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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담 하이큐 가시꽃 (오이카게/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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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10.09 2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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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을 토하는 병이라고, 들어 봤어요?






요즈음 그 병을 앓고 있다는 사람들 이야기는 많이 들었어도, 솔직히 실제로 그런 게 있을까 싶었거든요. 그런데 일전에 저 실제로 그걸 봤어요. 그 병에 걸린 사람... 겉보기엔 멀쩡한데 가끔 가다가 구역질을 해서 보면 손바닥에 흠뻑 젖은 꽃송이가 가득하더군요. 제가 본 건 붉은 동백꽃 같았어요.






사람마다 꽃의 종류가 다르다고 하는데 제가 본 건 꽃송이가 작고 단단한 것이었죠. 놀라웠지만 참 예뻤어요. 짝사랑을 하는 사람들이 걸리는 병이라고 하잖아요?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사랑이 꽃이 되어서 속에 차오르고, 스스로 도저히 감당할 수가 없어서 게워낼 수밖에 없으니 참으로 안타깝고도 동화 같은 병이 아닐 수 없어요. 전 사랑이라는 게 실체가 없는 허황된 것이라 생각했었는데요, 그 꽃송이를 본 순간 확신했습니다. 마음은 존재하는 것이로구나. 사랑은 꽃의 형태를 띨 수도 있구나, 라고요.







그러니 끝도 없이 꽃을 게워내야만 하는 그 병이 얼마나 무서워요? 그 꽃, 사람의 몸에서 떨어져 나오는 거라고요. 계속해서 내장기관을 토해낸다고 생각해보세요. 병이 낫지 않으면 결국 죽고 마는 겁니다. 살점이 떨어져 나와 꽃이 되는 것일 뿐이니까요. 단지 남들 보기에 애틋하고 아름다울 뿐이지 결국 제 살 깎아먹는 병일뿐입니다. 아무것도 얻는 것 없이... 짝사랑은 그런 거예요.







예? 꽃이 아닌 다른 걸 토해내요? 아뇨, 처음 듣는데요. 뭘 토해낸대요?







그럴 리가. 지금까지 그런 걸 토했다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는데요. 꽃송이가 아니라니... 그럼 그 병이 아니겠죠. 그 사람, 누군가를 짝사랑 한대요? 꽃을 토하는 병이 아니라 다른 병 아닌가요? 게다가 모양새도... 끔찍하겠군요. 상상만 해도... 어떻게 그런 걸 토해낼 수가 있죠?








아니, 어떻게...

사람이 가시덩굴을 토해내요?






그 사람,

살아는 있는 건가요...?

가시꽃






부상이라고 했다. 정확히 어떤 부상인지, 언제쯤이면 복귀할 수 있는지 그 누구도 몰랐다. 카게야마는 얼굴을 확 구기며 공을 바닥에 집어던졌다. 겨우 잡힌 세이죠와의 연습 경기였다. 시합이 잡혔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부터 지금까지 단 한 순간도 긴장을 놓지 않은 채 연습에 몰두해왔다. 그런데 어째서 주장인 오이카와 토오루가 빠진다는 말이냐. 올해 세이죠와의 첫 연습 때에도 그랬다. 치료를 끝내고 거의 시합 막바지에 합류했었지. 정규 시합 때 세이죠와 붙지 않는 이상 그와 대결할 수 있는 건 연습 경기가 전부인데, 계속해서 어긋나는 것이 분하고 짜증이 나서 온 몸이 벌벌 떨릴 지경이었다.







“카게야마, 오늘따라 상태가 나쁜 것 같은데.”

“토스가 별롭니까.”

“아니, 평소보다 표정이 사나워서. 컨디션이 안 좋아?”

“아닙니다.”







