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연기돌(아이돌 출신 연기자)이라는 표현은 과거만큼 많이 사용되진 않는다. 이렇게 된 건 이제 아이돌 출신으로서 연기의 길을 걷는 이들이 과거처럼 아무런 준비 없이 그 길에 뛰어들지는 않기 때문이다. 그 많은 연기력 논란은 그들에게 준비 없는 연기의 길이 득보다는 실이 많다는 걸 알게 해줬다.
공교롭게도 현재 방영되는 드라마들에 쏟아져 나온 연기돌들은 바로 그런 과정들을 거친 이들이다. tvN 월화드라마 <낮과 밤>의 김설현, JTBC 수목드라마 <런 온>의 임시완과 최수영 그리고 JTBC 금토드라마 <허쉬>의 임윤아가 그들이다.
연기 경력이 그다지 길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일찌감치 연기돌 딱지를 떼고 연기자로 불리는 인물이 바로 임시완이다. 어찌 보면 연기돌의 정석처럼 보이는 그는 <미생> 같은 드라마와 <불한당> 같은 영화로 확고한 연기자로서의 가능성을 증명했고, <타인은 지옥이다>를 거쳐 <런 온>으로 돌아왔다. <런 온>에서의 임시완이라는 심지어 배우에 의해 작품이 힘을 얻고 있다 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그의 연기자로서의 존재감이 독보적이다.
사실 연기에 있어 어떤 공식이 있는 건 아니지만, 임시완을 보면 인물에 대한 분석과 몰입이 중요하다는 걸 깨닫게 해준다. 김설현, 최수영, 임윤아의 연기가 어딘지 힘이 들어가 있어 작중 캐릭터가 아닌 연기자의 이미지가 오히려 드러난다면, 충분한 분석과 몰입을 전제한 후 힘을 빼고 연기하는 임시완에게서는 그보다는 작중 인물이 보인다. 연기돌의 성장통이라고 보이지만 이들이 임시완에게서 배워야할 부분이 아닐까 싶다.
이들은 이제 '연기력 논란'을 얘기할 단계는 넘어섰다. 다만 '연기돌'이라는 딱지를 떼고 연기자라는 이름표를 갖기 위한 노력이 필요할 뿐이다. 연기자들은 동료 배우와의 합을 통해서 자신을 성장시키기도 한다. 다행스럽게도 현재 이들이 출연하고 있는 작품 속에는 배울 점이 충분한 연기자들이 서 있다. <낮과 밤>의 남궁민이나 <허쉬>의 황정민 같은 배우가 그들이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https://entertain.v.daum.net/v/2020122917375833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