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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퀘어 2018.05 ELLE KOREA / 아홉 청춘 NCT 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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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4.06 0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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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m.youtu.be/YtKyUnoxV2M


이 도시에서 가장 반짝이는 시기를 보내고 있는 아홉 명의 청춘들


“세상에는 어렵게 생각하면 어렵고, 쉽게 생각하면 또 단순해지는 것들이 있잖아요. 저희가 그런 것 같아요.” 도영의 이 표현은 꽤 정확하다. NCT를 잘 모르는 사람에게 NCT라는 그룹을 설명하는 건 그동안 꽤 난해한 일이었다. 지금까지 몇 명이 데뷔했는데 그게 멤버의 전부는 아니고, 유닛으로 나뉘는데 어떤 멤버는 교집합처럼 유닛 두세 개에 속해 있기도 하고, 이 유닛에 속한 줄 알았던 멤버가 다음 활동 때는 나타나지 않기도 하고…. 그러니 애써 설명하려 들수록 난처해지는 이 그룹에 대해 구구절절 해설하는 일은 멈추고 하고 싶은 말은 이것뿐이다. 일단, 보세요, NCT 이름이 들어간 무대는 뭐든. 


한국에서 아이돌 문화는 언젠가부터 주류 대중문화의 영역을 살짝 벗어났다. 가끔 전 국민이 아는 메가 히트곡이 탄생하고, 서바이벌 쇼나 예능 프로그램을 통해 대중적 인지도를 얻는 멤버가 나오긴 하지만 대강 곁눈질로 파악하기엔 글쎄, K팝이라는 명칭으로 정교하게 확장된 이 시장은 이해하기엔 너무 거대해졌달까. 반면 공들여 아이돌 신을 파고들며 새롭고 완벽한 기획력을 기대하는 이들에게 NCT는 SM이 선보인 ‘궁극의 아이템’에 가깝다. 어쩌면 마블 캐릭터가 총집합한 영화를 4DX로 감상하며 감격의 눈물을 짓는 초기 마블 팬의 심정과 비슷할지도 모른다. 그렇다고 대중에게 팀의 정체성을 보여주고 싶은 갈증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지난 3월 란 타이틀로 NCT 127과 NCT U, NCT Dream 18명의 목소리를 한 장의 앨범에 담고 총 여섯 편의 뮤직비디오를 발표했던 기록을, 그래서 멤버들은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NCT라는 브랜드로 데뷔했을 때 NCT라는 게 뭔지 궁금해하던 분이 많았어요. 지난 2년 동안 많은 분이 이해하기 어렵다고 생각했던 것을 이번 프로젝트로 설명할 수 있게 된 것 같아요. 노래와 퍼포먼스도 중요하지만 이번 활동은 ‘NCT는 이런 겁니다’라고 보여주는 시작점이 된 활동이 아니었을까 해요.” 리더인 태용은 확신을 갖고 말한다. 


유튜브 조회 수 220만 회를 기록한 <100초로 보는 NCT 18명> 영상은 좋은 증거다. 이어 멤버들도 말문을 연다. “18명이 함께한 앨범 자체로 뿌듯해요. NCT가 뭔지 보여주는 게 목표였거든요. 함께 활동하며 멤버들의 아티스트적인 면모를 봤고, 우리가 성장하고 있다는 확신도 생겼어요.”(마크) “한 앨범에서 다양한 장르와 무대를 보여줄 수 있어 좋았어요. 여러 유닛이 연달아 활동한 덕분에 대중에게도 NCT의 존재감이나 팀을 각인시킬 수 있었죠.”(태일) 지금까지 NCT 127은 대중적인 취향에 크게 신경 쓰지 않는 것처럼 보였다. 빠른 비트, 그에 걸맞은 과격한 안무로 무대 위 멤버들의 얼굴조차 인식하기 쉽지 않았던 데뷔곡 ‘소방차’, 태용의 장기인 저음의 묵직한 랩이 도입부의 인상을 결정짓던 ‘무한적아(無限的我)’, 그리고 수없이 반복되는 후렴구 가사를 알아듣기 위해 신중한 노력을 기울여야 했던(문제의 가사는 ‘빨리빨리 피해 right cherry bomb feel it yum’이다) ‘Cherry Bomb’까지. 하지만 이번에 선보인 ‘Touch’는 밝고 부드럽게 뻗어나가는, 기존 NCT 127과는 확실히 다른 무대였다. 지금까지 유닛의 색을 뒤엎는 타이틀곡을 택하는 것에 멤버끼리 이견은 없었을까? 기대와 걱정이 교차했을지언정 좋은 곡이라는 사실 자체에는 모든 멤버가 동의했다. “다들 듣자마자 좋아했어요. 멤버 모두 노래가 신나니까 안무 연습을 할 때도 힘이 난다고들 이야기했죠.”(재현) 실제로 멤버들은 모두 어느 때보다 밝고 즐거운 분위기에서 활동 중이다. “형들의 귀여운 모습을 많이 볼 수 있었어요. 라디오나 다른 활동을 할 때도 평소보다 경계가 허물어진 느낌이라고 할까요.”(해찬) 


