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팁/유용/추천 배우 박정민의 ‘언희(言喜)’ <처음처럼>
1,513 7
2019.08.23 09:21
1,513 7

영화 현장엔 사람이 굉장히 많습니다. 선장인 감독님을 필두로 연출, 촬영, 조명, 사운드, 제작, 미술, 소품, 분장, 의상, 배우 등 적어도 70~80명이 분주하게 뛰어다니죠.

첫 장편영화 현장은 약 3년 전, 〈파수꾼〉이라는 작품이었습니다. 예산이 극히 적은 독립 영화였기 때문에 상업영화만큼 인원이 많은 것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단편영화만 찍어오던 제겐 모든 것이 꽤 충격적인 사이즈였습니다. 카메라도 크고 조명도 크고 사운드 장비도 크고, 작은 건 그저 이제훈의 머리 정도? 여하튼 저는 매니저도 없이 엄마 차를 끌고 현장을 다녔습니다. 개런티로 받은 돈은 기름값으로 다 날려버리고, 라고 하기엔 기름값은 아빠 카드, 개런티는 용돈이었죠. 철없다고 욕하지 마요. 아직도 없으니까.

뭐든 첫 경험은 정말 짜릿합니다. 긴 영화의 주연으로 캐스팅되어 현장을 누비고 작품을 이끌고, 동료 배우, 스태프들과 함께 웃으면서 일하는 그 현장이 얼마나 즐거웠는지 모르겠습니다. 현장에 늦은 적, 아니 웬만하면 그 누구보다 먼저 가 있었습니다. 모르겠습니다, 왜 그렇게 즐거웠는지. 추운 데서 벌벌 떨며 동료들을 맞는 게 마냥 좋았습니다. 쟨 뭔데 맨날 저렇게 빨리 와, 하는 표정을 보는 게 재미있었습니다.

“왜 이렇게 빨리 왔어. 우리 정민이.” “못 일어날까봐 안 자고 나왔어요. 뿌우.”

“그럼 피곤해서 연기를 못하잖아. 우리 정민이.” “연기는 원래 못하니까 이렇게라도 해야죠. 뿌우.” 식의 대화가 자주 오갔고, 역시 모르겠습니다. 그게 열정이고 애정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처음으로 아이폰을 사서 자랑하던 머리 작은 이제훈과 뒷머리가 생명인 머리 작은 서준영, 못생긴 데다 머리도 큰 배제기와 그들을 바라보던 윤성현 감독님의 인내의 눈빛이 그저 즐거웠습니다. 그게 나의 시작이었고, 처음이었고, 모르겠습니다. 마치 첫사랑 혹은 고향 같은 순수함이랄까요.


“드루와, 드루와. 이 개xx들 드루와!” 혹은 “스태프들이 차려놓은 밥상에 숟가락 하나 올려놓은 것뿐이다”로 유명한 황정민 배우가 현재 제가 소속된 회사의 대장님입니다. 아직도 한결같이 대장님은 배우로서 해야 할 모든 준비를 완벽히 갖춰서 현장에 나가신다고 직접은 아니고 건너 들었습니다. 우리 대장님인데. 좌우간 현장의 꽃은 배우라고 하지만 그 꽃은 스태프가 없으면 피울 수가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정민 형님도 늘 탄알일발장전을 하고 현장에 나가는 것이겠죠. 그들의 노력에 반하지 않기 위해서 말입니다.

솔직히 고백할게요. 얼마 전까지 잠시 잊고 있었습니다. 어딘지 모르게 모든 게 당연해져버려 예전 같은 모습이 줄고, 그런 제 모습을 발견하고는 조금 실망하고 자책도 했습니다. 저한텐 열정이고 애정이었던 그 행동들이 다소 줄어버린 느낌이었습니다. 요즘 우리 대장님 칭찬을 많이 듣습니다. 내가 아는 배우 중 가장 사나이다, 1등이다, 확그냥막그냥여기저기확그냥막그냥 짱이다. 대장님 칭찬은 대장님한테 할 것이지 왜 나한테 하는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대장님처럼 되기 위해서라도 다시 재기발랄하고 멍청한 배우가 되어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첫 작품에서 내가 보였던 열정, 그리고 그 열정으로 나온 결과물, 사필귀정이랄까요. 하다하다 사자성어까지 쓰게 되는 이 마당에 어쨌든 초지일관하여 일취월장할라요. 맹모삼천이라고 엄마 우리 충무로로 이사가자 힝.

뭐든지 나 혼자 할 수 있는 건 없는 것 같습니다. 제가 이 글을 쓰지만 이 글을 받아 올리시는 박소영 기자님이 없으면 잡지에 실을 수 없습니다. 중간중간 지칠 때마다 보는 소녀시대 사이타마슈퍼아레나 콘서트 직캠 동영상이 없으면 시일 내에 마감할 수도 없었을 테니, 이 글은 소녀시대 때문에 존재하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소녀시대 하여 마감임박 할라요. 오매불망 소녀시대 우연지사 마주치세. 그렇지 않으면 구워서 먹으리.