긴장이 아니다. 이대로 오이카와와 대결할 수 없다는 것에 대한 분노와 실망일 뿐. 언제나 그의 뒤를 쫓았다. 그를 뛰어넘고 싶었다. 그래서 웬만하면 좀 더 많이, 될 수 있다면 자주 그를 보고 싶었다. 그런데 부상이라니. 복귀가 가능할 정도의 부상이겠지. 심한 것은 아닐 것이다. 그게 아니라면 이렇게 아무도 모른다고 입을 꾹 다물 리 없다. 정말 아무렇지도 않은 얼굴로 나타날 것이다. 그리고 정식 시합에서 다시 맞붙을 수 있을 것이다... 카게야마는 양 손으로 자신의 얼굴을 세게 후려쳤다. 두 뺨 위로 새빨갛게 손자국이 올랐다. 꽉 쥔 주먹이 하얗게 질리면서 식은땀이 배어나왔다.







시합이 끝나고 교문을 나서려던 때였다. 이와이즈미가 그를 뒤쫓아 나왔다. 카게야마는 직감적으로 그가 오이카와에 대한 이야기를 할 것일 예상했다. 아니, 그러기를 바랐다. 그는 카게야마에게 작은 쪽지 하나를 건넸다. 거기에는 병원과 호실이 적혀 있었다.







-오이카와, 부상 아니야.







'병'이다.







그 말을 듣는 순간 카게야마는 온 몸의 피가 식어가는 느낌을 받아야만 했다. 병이라니. 감기 같은 것이라면 병원의 호실 따위 알려줄 리 없었다. 그럼 왜 병명을 정확히 말해주지 않은 거지. 그것 역시 이상했다. 무슨 병이냐고 물어볼 새도 없었다. 카게야마 토비오는 그 쪽지를 받아들자 마자 교문을 뛰쳐나가버렸다. 물어볼 필요는 없다. 두 눈으로 확인하면 되니까, 그저 당장이라도 봐야만 할 것 같았다. 터질 것 같은 심장을 쥐어짜면서, 그가 있다고 하는 병원으로.







쪽지에 적힌 4인 병실에는 오이카와 한 명만이 남아 있었다. 세 명 중 한 명은 퇴원을 했고, 나머지는 모두 병을 이기지 못해 사망했다고 한다. 꽃을 토하는 병은 달리 치료법이 없어서 사망하기 직전까지 입원을 하거나 어떻게든 원인을 찾아 고쳐 내거나 둘 중 하나였기 때문이다. 오이카와가 입원해 있는 동안 그는 자신과 비슷한 병으로 죽어간 사람을 둘씩이나 봤을 것이다. 자신과 비슷한 타인이 죽은 이 작은 공간에서 그가 어떤 생각을 하며 지냈을지는 알 수 없다. 그저, 카게야마의 눈에 비친 오이카와 토오루는 길바닥에 널브러진 신문지 조각처럼 황망히 앉아 있을 뿐이었다. 그는 카게야마가 기억했던 모습보다 훨씬 말라 있었다. 부드럽고 하얗게 반짝거리던 두 뺨은 생기와 표정 모두를 잃었으며, 그 특유의 단정하고 화사했던 입술은 생채기로 얼룩져 피딱지가 앉아 있었다. 그것은 마치 입을 바늘로 꿰맨 것 같은 형상이어서 왜인지 모르게 이질적인 느낌마저 들게 했다. 이런 식으로 다친 사람을 보는 것은 생전 처음이었다.







“뭡니까.”







카게야마는 그의 옆에 털썩 주저앉았다. 그리고 침대 옆에 놓여 있던 바나나를 까먹기 시작했다. 오이카와는 그를 흘끔 보던 이불을 뒤집어쓰고 돌아누웠다. 그러나 카게야마는 그를 크게 신경 쓰지 않는 듯 바나나를 계속 까먹더니 나중에는 냉장고에 있던 우유까지 끄집어내어 꿀떡꿀떡 삼켜 먹는 것이었다. 그제야 오이카와는 벌떡 일어나 카게야마의 머리를 밀어냈다.







[[내가 걱정돼서 온 거 아니었어?!]]







