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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퀘어 내일의 안녕) 어머니, 희망 혹은 사랑이라는 동의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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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8.17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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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넬로페 크루즈 주연 '내일의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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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로젠 프라우 6번.' 독일의 현대 미술가 토마스 슈테(63)가 2000년 발표한 조각이다. 늑대 형상을 한 여인이 고통스럽게 기어가는 모습을 청동으로 표현했다. 훌리오 메뎀 감독(59ㆍ스페인)은 2006년 겨울 뒤셀도르프 예술박물관에서 이 작품을 보고 영감에 사로잡혔다. 삶과 죽음의 무게를 이겨내고 희망을 갈구하는 여인. 자궁에서 자라나는 새 생명이 한줄기 빛이 될 수 있다고 믿었다. 페넬로페 크루즈(43)의 섬세하고 밀도 깊은 연기가 더해져 조각은 영혼과 피부를 얻었다. 영화 '내일의 안녕' 속 마그다다. 

마그다는 마리아 막달레나에서 따온 이름이다. 프란치스코 교황(81)은 지난해 막달레나 기념일(7월22일)을 '축일'로 격상시켰다. 그리스도의 부활을 처음으로 증거하고 부활의 기쁜 메시지를 알린 역할을 인정해 사도 열두 명과 같이 특별한 의미를 부여했다. 이성적이고 사려 깊은 그녀는 가부장적 사회에서 값싼 위로에 안주하려는 여성들에게 주체적 삶을 제시한다. 마그다는 그 이상에 충실한 인물이다. 남편 라울(알렉스 브렌데뮬)과 별거 중에 유방암 판정을 받는 불행을 기어코 행복으로 바꿔놓는다. 스스로를 잃지 않고 더 용기를 내어 새로운 희망에 다가간다. "삶을 마음껏 누려야 해. 저 세상이 있다 할지라도 최대한 행복하게 살아야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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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한부 인생에서 희망을 쫓는 이야기는 흔하다. 대부분 자신의 삶을 성찰하거나 고통을 받은 주변인들에게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준다. 내일의 안녕도 다르지 않다. 마그다는 자신의 삶을 돌아보면서 가치관에 변화가 생긴다. 아들 다니(테오 플라넬)와 남편 노릇을 대신 하는 아르투로(루이스 토사)에게 기쁨과 희망을 전한다. 그런데 이 매개체는 새 생명이다. 자신을 정성껏 치료하는 부인과 의사 줄리안(에시어 엑센디아)이 입양하려다 실패한 나타샤(애나 히메네스)로 이름을 지어 가족은 물론 다른 이에게까지 영향을 미친다.

메뎀 감독은 이 과정에서 나타나는 모성의 위대함을 독특한 연출로 극대화한다. 마그다와 아르투로가 주고받는 이야기에 틈틈이 마그다와 줄리안의 대화를 삽입하고, 복수 장면에 나타샤의 환영을 끼워 넣는다. 신과 신을 연결하는 이음새로 화이트 아웃(그림이 사라지면서 흰색 화면으로 장면이 전환되는 방법)을 사용해 마그다의 선택에 정당성을 부여하면서 비극적인 면면을 최소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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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눈부신 희망은 모성애를 가리키는데 그치지 않는다. 마그다는 아들 다니와 소통하려고 축구에 흥미를 붙인다. 시발점은 2012 유럽축구선수권대회(유로2012) 결승. 스페인은 이탈리아를 4-0으로 이기고 우승한다. 유로 2008과 2010년 월드컵 우승에 이은 쾌거. 그러나 2014년 월드컵에서 참패하며 침체기를 겪는다. 경제 상황도 여의치 않다. 마그다가 시청하는 텔레비전에서도 경제 침체가 지속돼 실업률이 26%에 이르렀다는 뉴스가 흘러나온다. 

그녀의 상황도 최악으로 흐른다. 오른 가슴을 도려냈으나 암세포가 다른 부위로 퍼져 70%였던 완치확률이 0%로 떨어진다. 그런데 1년여 뒤 그녀는 용서를 구하는 라울을 안아주며 나긋나긋한 목소리로 말한다. "당신이 사랑을 찾아 나를 떠난 요 몇 년 동안 너무 행복했어. 고마워." 다음 신에서는 다니가 결승골을 넣어 레알 마드리드 유소년 팀을 우승으로 이끈다. 다니는 유니폼 상의를 들어 올려 속옷에 쓴 문구를 관중에게 보여준다. '엄마, 아저씨, 나타샤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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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이 써내려가는 희망대로 스페인 경제는 지난해 3%가량 성장하며 경제위기 이전 규모를 회복했다. 여전히 많은 도전에 직면해 있지만, 회생의 길에 들어섰다. 마그다는 그 앞을 비추는 길잡이다. 그녀는 영화 '엘 시드(1961년)'의 로드리고 디아스(찰톤 헤스톤)처럼 다니에게 죽음을 알리지 않는다. 대신 새 생명을 가슴에 안기고 기쁘게 세상을 떠난다. 죽음의 공포마저 이겨내는 모습은 제자들마저 뿔뿔이 흩어져 도망한 위기에서 예수 곁을 끝까지 지킨 막달레나를 연상케 한다. 자신의 모든 것을 바쳐 헌신하고 실천하는 사랑. 그 끝에는 생명의 면류관이 기다리고 있지 않을까. 

이종길 기자 leemean@asiae.co.kr

http://entertain.naver.com/movie/now/read?oid=277&aid=00040563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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