주고 공감해 주는 게 제 방식이에요.
Q. 18명이 등장하는 ‘Black on Black’ 퍼포먼스 영상을 보면 NCT 규모나 컨셉트에 놀라게 되죠. 좋은 팀원이란 어떤 존재일까요
A. 일원으로서 내 몫을 해내는 그 자체가 중요해요. 내가 할 수 있는 걸 최선을 다해 하는 것, 잘 해내는 모습을 보여주는 그 자체로도 서로 좋은 영향을 자연스럽게 주고받게 되더라고요.
Q. 재현이 타고난 재능 중에서 멤버들이 부러워하는 것은
A. 제가 ‘금손’이거든요(웃음). 손으로 뭘 만들거나 센스가 필요한 건 곧잘 하는 편이에요. 어릴 때부터 피아노를 친 덕분일지도 모르겠네요.
Q. 멤버들과 서로 성장을 긴밀하게 지켜봤어요. 여러 감정이 들 것 같은데
A. NCT Dream 중 몇몇은 초등학생 때부터 봐와서 가끔은 깜짝 놀라요. 불과 며칠 사이에 ‘쑥’ 자란 느낌이 들 때가 있거든요. 다른 한편으로는 맨 처음 만났을 때 감정 그대로 멈춰 있는 것 같기도 하고요. 좀 복합적이고 애틋한 기분이죠.
Q. 지난해 NCT 127로 해냈던 월드 투어 ‘NEO CITY - The Origin’ 이야기도 빼놓을 수 없어요. 해외 토크쇼나 라디오 출연 등 폭 넓은 경험을 한 이후 변한 게 있다면
A. 확실히 무대에서의 경험치는 달라졌어요. 어디를 가든 사람들이 비슷한 것에 공감하고 환호한다는 것도 느꼈고요.
Q. NCT 127 첫 정규 앨범에 수록된 ‘내 Van’은 이동하면서 많은 시간을 보낼 수밖에 없는 K팝 아티스트의 일상에 대한 곡이죠. 하지만 많은 곳을 다니고 다양한 사람을 만나면서 확장되는 부분도 있지 않을까요
A. 여행 다니는 걸 좋아해요. 아주 어릴 때부터요. 새로운 장소에서 그곳 문화를 보는 건 정말 즐거운 일이잖아요. 연습실과 호텔, 공연장 위주로 다니는 것이 아쉽기도 했는데 어느 날 아빠가 이런 말을 하시더라고요. “언제 이런 경험을 해보겠냐, 아무나 못하는 경험이다.” 지금은 거리를 그냥 걷기도 하고 사람 구경도 하면서 그곳의 분위기를 최대한 느끼려 해요.
Q. 재현의 목소리가 도입부인 곡이 꽤 많아요. 최근 발표한 곡을 들으면 성숙해진 가창력이 확 느껴지기도 하고요. 보컬에 대한 욕심이 있나요
A. 항상 연습하고 배우죠. 최근 곡을 만드는 데 참여하고 싶은 욕심도 생겼어요. 연습생 때는 잠깐이지만 작사·작곡 연습도 했거든요. 제가 어떤 곡을 만들 수 있을지 기대돼요.
Q. 〈인기가요〉 MC도 맡고 있는데
A. 해보고 싶은 일이었어요. 다양한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해서요. 얼마 전 MC들끼리 크리스마스 특별 무대를 준비할 때도 이것저것 의견을 내기도 하고 즐겁게 하고 있어요.
Q. 최근 다른 창작물을 보면서 ‘진짜 멋지다!’고 생각한 적은
A. 올드 팝을 부지런히 듣고 있어요. 원래 R&B를 좋아하기 때문에 디안젤로(D’Angelo) 같은 90년대부터 활약해온 아티스트들의 라이브 영상을 보며 보컬적으로 자극을 많이 받아요.
Q. 주로 응원을 받는 입장인 재현이 응원하는 대상이 있다면
A. 2년간 라디오 DJ를 하며 청취자들의 사연을 들을 때 진심 어린 응원을 보냈던 것 같아요. 시험을 앞두고 있거나, 회사 생활이 힘들다는 고민을 읽다 보면 잘되길 바라는 마음이 솟아날 수밖에 없어요.
Q. 라디오에서 어머니께 썼던 손편지에 대해 이야기한 적 있죠. “엄마도 엄마 인생을 살길 바란다”는 내용이었다고요
A. 숙소 생활을 스무 살 때 시작했거든요. 엄마가 이제 아들 걱정 그만하고 스스로에게 더 많은 걸 쏟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엄마가 삶을 잘 즐기고 계시면 좋겠네요. 요즘 운동을 열심히 하시는 것 같긴 했는데(웃음).
Q. 서울에서 태어나 스물셋이 되기까지 대부분의 시간을 서울에서 보냈어요. 도시의 변화를 느끼나요
A. 예전에 살았던 동네를 찾았는데 한창 재건축 중일 때? 하지만 변하지 않는 것도 있어요. 어릴 때부터 한강을 좋아했는데 기본 정서나 분위기는 여전한 것 같아요.
Q. 연습도 운동도 꾸준히 하잖아요. 노력이나 성실함이 가진 힘은 뭐라고 생각하나요
A. 그래 보이나요? 저는 진짜 좋아하는 것만 꾸준히 해요.
Q. 재미없지만 열심히 한 것도 있을 것 같은데요
A. 음, 있을 거예요. 바로 기억이 나지 않는 걸 보면 할 만했던 거 아닐까요(웃음).
Q. 노력과 별개로 스스로 실망하거나 부족함을 느끼는 순간이 찾아올 땐 어떻게 하나요
A. 실망하면 실망한 대로, 아쉬우면 아쉬운 대로 느끼고 흘려보내요. 극복하려고 애쓰지 않더라도 충분히 아쉬워하고 반성하는 것만으로도 도움이 되더라고요.
Q. 아쉬웠던 순간의 영상을 다시 찾아보는 용기도 있고요
A. 무조건 보죠. 세 번 이상 보기는 좀 괴롭지만요. 저는 피하지 않아요, 뭐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