엉망으로 긁혀 있는 목소리였다. 그가 소리를 지름과 동시에 입술에서 피가 새어나왔다. 겨우 아물어가던 것이 갈라져 터진 것이다. 카게야마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그를 바라보았다. 그러다 우유에 사래가 걸려서 가슴을 마구 치며 켈록거렸다. 오이카와는 손바닥으로 피를 닦으며 손을 휘휘 저었다. 그리고 그의 등을 발로 차버렸다. 당장 나가라는 모양새였다. 그러나 카게야마는 꿈쩍도 하지 못하고 바닥에 납작 엎드려 기침만 할 뿐이었다. 겨우 사래가 진정이 되어 몸을 일으켰을 때였다. 그의 눈앞에는 등을 꼿꼿이 세우고 카게야마를 한없이 노려보고 있는 오이카와가 보였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오이카와는 프흡, 하는 소리를 내며 입을 가렸다. 일순간 당황하여 그에게 다가갔다. 무언가를 토해낼지도 몰라. 그렇게 생각하며 얼굴을 들이민 순간, 오이카와는 쿵 하고 자신의 머리로 카게야마의 머리를 들이받았다.







[[니 코에서 우유 흘러내리거든, 바보새끼야.]]

“......?”







카게야마는 손바닥으로 코를 비볐다. 우유는 묻어나오지 않았다. 그냥 놀린 거였어...? 그제야 그의 두 눈에 혀를 내밀며 옅게 웃고 있는 오이카와의 얼굴이 비쳤다.







“멀쩡하시네요.”

[[그럼 죽는 줄 알았냐. 오이카와 씨는 장수할 팔자라서 지금 안 죽어.]]

“병원에 물어보니까, 꽃 토하는 병이라면서요. 누구 좋아하면 생긴다던데요.”

[[나 그 병 아니야. 꽃도 안 나오고.]]

“그럼 목소리가 왜 그렇습니까.”

[[내가 왜 그것까지 말해줘야 하는데?]]

“빨리 치료해서 카라스노랑 붙었으면 좋겠어서요.”

[[말 안 해도 그렇게 될 거거든. 이딴 거 금방 나을 거고, 네놈은 코트 위에서 박살을 내줄 거야.]]

“그럼 그 병은 왜 생긴 겁니까?”

[[몰라.]]

“뭘 토하시는 겁니까?”

[[계속 말 시키지 마. 성대도 입 안도 다 까져서 아프다고.]]







카게야마는 입을 다물었다. 오이카와가 제대로 대답을 해주고 있으니 자연스레 그의 목이나 입에 아무 문제도 없을 것이라 생각하고 만 것이다. 그러나 목 상태가 엉망진창이 될 만큼 그는 다쳐 있었다. 지금도 조금씩 벌어진 상처에서 피가 배어나오는 걸 보면 상황이 좋지 않다는 건 누가 봐도 알 수 있었다. 카게야마는 그의 침대에 걸터앉았다. 그리고 그에게 가까이 다가갔다.







“입 안, 봐도 됩니까.”

[[싫어.]]

“언제쯤이면 나을 수 있을지 궁금합니다.”

[[하지 마라.]]

“그럼 입술만 볼게요.”

[[하지 말라고 했다.]]







카게야마는 그에게 바짝 다가갔다. 그리고 얼굴을 가져갔다. 오이카와는 당황한 듯 뒤로 주춤하며 그를 밀어내려 했다. 그러나 카게야마는 물러서지 않고, 오히려 그에게 더욱 가까이 다가가며 그의 입술을 만지려 했다. 오이카와는 그의 손을 탁 내리쳤다. 카게야마는 손을 침대 위에 짚고서 다시 입술 쪽으로 얼굴을 가져갔다. 오이카와는 그의 뺨을 내리치려는 듯 손을 올렸다. 그러자 그의 팔목을 잡아 내리고 다시 눈을 동그랗게 뜬 채 그의 얼굴을 빤히 보는 것이었다.







“보기만 하겠습니다.”

[[저리 ㄲ...]]