활동을 병행하며 NCT 127은 4월 첫 주 일본 데뷔 쇼케이스까지 감행했다. SM 최초의 일본인 아티스트인 멤버 유타의 감흥이 남다를 수밖에 없다. “긴장했는데 무사히 끝났어요. 아무래도 제가 일본어가 서툰 다른 멤버를 대표해 상황을 이끌어 나가고 말까지 도맡아 해야 하니까 어깨가 무겁긴 했죠. 그런데 멤버들이 제게 의지하는 느낌도 좋더라고요(웃음). 이번 활동을 하면서 우리가 좀 더 뭉쳐야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유타) 이토록 반짝이는 청춘들이 무려 18명이나 한 그룹에 모여 있다는 건 꽤 비현실적인 일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그중 딱 절반인 9명을 만난 시간 동안 확신할 수 있었던 것은 NCT 127은 생각보다 단단하게 서로 의지하고 있다는 거다. 한국어가 가장 서툰 윈윈이 하고 싶은 말을 미처 못한 것 같으면 “예전에 나한테 이게 좋다고 하지 않았어?”라며 대신 조목조목 이야기를 들려주려고 노력하던 도영(특히 사람들은 말하지 않으면 표현하고 싶은 게 없다고 생각하는데 그렇지 않다며, 윈윈이 무던히 적응해 줘서 너무 고맙다고 한 말은 정말 예뻤다!), 당시에는 생각도 하지 못했는데 유타가 일본 쇼케이스 때 많이 힘들었을 것 같다던 쟈니(쟈니는 멤버들이 인정하는 NCT ‘커뮤니케이션 센터’이자 낯가림이 심한 멤버 사이에서 거의 유일한 ‘피스 메이커’다), 멤버들과 이야기하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편해질 때가 많아서 항상 고맙다는 마음을 털어놓던 태일과 쉬지 않고 활동하는 마크를 보면 진심으로 힘이 난다고 말하는 유타. 


옆에서 지켜보기에도 벅차고 숨 가쁜 일정과 기획을 소화해 내는 순간에도 멤버들은 서로의 자리와 역할을 분명하게 인지하고 응원하고 있었다. 아티스트로서 더 잘하고 싶은 분야를 욕심내고, 어떤 무대가 NCT의 정체성을 대변할 수 있는지를 고민하는 과정을 멤버 모두는 아마 각자 통과하고 있을 것이다. 모든 유닛 활동에 빠지지 않고 참여했던 마크는 여전히 자기의 색깔을 찾아가는 중이며, 중국 무용을 전공한 윈윈은 힙합 댄서로서 자신만의 스타일을 확실히 구축하고 싶다. 막내인 해찬은 강렬하고 센 무대가 좋지만 본인의 목소리가 밝고 청량한 무드에 어울린다는 것을 알고, 형인 태용은 그런 해찬의 특징을 이해하고 ‘아직 딱 맞는 곡을 보여주진 못했지’라고 격려하기도 한다. 즐거운 사실은 다들 보여줄 게 잔뜩 남았다고 생각한다는 것! ‘하나는 둘이 되고 때로는 백이 돼. 굳어버린 세상 유연하게, 자유로운 우리를 봐. 자유로워.’ 한계가 없음(Limitless)을 말하던 ‘무한적아’의 가사처럼 자유롭게 질주하는 이 청춘들을 이해하기 위해 우리에게 필요한 건 경직된 시선이 아닌, 있는 그대로를 바라보는 태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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