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반 회차에서 한주원이 애정결핍은 아닌거 같은데 한기환한테 인정은 받고싶어 하는것 같아서 좀 특이하다고 생각했거든. 근데 어릴때 주원이 가정사 보니까 알겠어
아빠가 자기 인생이 완벽하지 않다고 엄마 내치고 '이제 주원이 너랑 내 인생은 완벽할거야' 이러는 걸 보고 자랐으니 어린 나이에도 자기가 살려면 완벽해야 한다는 걸 알았겠지... 그게 결벽증까지 이어진거고
그래도 27살까지는 그야말로 완벽한 삶을 살았는데 갑자기 한주원 인생에 이금화라는 오점이 생겨버렸으니 그 사건에 집착하는것도 당연했음. 이제 주원이는 성인이라 아빠가 없어도 살 수 있지만 어릴때 트라우마는 자기가 기억 못하더라도 무의식에 남기 마련이니까. 새끼때부터 발목에 밧줄 묶여있었던 코끼리가 나중에 그 밧줄을 끊고 나갈 힘이 되어도 스스로 도망 못치는 거랑 비슷한거지...
근데 보통 완벽주의를 고치려면 자잘한 실수를 해보고 실패한다는게 생각보다 별 거 아니라는걸 본인이 느끼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하잖아. 근데 주원이는 한번도 실패해 본 경험이 없었고 그래서 이금화 일로 더 초조해했던거 같아.
아마 주원이가 처음으로 겪은 무너짐은 진흙탕에서 뒹구는 일이었을거고 그 다음은 비맞는거, 그 다음은 달걀 맞는거. 이런식으로 외형적인 부분이 흐트러져도 생각보다 큰 일이 벌어지지 않는다는거 조금씩 겪어보다가 마지막 4화에서 동식이가 정신적으로 한계까지 몰아붙이면서 진짜 실패가 뭔지 처음 경험해 본거 아닐까
그 때 한번 실패를 겪은 걸 계기로 조금씩 깨달았을거 같음. 생각보다 실패해도 세상이 무너지지 않는다는 걸. 어떻게든 수습하고 다시 시도해 볼 방법이 생긴다는 걸. 그리고 한기환이 자길 버려도 자기 세상은 그대로 유지된다는 걸
4화에서 과호흡까지 왔던 이유가 자기가 실패한다는게 쓸모없어진다 = 버려진다 이런 이유라고 생각하면 새삼 짠해지고요... 한주원도 만양에 안내려오고 계속 그런 삶을 살았으면 언젠간 지 애비 때매 말라 죽었을듯
이렇게 생각하면 또 한주원 완벽주의 버리게 만든 이동식도 의도치 않게 한주원 구한거 아닌가 싶고 ㅋㅋㅋㅋㅋㅋ
덧붙여서 한주원이 만양 내려와서 본 이동식은 사실 한주원 기준으로는 이미 실패한 인생이었을텐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잘 살고 있어서 의아했을거같음. 20년 전 사건의 용의자였는데 어쨌든 만양 사람들하고는 불안하지만 가족같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고. 그 와중에 다른 사람들을 도와주면서 살고있고.
특히 그 비오는 날은 신발도 없이 다 젖은 채로 그렇게 웃는다는게 한주원 입장에선 여러모로 충격이지 않았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