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m.youtu.be/hKFTtYtgG4E
모든 것이 불확실한 시대, NCT는 유기체처럼 팽창과 변형이 자유로운 생존법으로 데뷔했다. 2018년 NCT U의 세포는 태용, 재현, 도영, 마크, 루카스, 정우, 윈윈이다. 소년과 청년의 경계에 선 그들은 블랙 프레임 안에서 얼마만큼 살아 움직일 수 있는지 보여준다.
내가 팬으로서 공개방송의 줄을 선 마지막 아이돌은 H.O.T.다. 그들이 17년 만에 <무한도전>을 통해 재결합을 꿈꿀 때, NCT의 유닛인 NCT U를 만났다. NCT라는 유기적이고 미래지향적이며 신문화적인 그룹을 이해하는 데 사흘이 걸렸다(‘~적’이라는 모호한 접사를 쓰지 않을 수 없다). 아이돌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정형돈은 NCT의 팀 소개에 “그래서 NCT가 뭐라고요?”라고 되묻는다.
유튜브에서 NCT를 정리한 영상을 찾아봤다. 팬들에게는 귀에 딱지 앉을 내용이지만 간단히 정리하면 그렇다. NCT는 ‘Neo Culture Technology(신문화 기술)’의 약자로, 무한 개방, 무한 확장을 컨셉으로 한다. 얼마든지 유닛의 멤버가 늘거나 구성이 바뀔 수 있다. NCT 안에는 NCT U, NCT 127, NCT DREAM이 활동한다. 2016년 4월 디지털 싱글 ‘일곱 번째 감각’으로 데뷔한 NCT U의 멤버는 다섯 명이고, ‘Without You’를 부른 NCT U는 세 명이다. 내가 만난 2018년의 NCT U는 일곱 명이다. 2018년 NCT의 완전체는 세 멤버(루카스, 정우, 쿤)가 합류해 총 18명이다. 라임 있는 랩 같다. “NCT는 완전히 새로운 그룹 형식이에요. 시간이 조금 걸릴 수 있지만 완벽히 이해하신다면 새로운 체제와 형태를 갖춘 NCT를 분명 좋아하실 겁니다!”(윈윈) “NCT는 브랜드와 비슷해요. 시간과 장소를 초월한 유일무이한 시스템의 그룹입니다.”(마크) “NCT는 갇혀 있지 않고 항상 새로움을 추구하는 팀이에요.”(정우)
NCT는 살아 움직인다. 멤버 한 명 한 명이 세포라면, 이들은 얼마든지 결합하여 새로운 유기체를 만들어낸다. 멤버뿐 아니라 음악과 퍼포먼스, 스타일도 경우에 따라 달라진다. 미성년자만 활동하는 NCT DREAM은 남성이 되기 전인 무해한 이미지의 소년들이 호버보드를 타고, ‘Chewing Gum’을 부른다. 서울의 경도 127에서 이름을 따온 NCT 127은 서울을 기반으로 세계 정복을 꿈꾸는 남성적 이미지를 강조한다. NCT U는 내놓는 노래 스타일에 맞춰 별개의 유닛처럼 퍼포먼스를 달리한다. 탈피와 환원의 반복에 이 신인들은 도리어 기뻐한다. “감각적인 발라드, 힙합, 화려한 퍼포먼스 등 내 안의 여러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는 게 장점이죠.”(재현) “매번 신선한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어요.”(루카스) “팬들에게 여러 모습으로 자주 컴백할 수 있어요.”(윈윈)
지금까지 아이돌은 확실한 스타일, 캐릭터, 정체성을 갖는 것이 관건이었다. 섹시, 소녀, 짐승돌처럼 특정 수식어로 불리길 원했고, ㅇㅈㅊㄱ, ㅂㅇㅍㄹㄷ, ㅇㅁㅇㄱ, ㅅㅂㅌ처럼 자기네 정체성을 팀명에서부터 설명했다. NCT는 ‘탈정체성’를 추구하며 오히려 미래에 적응한다. 우리는 미래가 어떨지 모르지만, 무엇 하나 정확하지 않고, 빠르게 변하며, 수많은 취향이 공존할 것임을 안다. 반 발 앞서서 아이돌의 새 스타일을 제안해온 SM이 이번에는 한발 앞서서 (그렇기에 다소 이해하기 힘든) 조합의 아이돌을 선보인 것이다. 2016년 이수만 수장은 한 비즈니스 서밋에서 SM이 ‘New Culture Technology’로 재탄생 할 거라 얘기했다. 무대는 NCT(Neo Culture Technology)가 장식했다. 이들은 SM이 얘기하는 미래다.
NCT는 SM의 과거도 갖고 있다. SM이 시행착오를 거치며 성공시킨 아티스트들의 면면, ㅇㅅ의 완벽한 세계관과 서사, ㅅㅇㄴ의 힙함, ㄹㄷㅂㅂ의 청량함 등은 NCT의 세포 조합에 따라 충분히 구현할 수 있다. “우리 팀은 유기적으로 바뀔 수 있기에 선배님의 좋은 음악과 퍼포먼스를 보여드리려고 노력 중이에요.”(도영) “NCT는 다양한 색을 갖고 있어요. 색이 많을수록 더 아름답고 예쁠 것 같아요.”(태용) 9인조, 11인조 아이돌의 등장이 충격이던 시절엔 ‘이 안에 당신이 좋아할 멤버 한 명은 있겠지’였다면, 이젠 당신이 원하는 모든 아이돌과 음악, 퍼포먼스가 NCT 안에 있다고 말할 수 있다. 이런 스타일 총합, ‘탈스타일’은 오히려 NCT만의 스타일을 만들어낸다. “NCT만의 장르를 만드는 게 우리의 방향성이에요. 퀄리티를 살리며 다양한 컨셉을 NCT만의 느낌으로 재해석하고 싶어요.”(마크)
이들은 좋아하는 뮤지션을 말할 때도 말미는 ‘노력하겠다는 의지’로 끝낸다. “프랭크 오션처럼 계속 찾고 싶고 머리에 맴도는 뮤지션이 되고 싶어요. 그처럼 멋진 가수의 노래를 많이 찾아 듣는 습관이 있어요. 제 발전을 위해서요. 그리고 멋진 가수가 되려면 멋진 사람부터 돼야 하기에 평소에 세상을 조금이라도 더 감상하고, 마음을 풍성하게 채우려고 노력해요.” 다른 멤버들도 마찬가지다. “매일매일 연습하고 연구하고 시야도 넓히려고 노력합니다.”(재현)
NCT U의 이번 컴백의 키워드도 공감, 꿈, NCT다. “이번 컴백의 목표는 우선 팀원들이 다치지 않고 재미있게 활동했으면 좋겠다는 거예요. 아무래도 처음 데뷔하는 멤버들이 걱정되거든요. 또 많은 팬과 함께하고 싶어요. 팬들과의 소통, 공감, 교감이 더욱 필요해요.”(태용) “바쁜 일상이나 여러 이유 때문에 서로 표면적이고 단편적으로 소통하는 사회에서 NCT 그리고 NCT 음악을 통해 서로 진실로 공감했으면 좋겠다는 메시지를 담았어요. 우리가 그런 공감을 이끌어가는 보스가 될게요. 저희를 믿고 따라와주세요.(웃음)”(재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