그때였다. 오이카와의 몸이 일순간 큭 들썩였다. 일순간 눈을 크게 뜨고서 숨을 멈추는 듯했다. 하얗게 드러난 흰자 사이로 핏발이 일었다. 그는 손을 뻗어 자신의 입을 가렸다. 두어 번 어깨를 들썩이다 구역질이 나는 듯 고개를 숙였다. 가슴을 움켜쥐고 입을 뻐끔거린다. 그의 하얀 목 위로 척추에서 이어진 목의 뼈가 섬세하게 일어났다. 오이카와는 고통스러운 얼굴로 입을 벌리고 손가락을 집어넣었다. 입 속에서 무언가를 끄집어내려는 것 같았다. 섬세하게 손을 움직이며 어떻게든 그것을 조심스럽게 빼내려고 하는 것 같았으나 치아와 입술 사이로 타액이 섞인 핏물이 배어나오기 시작했다. 오이카와는 눈을 꾹 감고 그것을 겨우 빼내었다. 피에 젖은 붉은 줄기가 계속해서 그의 입 안에서 뻗어나왔다. 그것은 대략 사람의 팔 길이만큼의 가시덩굴이었다. 성대를 찢고 혀를 가르면서 사람의 손톱과도 같은 작고도 날카로운 가시들이 그의 몸 밖에서 비져나온 것이다.







[[...쿨럭 ...휴지 좀.]]







카게야마는 다급하게 휴지를 뽑아 그에게 건넸다. 섬뜩하고 기묘한 형체를 하고 있는 가시덩굴을, 오이카와는 담담한 얼굴로 닦아내며 그에게 보여주었다.







[[이게 꽃으로 보이냐.]]

“.......”

[[그러니까 꽃을 토하는 병 아니야. 이건 꽃이 아니고, 나는 누군가를 좋아하는 것이 아니지.]]

“아프지 않습니까.”

[[아파... 더럽게 아파. 토해 낼 때마다 살점이 뜯겨나가고 핏덩이를 삼키는 기분이 들어서... 아주 끔찍하지.

누군가는 부드럽고, 누군가는 향기로운 꽃을 토해낸다는데, 웃겨.

목구멍에서 이걸 뽑아낼 때마다 죽고 싶은 기분이 들거든.]]

“......”

[[몸 밖으로 꽃이 나오는 건, 그 사람의 감정이 꽃이 되어서 나오는 거래.]]







오이카와는 가시덩굴을 그에게 집어던지며, 꺼져 들어갈 것 같은 낮은 목소리로 속삭였다.







[[...난 너를 생각할 때마다 이걸 토해내는데.]]







그 순간, 카게야마는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 오이카와는 카게야마에게 받은 휴지 위로 피를 뱉었다. 그리고 그것을 두어 번 접어 다시 입술을 닦았다. 그의 손은 붉게 젖어 있었다. 몸을 일으켜 침대에 걸터 앉아 있는 카게야마에게 얼굴을 바짝 들이대었다. 일순간 확 뿜어져 나오는 피 냄새에 카게야마는 살짝 뒤로 물러섰다. 오이카와는 자신의 팔에 꽂힌 주사바늘을 빼내었다. 그리고 그에게 더욱 가까이 다가갔다.







[[나는 네가, 죽이고 싶을 만큼 미웠거든. 그러니까... 여기서 토비오를 죽이면 낫지 않을까. 응? 토비오, 죽어줄래?]]







피에 젖은 손을 그의 목 위로 가져갔다. 카게야마는 그 특유의 눈을 열어 오이카와의 눈을 바라보기만 했다. 목 언저리로 그의 커다란 손과, 그 손이 가진 미미한 온기를 느꼈다. 오이카와는 상체를 일으켜 세웠다. 그리고 카게야마 토비오의 목을 감싼 채 그를 침대 위로 넘어뜨렸다. 그의 몸 위에 올라타, 목을 움켜쥔 손에 힘을 주었다. 카게야마는 차츰 자신의 숨을 압박해오는 오이카와의 팔을 붙잡았다. 그가 오이카와를 밀어내려 할 때였다. 카게야마의 얼굴 위로 투둑, 투둑, 핏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눈을 떴을 때, 그의 눈앞에는 꾹 다문 입술 사이로 피를 흘리는 오이카와의 얼굴이 비쳤다. 그러나 카게야마는 그보다 조금 위, 오이카와의 눈을 바로 찾았다.







