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가씨 저 비서 그만두겠습니다. 이 집에서 나가고 싶어요."
"너 뭐라고 그랬어.
무슨 선택을 해도 혼자가 아닐거라며 나 힘든거 싫다며 다 거짓말이야?
하루만에 마음이 바꼈어?
왜 도망가는데? 뭐가 겁나는데?"
'내 마음이. 네 마음이.'
"아가씨 혼자 아니에요.
집사님도 계시고 지강우 감독도 있고 나 없어도 충분히..."
"다 들었단 말이야.
나 좋아한다며 안좋아할 수가 없다며 왜 좋아하면 안 되는데? 내가 뭐라고?
너도 사람이고 나도 똑같은 사람일 뿐이잖아"
"용기를 낼 거라고 생각했어. 보채지 말자 조급하게 굴지 말자.
아니라고 싫다고 말해도 사람은 말보다 행동으로 진심이 드러나는 거잖아.
그런데 너는 항상 따뜻했잖아 아니야?"
"좋아하는 감정... 그래요 있어요.
근데 그거 나한텐 일탈이에요. 잠깐 쐬는 바람 같은 거.
영원이 얼마나 긴 시간인 줄 알아요?
그거에 비하면 겨우 한 달 두 달 굳이 얘기할 만큼 가치도 없는 시간이에요."
"그럼 왜 힘들다고 말한거야?
괴롭다고 좋아하면 안되는데 좋아해서 괴롭다고"
"잊어버려요. 취해서 한 말이에요. 술김에 한 말이 의미같은 거 있을리 없잖아."
"어차피 활동보조 역할로 들어온 건데, 아가씨 이제 잘 걷고 춤도 출 수 있어요. 이제 더 이상 나 필요 없잖아요"
"말 다했어?"
"네"
"정신 차려 이연서.
네 말이 맞았다. 내가 잘못했네. 따뜻하게 대하는 게 아니었는데.
좀만 잘해주니까 이렇게 홀랑 쉽게 흔들려버릴지 몰랐어 내가.
못 알아듣겠어?
그냥 업무에 집중하다가 잠깐 정말 그냥 잠깐 분위기에 휩쓸린 거뿐이야.
네가 하도 못돼먹은 얼음조각처럼 꽝꽝 얼어붙어 있어서 호의를 베푼 거뿐이라고."
"나 같은 거한테 이러지 말고 진짜 네 편 찾아.
끝까지 옆에 있을 사람 찾으라고."
"알았어?"
"멈춰"
"내가 갈거야. 네 등 두 번 다신 안 봐.
집에서도 공원에서도 항상 먼저 도망치는 건 너였지.
이번엔 아니야."
"똑똑히 기억해. 내가 널 버리고 가는 거야. 마지막에 남겨지는 건 너라고"
"없었어. 없었던 사람이야.
있었지만 없었던 거처럼 할 거야.
할 수 있어. 할 수 있어."
"뭐라고 말 좀 해봐요. 날 보고 어쩌라는 거야 진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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