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우리 사합원 문 앞에서 트레이닝복을 들고 서 있다 하오저위에게 건넸다.
"일단 이거라도 입어, 춥잖아."
하오저위는 옷을 받고 착하게 서서 바로 바지를 입었다. 바지는 크고 짧았고, 하오저위의 다리는 길고 말라서 꼭 7부바지를 입은 것 같았다.
상의는 소매가 길어 손등을 다 가리고도 남았다. 얼굴이 복잡해 보였다. 부끄러워하면서도 기쁜듯했고, 어쩌면 감격했으면서도 불만스러운듯싶기도 했다.
"생일선물이 너무 큰데."
"꿈 깨, 돌려줘야 해. 이거 우리 아빠 거야. 내일 돌려줘, 안 빨아도 돼."
나는 곧 문 뒤에 있던 선물을 꺼내놓았다.
"네 생일선물은 이거야."
사실 뭐 좋은 건 아니고 지난번에 내가 하오저위 집에서 부순 의자였다. 그날 밤에 집에 왔다가 다시 가서 의자의 잔해를 주워왔었다. 선물이라고 하기엔 좀 억지스럽지, 사실 부순 건 나였으니까.
하오저위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의자를 보았다. 나도 조금 부끄러워졌다.
"할 수 있는 건 다 했어. 다리가 좀 많이 부서져서... 그건 못으로 박아도 안 되더라고. 본드로 붙여놓긴 했는데 금손이 아닌지라 그냥 관상용이야. 앉을 순 없어......"
하오저위는 말이 없이 그저 나를 빤히 바라봤다. 아마도 놀랐겠지. 하하, 어쩌면 살면서 받은 가장 허름한 생일선물일지도 모르고.
나는 주머니를 뒤져 초를 하나 꺼내어 불을 붙이며 말했다.
"생일 초 같은 서구적인 건 우리 집에 없으니 일단 이거라도 쓰자."
허허, 사실 이 초도 우리 외할머니 장례 때 썼던 거다. 초에 불을 붙이고 의자 위에 세우며 하오저위에게 생일 축하 노래를 불러주었다.
하오저위가 뜨거운 눈빛으로 계속 쳐다봤다. 그 눈동자에 촛불이 반짝반짝 일렁였다. 너무 계속 바라보니 멋쩍어서 노래 후반부를 빠르게 부른 뒤 말했다.
"나도 이게 좀 쪽팔리는 건 알아, 그래도 여기까지 했는데 좀 맞춰주라. 소원 빌어."
하오저위는 몇 초간 가만히 말이 없었다.
"눈 온다."
그 말에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보았다.
"일기예보가 꽤 잘 맞네."
내가 혀를 내밀어 눈을 맛보려던 순간, 하오저위가 초를 불어 꺼버렸다.
"어? 왜 벌써 불어? 소원은?"
그러자,
"빌었어. 내 소원은... 춤추자."
"뭐래! 소원 말하면 누가 들어준댔냐? 그게 무슨 소원이람?"
하오저위는 말없이 웃으며 두 손을 주머니에 찔러넣고 하늘을 올려다봤다. 갑자기 깨달았다. 왜냐면 어떤 유명한 사람이 예전에 한 말이 기억나서.
'첫눈이 내리는 밤에 내 우상과 함께 춤을 추는 건, 얼마나 낭만적일까.' - 뉴호록 푸즈-
이건 올해 베이징의 첫눈이고, 하오저위는 내게 손을 내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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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비에 나오는. 눈 오는 날. 춤추는 장면.
후반부에 더 있는데 나 지금 바빠 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