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10월 지하철에서 몰카범을 잡음ㅋㅋㅋㅋㅋㅋ
오늘 국선 변호사가 선임되서 전화가 왔길래 그간 있었던 일을 올림
< 18년 10월 >
고장이 잦은 에스컬레이터라 늘 저속운행하는 곳인데 종아리에 뭐가 닿는 느낌이라 벌레인줄 알고 으악 하면서 뒤돌자마자 어떤 형상이 죄송합니다 하고 역주행으로 내려감
나도 모르게 본능적으로 뒷덜미를 잡고 소리지름
마침 근처 순찰하시던 지하철 보안관분이 그 남자를 잡고 다른 분들께 지원요청하셔서 지하철 역사 사무실로 들어가
간단한 조사를 받고 경찰에 인계함
이 날 알게 된 사실
보안관은 순찰중 개찰구 앞을 서성이던 남자가 개찰구를 나가는 날 따라가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아 긴가 민가 하면서 따라오고 있었다고 함
요새 많이 보이는 몰카는 범죄입니다 써놓은 거울이 붙은 에스컬레이터부근은 실제로 몰카가 존나 성행하는 곳이 맞다
나는 목소리가 큰 편임에도 불구하고 소리를 지른다고 지른 게 조금 큰 목소리로 말하는 정도밖에 안 나와서 소리지르는 중에도 스스로 놀람
전에 범죄 예방을 위한 글을 봤던 거 같은데 실질적인 최선의 저항 방법중 하나가 소리지르기라고 했던게 생각났음
극한의 상황에 몰리면 목소리가 잘 안나오게 된다는 글을 보고 나는 잘 지르는 편이라 다행이다 라고 생각했던 게 내 착각이란 걸 깨달음
나같이 목소리 큰 사람도 그런 상황에 소리지르는 게 쉽지 않았어
< 18년 10월 >
보안관이 가해자가 반성문을 써와서 제출했다고 알려줌
내용을 물어보니 몰카를 찍은 나에게 쓴 게 아니라 보완관한테 용서를 구하는 뉘앙스라 빡침이 가중됨
나한테 쓴 거였어도 용서할 생각이 없긴 했으나, 반성이 아닌 상황 모면을 위한 반성문인게 뻔해서 앞으로 가해자가 뭔 짓을 하든 나한테 알려주실 필요없다고 함
< 18년 10월 >
사건 발생 일주일 후 우리 집 앞 역에서 지하철 수사팀으로 사건이 넘어감
합의할 건지 재판 넘길건지 물어 봄
당연히 재판 넘긴다고 함
< 18년 10월 >
다시 일주일 후, 서울중앙지방검찰청으로 사건 인계
담당 검사 배정
담당 검사와 조서 작성 중 피해자가 나말고도 많은 것을 확인
( 그 개새끼 핸드폰에 몰카가 수십건 있었음 시발 )
안 그래도 빡쳤었는데 더 빡쳐서 100억을 줘도 합의할 생각이 없으니 가해자나 가해자 변호사로부터 절대 연락오지 않게 해달라고 거듭 강조함
< 19년 4월 >
모르는 번호로 전화와서 받으니 이 사건으로 배정된 국선변호사라고 함
나는 피해자고 검사가 알아서 한다고 들었는데 변호사가 이제서? 배정된 게 의아했음
변호사가 설명하길 가해자가가 혐의 인정했고 (당연하지 현행범인데 시발)
공판 기일이 3월에 끝났고 선고 기일이 4월 말경 있는데
가해자가 합의를 원해서 상대쪽 변호사가 합의요청을 함
그래서 나한테 의사를 물어보기 위해 국선 변호사가 배정됐다고 함
다시 한 번 100억을 줘도 합의할 의사가 없으니 합의 문제로는 다시 연락하지 않으셔도 된다고 말씀드림
잊고 있다가 전화받고 다시 사건일지를 보니 변호사를 2번 선임했더라고 ㅋㅋㅋㅋㅋ
처음 변호사로는 안 먹혀서 새로 선임했는지 어쨌는지는 몰라도
나는 잊고 산 동안 참 열심히도 서류제출하고 재판 참석하고 있었더라 ㅋㅋㅋㅋㅋㅋ
인생 좀 고달파졌었겠지
하지만 앞으로 더 고달파지길, 빨간 줄 꼭 긋길 바람
그거 보니까 정말 죄짓고 살지 말아야지란 생각도 들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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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긴 시간이었고, 나는 다른 사람이 아닌 내가 당해서 그나마 다행이라고 생각해
나도 이번일로 알았는데 내 멘탈이 생각보단 쎈 거 같더라고
당황해서 놓치지 않고 잡아서, 합의를 하지 않고 넘겨서, 이 일로 멘탈이 무너지지 않아서 너무 다행이라고 생각해
적어도 지난 10월부터 지금까지는 몰카를 못 찍었겠지
실형 선고돼서 감방가는 거 꼭 보고 싶어 선고 기일 끝나면 후기 쓸게 ㅋㅋ
판결 결과 후기: https://theqoo.net/10757491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