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략) 그전에 세븐틴 보컬 트레이너일 때는 애들한테 정말로 엄했어요. 고래고래 소리도 지르고(웃음). 하지만 저는 놀이터에 나가서 제 동생이 누구한테 맞고 오는 게 싫어요. 때리라는 소리는 아닌데, 맞고 오지는 않았으면 좋겠어요. 특히 메인보컬인 승관이와 도겸이 같은 경우에는 어디 가서 노래 못한다는 소리는 듣게 하고 싶지가 않은 거죠.
메인 보컬들 역량을 가늠해보기 위해서 라이브, 레코드 모두 주의 깊게 들을 수 밖에 없거든요. 두 사람(승관, 도겸)은 보컬이 유난히 깔끔하다는 특징이 있어요. 어느 곡에나 잘 변형할 수 있는 무난한 스타일을 갖고 있고, 보컬에 치명적일 수 있는 나쁜 습관도 거의 눈에 띄지 않고요.
스스로 가수다 보니까 신경 쓰이는 부분이 있어요. 지금은 제가 이 친구들의 곡을 쓰는 입장이다 보니 저만의 색깔이나 노래하는 방식 자체가 애들에게서 묻어나지 않을 수 없겠죠. 그렇다고 다른 노래를 부를 때도 제 스타일처럼 부르기를 바라는 게 아니거든요. 따라서 여러 가지를 소화할 수 있는 근본적인 보컬 스타일을 찾기 위해 애들하고 같이 노력했던 것 같아요. 한 2년 정도는 이 노래, 저 노래 굉장히 많이 불러봤어요. 장르고 뭐가 안 가리고. 함께 고민했던 게 몇 가지 있는데요. 우선 제 입장에서는 '너무 나 같지 않았으면 좋겠다라는 것이었고요. 또 이 친구들이 기초를 잘 습득하되, 여러 가지 상황에서 어떤 노래든 할 수 있는 가수가 되길 바랐고요. 결코 완성 단계는 아니예요. 하지만 굉장히 잘 성장해나가는 중이라고 생각해요. 물론 저와 어떤 고민을 했던 간에, 승관이와 도겸이가 스스로 열심히 해준 게 두 아이들이 성장할 수 있었던 가장 근본적인 이유예요.
실제로 데뷔 연차에 비해 성장 속도가 굉장히 빠른 게 느껴져요. 정신없이 활동에만 매진할 때인데도 연습을 꾸준히 하는 그룹으로 잘 알려져 있고.
저도 그 점이 고마워요. 믿음이 가고요. 사실 <예쁘다> 앨범부터는 승관이에게 그냥 보컬 디렉팅을 맡겼어요. <아낀다> 어쿠스틱 버전을 가지고 "이 곡은 코러스까지 다 네가 알아서 해. 형이 이따 올라와서 체크만 할게." 했죠. 그리고 저는 내려와서 다른 작업을 하다가 올라갔거든요. 보니까 승관이가 정말로 알아서 코러스까지 싹 다 해놓은 거예요. 그때는 솔직히 진짜 놀랐어요. 결국 <아낀다> 어쿠스틱 버전에 대해서는 제가 아예 터치를 안 했어요.
당시에 제가 승관이한테도 그랬죠. "승관아, 너 알아서, 하고 싶은 대로 일단 해봐. 형이 이상한 건 나중에 뺄게." 승관이라고 안 놀랐을까요. 걔도 당황한 거죠. '갑자기 이 형이 나한테 왜 이래?' 이런 표정을 짓더니 "일단 해볼게요." 하고 들어갔어요. 녹음실에서 열 시간 넘게 걸렸나? 그 시간 내내 승관이가 애들을 데리고 이것저것 해본 거예요. 딱 올라와서 들어보는데, 솔직히 너무 잘 만들었더라고요. "부승관. 오, 짱인데?" 그렇게 말해줬죠. 살짝 수정을 본 것 이외에는 거의 손댈 게 없었어요. 고맙고, 감동받았죠. 아, 코러스 같은 경우에는 제가 하나도 손대지 않았어요. 다 승관이 작품이에요.
예전에 인터뷰로 만났을 때, 세븐틴 멤버들 모두 인상 깊었지만 호시씨가 유독 눈에 띄었어요. 춤에 대한 열정이 굉장하더라고요.
순영(호시 본명)이는 정말 춤을 좋아해요. 제가 [Love&Letter] 앨범 같은 경우에는 순영이에게 영향을 많이 받았어요. 그리고 순영이는 노래의 느낌을 춤으로 설명해요.
소리를 시각화하는 건가요?