[[...진짜 죽여 버리고 싶다... 토비오... 나는 네가...]]







카게야마는 손을 뻗었다. 그리고 그의 목을 끌어안았다. 가쁘게 오르내리는 숨이 아득한 피 냄새와 섞여 달콤하게 느껴졌다. 오이카와는 눈을 꾹 감았다. 고통으로 일그러진 그의 두 뺨 위로 물이 계속해서 떨어졌다. 그는 겨우 눈을 뜨고, 카게야마의 뺨에 입을 맞추었다. 피가 묻어나온다. 그는 손바닥으로 그의 뺨을 닦아내고 다시 입을 맞추었다.







[[토비오... 오이카와 씨는 말야, 너를 생각할 때마다 죽고 싶은 기분이 들어.]]

“왜 죽고 싶습니까?”

[[니가 너무 갖고 싶어서.]]







하아, 다시 숨을 내쉬자 그의 입 밖으로 다시금 가시덩굴이 얽어져 나왔다. 오이카와는 지친 듯이 웃어버렸다. 그리고 눈을 감은 채 카게야마의 몸을 끌어안고 뺨에 다시 입을 맞추었다. 카게야마는 담담한 얼굴로 그가 토해낸 가시덩굴을 들어 올려 하얀 병원의 형광등에 비춰보였다.







“이거 꽃 아닙니까?”

[[꽃 어떻게 생겼는지 모르지, 멍청아.]]

“빨갛고, 줄기도 있고.”

[[......]]

“보세요, 꽃 같습니다.”







오이카와는 눈을 열어 카게야마가 들고 있는 그것을 가만히 올려다보았다. 가시덩굴 사이로 뻗어 있는 가느다란 가시 위로 둥글게 맺혀 있는 핏방울들이 병원의 흰 형광등에 비추어 반짝거렸다. 빨갛고, 줄기도 있고. 카게야마는 그것을 덥석 입 안에 가져갔다. 그리고 우물우물 씹는 것이었다. 오이카와는 일순간 당황하여 몸을 일으켜 세웠다. 그러나 카게야마는 묘한 표정을 지으며 그것을 계속해서 씹었다.







[[야이미친놈아!]]







카게야마는 이맛살을 찌푸리며 어떻게든 씹어 삼키려고 하는 것 같았다. 그는 다급하게 카게야마의 뺨을 찰싹 때리고는 그 틈을 타 벌어진 그의 입 안으로 손가락을 집어넣었다. 입 안에 가시 몇 조각이 남아 있는 듯했다. 그것이 계속해서 카게야마의 입 안을 할퀴고 피를 내고 있었다. 오이카와는 당황해서 손을 떨었다. 이미 카게야마의 입 안은 붉게 젖어 있었다. 입 벌리고 있어. 그렇게 말하며 오이카와는 눈을 가늘게 뜬 채 그의 입 안에서 가시를 빼내었다. 끝도 없이 나온다. 얼마나 씹어 먹은 것인지 알 수 없다. 혀도 베이고 입술도 베여서 엉망진창이었다.







[[...혀 내밀어 봐. 두어 개가 깊이 박혀서 안 나와. 가, 간호사... 불러야 돼...]]

[[오이카와 씨가 빼주세요.]]

[[......]]

[[....오이카와 씨 것이잖아요.]]







오이카와는 잠시 입을 꾹 다물고 생각하다 다시 손을 그의 입 안으로 뻗었다. 그의 혀에 박힌 가시가 조금만 더 손을 뻗으면 빠질 것도 같은데, 쉽게 빠지지 않는다. 손가락을 좀 더 움직이면 가시가 그의 점막을 더욱 깊게 파고들어 상처를 깊이 내는 것이었다. 그의 입 안은 계속해서 타액과 피로 차오르는데, 가시는 쉽게 빠지지 않고, 정말 환장할 노릇이었다. 카게야마는 고통스러운 듯 신음하며 핏물을 삼키기 시작했다.







