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윤효정 기자 = 서바이벌 오디션 Mnet '프로듀스' 시리즈가 일정 부분 조작됐다는 정황이 드러나며 연일 대중을 충격에 빠트리고 있다. 시청자에 '국민 프로듀서'라는 지위를 주며 '당신의 소년 소녀에게 투표하라'던 외침은 그저 마케팅일 뿐이었고 실제로는 순위를 조작해 데뷔팀을 선발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일부 소속사와 제작진의 유착 관계 정황도 밝혀지고 있는 가운데, 실제 데뷔조를 선발하는 프로듀서인줄 알았던 시청자들의 '환멸'과 허탈함은 배가 되고 있다. 우리는, 국민 프로듀서들은 왜 이토록 분노하는 걸까.
1. 시청자들의 시간과 돈과 노력을 앗아간 '프로듀스'
최종 선발전에서 100원의 유료 투표를 포함해 '프로듀스' 시리즈는 시청자와 팬덤의 '노력'이 프로그램을 굴러가게 만드는 원동력이었다. 내가 응원하는 연습생을 데뷔시키고 싶다는 열망이 매회 치열한 투표로 이어졌다. 이때문에 '노력'은 '노동'이 됐다. 화제성이니 순간 시청률이니 여러 지표가 곧 인기 순위로 이어졌기에 모든 것이 경쟁에 포함됐다. 팬들은 매회 공개되는 연습생들의 무대 영상, 음원, SNS 프로모션, 관련 기사에 댓글을 달고 하트를 눌렀다. 결정적으로 데뷔에 영향을 미칠 유료투표는 자신의 표 뿐만이 아닌, 주변 지인들에게 '영업'을 하는 것은 물론 거액의 돈을 모아 투표 이벤트를 여는 식으로 확장됐다. 그같은 노동의 배경에는 오로지 응원 멤버의 '데뷔'였으나 '프로듀스'의 조작은 이 시간과 노력을 모두 물거품으로 만들었다. 시청자 기만이다.
2. 데뷔조에서 탈락한 연습생들의 꿈과 기회를 앗아간 '프로듀스'
'프로듀스'에 참가한 많은 연습생들은 인생의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프로그램에 임했다. 그 가운데에는 아이돌 지망생 치고는 많은 나이때문에 불안함을, 이미 데뷔를 했다가 실패한 경험을, 영세 기획사의 미약한 지원을 겪고 나선 이들이 있었다. 나의 노력에 따라 내 순위가 올라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희망을 붙잡고 치열한 바늘구멍을 통과하고자 혹독한 트레이닝 과정을 거쳤다. 그 간절함을 헤아릴 수 있을까. '프로듀스'는 연습생들의 눈물을 부각시켰고, 자식들의 이름을 알리고자 땡볕의 거리에 선 부모의 모습을 보여줬다. 그렇게 간절한 이들에게 다시 한 번 자본력있는 기획사같은 배경이 없이는 성공할 수 없고, 노력과 실력은 꿈을 이루는 조건이 아니었음을 확인시켜준 '프로듀스'다. 누군가는 '프로듀스'같은 희망이 없던 서바이벌을 끝으로 꿈을 접어야 했을 터다.
'프로듀스48' 참가자./뉴스1 © News1ichi@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