가을입니다. 하늘은 높고 식욕억제기능이 마비되는 이 날씨에 바싹 긴장하시고 각자의 방식으로 헤쳐나가시길 바랍니다. 참고로 백지장도 맞들면 나아요. 내가 해봤어. 우리 동네 사는 백수랑 백지장 맞들어봤어. 그러니 조금 더 베풀고 교감하는 가을이 되길 바라겠습니다. 저도 노력하고 있으니까요. 동료들과 좀 더 가까워지기 위해서 예전의 내 모습을 찾고 있습니다. 내 방식대로 예전에 가졌던 그 열정, 그리고 그 방법. 다시 한 번 유념하고 걸어가려고 합니다. 모두가 각자의 방법으로 이 쌀쌀한 외로움과 우울함을 털어버리시길 기원합니다. 시나트라의 ‘My Way’처럼요.





* 박정민 배우 '언희' 글을 슼에 매일 하나씩 올리고 있으니 궁금한 덬들은 검색하면 지금까지 내가 올린 글 나올거야!





목록 스크랩 (0)
댓글 7
댓글 더 보기
새 댓글 확인하기

번호 카테고리 제목 날짜 조회
이벤트 공지 [🌈클리오 X 더쿠🤎] 더 뉴트럴하게 돌아왔다!! 가장 나다운 퍼스널 브로우 <클리오 킬 브로우 오토 하드 브로우 펜슬(UPGRADE)> 체험 이벤트 1480 04.16 63,137
공지 ▀▄▀▄▀【필독】 비밀번호 변경 권장 공지 ▀▄▀▄▀ 04.09 278,700
공지 공지접기 기능 개선안내 [📢4월 1일 부로 공지 접힘 기능의 공지 읽음 여부 저장방식이 변경되어서 새로 읽어줘야 접힙니다.📢] 23.11.01 2,763,139
공지 비밀번호 초기화 관련 안내 23.06.25 3,546,794
공지 ◤더쿠 이용 규칙◢ 20.04.29 20,081,704
공지 성별관련 공지 (언급금지단어 필수!! 확인) 16.05.21 21,033,057
공지 정보 더쿠 모바일에서 유튜브 링크 올릴때 주의할 점 743 21.08.23 3,326,900
공지 정보 나는 더쿠에서 움짤을 한 번이라도 올려본 적이 있다 🙋‍♀️ 214 20.09.29 2,146,906
공지 팁/유용/추천 더쿠에 쉽게 동영상을 올려보자 ! 3336 20.05.17 2,876,139
공지 팁/유용/추천 슬기로운 더쿠생활 : 더쿠 이용팁 3953 20.04.30 3,434,944
공지 팁/유용/추천 스퀘어 공지 (글쓰기 권한 포인트 상향 조정) 1236 18.08.31 7,812,208
모든 공지 확인하기()
2386004 이슈 꽃과 바이티엔 🐼.jpg (거의 화보 촬영급) 2 21:30 123
2386003 이슈 영유아교사가 힘들어하는 부모님 유형 2 21:29 335
2386002 기사/뉴스 MT서 술 취해 잠든 제자 성추행…서울 소재 대학교수 檢송치 2 21:28 230
2386001 이슈 린넨은 빨 때 섬유유연제 넣으면 안됩니다 13 21:27 758
2386000 유머 포인핸드에 올라온 세상 해맑은 상습가출견과 그만 만나고싶은 보호기관 담당자 4 21:27 432
2385999 유머 MBTI I인 아이돌이 친구 사귀는 방법 21:27 293
2385998 유머 똑똑한 웰시코기 2 21:26 148
2385997 이슈 아일릿 원희 안광 너무 부러워서 비법 좀 알려달라했더니.twt 17 21:25 1,548
2385996 이슈 사람들이 착각하고 있는 영화 제목들.twt 7 21:24 563
2385995 이슈 고속도로에 나타난 왕눈이 트럭.jpg 15 21:23 964
2385994 유머 같이 살땐 개가티 싸웠어도 독립하니 애틋해진 판다들🐼 3 21:21 1,337
2385993 이슈 한 번도 헤드마이크 쓰고 무대한 적 없다는 남돌 7 21:19 2,392
2385992 이슈 급 떡상한 7년차 부부 유튜브 57 21:18 7,173
2385991 이슈 4~5세대 걸그룹 글포티, 미포티 피크 스트리밍 수치.txt 4 21:18 206
2385990 정보 대기에 흙먼지는 남아있겠지만 오늘보단 양호할 내일 전국 날씨 & 기온.jpg 4 21:17 820
2385989 이슈 알고 모르느냐에 따라 세계사 상식을 가늠해 볼 수 있는 것 4 21:17 636
2385988 유머 라이즈 소희 미남 똘병 두마리와 함께 출국 22 21:17 1,634
2385987 유머 남자가수가 군인 앞에서 무대 하는데 호응 미침 4 21:16 1,103
2385986 기사/뉴스 아디다스 오리지널스, '베이비몬스터(BABYMONSTER)'와 새로운 글로벌 파트너십 시작 14 21:15 531
2385985 유머 개빡치는 종이빨대 1위 12 21:15 1,36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