그런 셈이죠. 예를 들면, "형, 이런 거 있잖아요. 쿵쿵짝."하면서 동작을 앞에서 해요. (작업실 문 앞을 가리키며) 여기 서서. 그럼 저는 그걸 가지고 드럼을 찍어서 들려줘요. "야, 이런 느낌 맞아?" 하고 물어보면, 순영이가 "네. 그 느낌 맞는 것 같아요." 이러고. 그럼 제가 또 다르게 찍어서 들려주고, 순영이는 "완전 좋아요, 그거예요!" 하고 좋아해요.
독특한 방식이네요.
진짜 특이해요. 작업방식에 제한이 없어요. 아무튼 애들이랑 있으면 희한한 영향을 많이 받아요. 버논이는 래퍼잖아요. 그런데 의외로 성격은 평화주의자예요. 하루는 애가 엄청 씩씩대면서 작업실 문을 쾅 열고 들어오는 거예요. 자기가 고민이 있대요. 그러면서 하는 얘기가, 그날 뉴스에서 사람들이 싸우는 내용을 봤다고 하더라고요. "형, 제가 정말 생각을 많이 해봤는데요. 그냥 다 같이 사이좋게 양보하고 잘 지낼 수는 없을까요? 그냥 서로 칭찬해주고! 그렇게 지내면 좋은거잖아요!" 이러더라고요. 자기는 모두가 사이좋게 웃으면서 아껴주고, 양보하고 이러면서 사는 게 좋대요. 그게 되게 귀엽죠. 신선하고요. 또 [Love&Letter] 준비하면서 정한이에게 무척 감동 받은 순간이 있어요. 앨범 녹음을 하다보면 애들이 한 번씩 엉엉 울고 올 때가 있거든요? 돌아가면서...그 때 정한이가 울었어요.
녹음이 마음처럼 잘 안 나와서 그런 거죠?
그렇죠. 한 번은 정한이가 힘들어하면서 우는데, 그게 고마웠어요. 제가 그 곡을 작업한 사람이잖아요. 가수가 저 정도로 욕심을 내서 해주고 있다는 게 고마운 거예요. 신기한 건, 애들이 한 번씩 그렇게 울고나면 실력이 확 늘어서 와요. 다음 작업을 할 때는 더 늘어서 오고요. 그럼 제 입장에서는 곡 안에서 다른 시도를 해볼 수 있게 되고, 또 다른 방식으로 보컬을 이용할 수 있는 방식이 뭐가 있을지 적극적으로 접근할 수 있거든요. 아, 외국인 멤버인 디에잇은 한국어 발음이 많이 좋아져서 그 점도 대견하고요. 가끔 이 친구들을 보면 그런 생각이 들어요. '뭐 이런 팀이 다 있나?'
세븐틴 같은 경우에는 멤버인 우지 씨와 함께 음악 프로듀싱을 하고 계시잖아요. 이때 우지 씨는 프로듀서로서 어떤 부분에 가장 중점을 두고 작업하나요?
우지는 멜로디와 가사 작업에 가장 공을 들여요. 프로듀서로서 세븐틴 이미지를 구상하고 거기에 맞춰서 가사와 멜로디를 생각하는 작업이 우선이죠. 그리고 자기 자신이 세븐틴 멤버이기도 하니까, 멤버들에게 가장 어울리는 것들을 찾는 일에 열심이에요.
우지 씨가 그러더라고요. 자신은 세븐틴의 색깔을 항상 고민하고 있다고.
저와 같이 고민하는 부분도 많고, 각자 생각도 있고요.
(우지가) 많이 도움을 청하는 타입인가요.
