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붕같긴한데 지우긴 아까우니 그냥 올리구 자러간당..☆
처음엔 죽기 싫다는 생각으로 머릿속이 가득 차서 그저 도망만 다녔다. 어제까지만 해도, 우리들은 같은 학교에서 선의의 경쟁을 펼치던 그런 사이였는데.
처음엔 친구를 믿었다. 우리들이 싸워야할 곳은 이런 섬이 아니라 무대 위니까. 정정당당하게 서로의 실력을 겨룰 수 있는 무대 위.
눈이 마주치자마자 서로를 죽이려고 달려드는 이런 상황이 꿈이 아니면 대체 무엇이란말인가.
누군가가 죽을 때마다 경쾌하게 죽은 친구들의 이름을 읊어주는 소리는 참을 수 없을 만큼 지독했다.
그 와중에도, 나는 팀원들의 이름이 불리지 않기를 기원했다. 반 친구들보다도, 가장 먼저 떠오르는 건 「유성대」 였다.
도망을 거듭하다보니 낮과 밤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시간이 어떻게 흘러가는지도 모를 지경이 되었을 때,
간신히 만난 센고쿠는 처음엔 내게서 도망치려다가 내 손에 아무 것도 없는 걸 보고 다행히 멈춰 주었다.
그 다음에는 타카미네, 나구모, 그리고 카나타까지.
다섯 명이 겨우 다 모였던 그 순간, 방송에서는 사라져가는 사람들의 이름과 남은 사람들의 숫자를 호명하고 있었다.
남은 사람은 다섯 명. 우리들 뿐이었다.
새파랗게 질린 센고쿠를 다독이는 나구모 역시 동요를 감추지 못하고 있었고, 타카미네는 표정 하나 바뀌질 않았다.
타카미네는 이미 얼마 전부터 감정을 내비치지 않게 되었다.
계속 울면서 자신이 살아 있는게 민폐라던 아픈 소리만 하던 녀석이, 입을 다문 채 그저 하얗게 질린 얼굴로 숨만 쉬고 있었다.
카나타는 아무 말 없이 내 옆에 서 있었다. 분명 카나타도 혼란스럽겠지.
아아, 어떻게 해야 모두가 살 수 있을까.
안전한 구역을 찾아 계속 이동하는 데에도 한계가 있었다.
목걸이를 푸는 방법조차 찾지 못했고, 안전구역 또한 점점 줄어들고 있었다.
모두를 살리고 싶었다. 그래서, 그래서 대신 죽으려고 했었다.
나는 모두를 지켜야 할 의무가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죽으려고 했었다.
그러나 그것은 전부 허울 좋은 핑계였다. 그저, 그저 모든 걸 다 포기하고 싶었다.
의무를 빌미로 도망치고 싶었다.
죽자. 그 생각이 든 건 어느 날의 밤이었다.
모두가 잠들고 난 후에도 나는 잠들 수 없었다.
어디로든 가자. 그냥, 다 포기하자.
하지만 그 생각도 잠시, 내가 죽으면 저 아이들은? 카나타는?
그래도 날 의지하고 있는 저 아이들은, 내가 없어지면 누가 지켜주지?
카나타는 누가 지켜줘야 하지? 내 정의는, 뭐였지…?
"치아키."
"…!"
갑자기 들린 카나타의 목소리에 등줄기가 오싹해졌다.
이런 한밤중에 깬 적이 한 번도 없던 카나타였는데.
"치아키, 「약속」 기억하나요?"
"어…?"
"다 같이 살아서~「히어로 쇼」를 하는거에요! 저도, 테토라도, 미도리도, 시노부도, 그리고…치아키도."
다섯 명이 모였을 때, 처음에 내가 했던 말.
모두 함께 살아남아서, 다시 한 번 더 라이브를.
즐거운 그 날을 다시 한 번 맞이하자고.
"「유성대」는 「다섯」이서 「하나」잖아요…♪"
유성대는, 다섯이서 하나.
"……카나타."
"네~에, 치아키."
"돌아가자! 내일 아침에 다시 작전을 세우자! 어떻게 하면 모두 함께 살아서 돌아갈 수 있을지…!"
"네~♪"
그래, 살아서 돌아가자.
다섯 명 모두 다, 살아서 돌아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