[[안 돼... 진짜 의사 선생님 불러야겠어.]]







카게야마는 침대 위를 일어나려는 오이카와의 옷자락을 붙잡았다. 그리고 그를 가만히 바라보았다. 입 안을 헤집어놓은 가시로 인해 고통스러운 얼굴이었지만, 그 특유의 선명한 눈동자만큼은 그의 얼굴을 똑바로 응시하고 있었다.







[[...아픕니다.]]

[[...당연히 아프지, 가시덩굴인데... 진짜 미친 거니...]]

[[...먹고 싶게 생겨서...]]

[[.......]]

[[...먹고 싶은 데 이유가 있습니까?]]







그리고는 다시 입을 꾹 다물어버리는 것이었다. 그의 말에 오이카와는 어딘가에 홀린 듯 그의 몸 위에 올라타 입을 맞추기 시작했다. 그것은 마치 잔뜩 허기가 진 동물이 다급하게 먹이를 물어뜯는 것 같은 것과도 같은 모습이었다. 입술을 마주할 때마다 상처가 벌어져 아프고 쓰렸다. 그러나 입 안이 저리고 계속해서 입 안에 피가 고이고, 흘러내려도 도저히 멈출 수가 없었다. 오이카와는 자신의 목을 끌어안은 채 어설프게 키스를 받아들이는 카게야마 토비오가 가지고 싶어서 견딜 수 없이 사랑스러웠다. 피투성이가 되어 엉망진창인 꼴이 뭐가 그리 예쁘다고, 참 말도 안 되는 짓이라고 생각했지만 꽃이 맞았다. 빨갛고, 예뻤으며, 향기로웠다.







그것은 분명 꽃이었다.







이유도 모른 채 먹고 싶은, 그런 꽃이었다.

















혹시 그 가시덩굴을 토했다는 환자, 학생인가요? 아니, 입술에 상처가 많이 나 있으니까... 

보통 그렇게 다치는 사람은 거의 없으니까요.






아니라고요? 그런데 왜 그렇게 얼굴이 되었는지... 여쭤보면 실례가 되는 것이겠지요. 

그 환자는 그럼... 죽은 건가요?







-토비오, 빨리 가방 들어줘! 오이카와 씨 막 퇴원해서 무겁다고!







아, 학생 가 봐야 하는 거 아니에요?







어라, 그런데 저 분...















입술에 학생이랑 똑같은 상처가 있네요.
















-가시꽃, 마침
















가시꽃은 구토중추화피성질환(嘔吐中枢花被性疾患) 중에서도 매우 희귀한 증상으로, 가시덩굴이 식도를 타고 빠져나오는 과정에서 가시 끝에 피가 맺혀 꽃을 피우는 특수한 종에 해당한다. 체내에서는 꽃의 형태를 띠지 못하지만, 몸 밖으로 빠져나오면서 핏방울이 꽃의 형상을 갖추게 되는 것이다. 가시꽃은 꽃을 피우면서 가시가 체내의 점막을 손상시키므로 환자의 몸에 심각한 외상 및 내상을 남긴다는 특징이 있다. 학계에서는 가시꽃을 꽃이라 표기할지, 아니면 다른 종으로 분류해야 할지에 대한 것으로 많은 논란이 있었으나 현재로서는 가장 희귀한 사례이자, 가장 치료하기 힘든 사례로 꼽히고 있다. 기본적으로 구토중추화피성질환은 환자가 사랑하는 대상과 감정의 정도가 분명하여 사랑이 이루어졌을 때 완치가 되지만, 가시꽃을 형성하는 환자들은 대상에 대한 감정이 복합적이면서도 지나치게 모호하여 사랑이 이루어지기를 스스로가 부정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질환이 심각할수록 다량의 피가 섞여 나온다는 점을 감안하였을 때 가시꽃은 대상에 대한 감정이 가장 강렬하고 깊은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이 사례의 근본적인 치료법은 아직까지 밝혀진 바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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