우지는 굉장히 무뚝뚝해요. 《Love&Letter》 앨범을 작업할 때, 우지와 편한 관계를 넘어서서 이제 정말 가까워졌다는 느낌을 확 받았어요. 먼저 농담도 하고 개그도 하기 시작하더라고요. 그 친구가 개그욕심이 정말 많은데, 원체 굳은 얼굴로 하니까 사람들이 당황하고 정작 웃지 못한다는 단점이 있지만요(웃음). 사실 <예쁘다>가 탄생하기까지 어마어마하게 힘든 과정을 거쳤어요. 우지와 제가 한 몸이 되지 않으면 해결할 수가 없을 법한 난제였죠. 타이틀곡이 일고여덟 번을 거절당했어요. 곡이 좋으면 애들 콘셉트와 안 맞고, 또 반대로 콘셉트에는 맞는데 곡이 만족스럽지 않고. 그런데 그때 저희가 세븐틴 데뷔 때부터 비장의 카드로 갖고 있던 곡이 하나 있었어요. 일단 그걸 예비로 놓고는, 제가 너무 힘든 마음을 안고 일본에 갔거든요. 거기서 아예 일본 노래 같은 곡을 하나 써왔어요. 와서 그 곡을 들려드렸더니, 대표님께서 새로 만든 곡과 예비로 남겨뒀던 곡을 섞었으면 하시더라고요. 정말 죽을 뻔했어요. 일단 잠을 못 잤죠. 3일에 두세 시간 자는 생활을 거의 한 달 가까이 했어요. 그 한 곡 때문에 우지랑 이 방에서 계속 밤을 샜거든요. 두 곡을 뜯어서 한 곡으로 편곡을 다시 해야 하는 상황이니까 진짜 암담하잖아요. 일단 첫 번째 예비곡의 아이덴티티에 대해서는 그 곡을 만든 우지가 가장 잘 알고 있고, 합쳐야 하는 두 번째 곡은 제가 쓴 곡인 거고. 이러니까 둘이 하나가 되지 않으면 정말 안 되는 상황이었던 거죠. 그 과정을 거치면서 서로 느꼈어요. '아, 우리가 잘 맞는구나. 그동안도 정말 잘 맞았구나.' 그렇게 동고동락하면서 우지가 저에게 많은 이야기를 해준 것 같아요. 그전에 작업할 때도 세심하게 일 이야기를 나눴지만, 그보다 몇 배는 더 신중을 기한 자세로 한 달 가까이 일했으니까요. 작업실 구석에서는 승철(에스쿱스 본명)이, 버논, 민규가 좁은 와중에 막 겹쳐누워서 자고 있고…. 하하, 우지 뿐만 아니라 애들 다 굉장히 노력했죠.
(중략...<울고 싶지 않아>를 통해 음악 스타일에 변화를 꾀했다는 내용) 성장 과정을 보여주고 싶었던 거네요.
네, 세븐틴이 자라나는 과정을 보여주고 싶었던 거죠. 예전에 제가 이 곡을 가지고 "완전 '중2병'이네!"라고 농담을 자주 했거든요. 이게 무슨 의미냐면, 제가 보는 세븐틴의 아이덴티티란 청량하고 패기 넘치는 소년들이었잖아요. 하지만 걔들이 어느 순간 센치해진 거죠. 소년이, 때로는 그럴 수 있는 거거든요. 언제는 쾌활하고 밝다가, 달빛을 보면서 감성에 젖을 수도 있는 거니까. 이런 이야기들로 막 수다를 떨다가, "야, 이거 중2병 같잖아!"라고 소리치면서 웃었어요. 그러다 가이드 녹음까지 다 끝냈는데 딱 한 부분의 가사를 너무 바꾸고 싶은 거예요. '우리 다시 볼 때' 여기. 그런데 진짜 아무리 애를 써도 안 나오는 거죠. 사실 노래 가사라는 게 엄청난 단어를 꺼내야 하는 것도 아니고, 사람들 마음에 닿고 안 닿고의 미묘한 차이를 갖고 있잖아요. 우지랑 에스쿱스랑 왔다 갔다 하면서, "와, 이거 하나만 바꾸고 싶은데 어떡하지?" 그러고 있는데, 정한이가 "우리 다시 볼 때" 이러고 쓱 작업실을 스쳐 지나가는 거예요. 그렇게 완성된 가사예요.
점점 해가 가면서 해야 될 게 많아지고, 염두에 둬야 할 부분이 늘어나는 건 사실이에요. 하지만 계속 새로워지려고 다들 노력해요. 애들도 저도, 회사도 잘됐으면 좋겠고, 서로가 '좋은 무대를 보여줬으면 좋겠다' '좋은 앨범을 만들었으면 좋겠다'라는 생각은 진짜 꾸준히 갖고 있으니까 가능한 일일 거고요. 아, 최근에 세븐틴 서울 공연과 해외 공연을 쭉 보고 오면서 느낀 게 있거든요. 각 유닛별 색깔이 굉장히 뚜렷해졌더라고요. 세븐틴은 세븐틴인데, 세 팀의 공연을 보고 있는 느낌이 들었어요.
그 안에서 세븐틴이라는 팀의 통일성도 계속 유지하는 게 꽤 어려운 일 같아요.
이 친구들은 열세 명이 모였을 때 자기들이 뭘 해야 하는지 정확히 알기 때문에 걱정이 안 돼요. 분리와 통합이 전혀 부자연스럽지 않죠. 모든 시작점은 다 같이 하는 거거든요. 세븐틴이라는 하나의 팀이 우선이고, 그다음이 유닛별, 또 그 이상의 새로운 조합을 구현하는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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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카테에 올렸던 글인데 늦덬들 같이 보자고 끌어옴ㅋㅋㅋㅋ천천히 읽어보면 애들 작업스타일이 어떤 지 파악할 수 있는 좋은 인터뷰야
책 내용에서 일부 발췌한 거라 여기서만 봐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