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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담 [메인스토리 Season 0] 11~20 번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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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5.30 0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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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인스토리 Season 0] 11~20 번역
(※ 의,오역 있음)

11

일을 마치고 퇴근한 후배를 일부러 전화로 불러낸 상황.
대체 얼마나 큰 문제가 발생한건가했는데-

하루 - .......제가 어제까지 코타로상이 죽도록 모아놓은 서류는 일단 처리해뒀는데요. 이 종이 뭉치는 어디서 튀어나온건가요?
유이 - 불만 있으면 무슨 말을 하려면 종이에 써서 내라는 절차를 채용한 사람한테 해. 일단, 긴급성이 높은 것들은 따로 골라놨어. 내일 아침까지 내지 않으면 과의 업무에도 지장이 생길거야.

'늦는다면 내년도의 예산에 영향' '미제출의 경우는 2주간 연수에 강제참가'
받은 서류에는 하나같이 붉은 메모가 붙어 있었다.

하루 - (이거 세키상 글자지.... 이런 것도 하고 있었나) 하아.... 이 양이라면 진지하게 임하면 혼자 해도 아침까지 여유롭게 끝낼 수 있을텐데요.
유이 - 믿음직하네. 그 말을 들으니 안심이야.
하루 - 스스로 하라는 의미예요.
유이 - 공교롭게도 나는 나만이 할 수 있는 일에서 손을 뗄 수가 없거든
하루 - 저도 무리예요. 마셨다고 했잖아요. 소중한 서류, 술취한 사람한테 맡겨도 되는건가요?
유이 - 호흡 시의 알콜의 농도, 동공과 얼굴색이 상태, 흐트러짐 없는 걸음 상태로 보면 취할 정도로 마신 건 아닌 것 같은데
하루 - (...들어올 때 살짝 이 쪽을 봤을 뿐인데 동공까지 확인한건 너무 무섭잖아.)
유이 - 어쨌든 약학의 미래를 위해서다. 좀 도와줘.
하루 - 약학의 미래를 꺼내면 뭐든 해결될거라고 생각하지 말아주세요.
유이 - 그러게나 말야. 그걸로 해결된다면 퇴근한 후배를 다시 불러낼 필요도 없었을텐데 상부는 약학의 미래보다도 규칙이 소중한 모양이야. 기가 막혀 할 말을 잃을 정도는 되지 마.
하루 - 저는 코타로상한테 기가 막히는데요..
유이 - 커피는 그 쪽이야. 맘대로 마셔.
하루 - 비어있는데요.
유이 - 원두라면 그 아래 서랍
하루 - ......됐어요.

모니터에서 전혀 눈을 떼지 않는 코타로상에게 그야말로 아무 말도 나오지 않는 상태가 되버리고 바닥에서 탄 내를 풍기는 유리잔을 손에 쥐었다.

하루 - (내일 아침 일찍 대체 휴가 교섭을 해야겠어)

불합리하게 떠맡겨진 일에 열을 내는 것도 바보같아 천천히 커피를 준비했다.
드립을 내리는 동안 과에서 가져온 노트북을 둘 장소가 어디에도 없어서 테이블 위에 쌓인 파일이나 봉투, 비닐에 들어있는 수수께끼의 정제를 정리했다.
몇 번, 무언가가 떨어지는 듯한 소리가 들렸지만 들리지 않는 셈 치기로 했다.
이 정도로 어질러져있다면 테이블 위든 바닥이든 큰 차이가 없으니까.

하루 - (아. 볼펜 가져오는거 잊어버렸다.) 코타로상, 펜 아무거나 한 자루만 빌려주세요...
유이 - ......(....또 저걸 보고있네)

읽고는 있는건지 의심스러운 레벨의 스피드로 스크롤하고 있는 수치의 나열.
코타로상이 보고 있는 모니터에 표시되어있는 것은 '언제나'의 파일이었다.

하루 - ....무슨 데이터였더라
유이 - 이츠키한테 못 들었어?
하루 - ! 깜짝이야... 갑자기 답하지 말아주세요. 못 들었어요. 화제로 나온 적도 없고요. 코타로상만이 할 수 있는 일이라면 저하고는 관계없겠죠.
유이 - 확실히 이건 내 담당이지만 애초에 이것도 수사기획과의 일이야. 배속 된 시점에서 나츠메도 무관계는 아니라는거지.
하루 - 수사기획과의 일...?
유이 - 우리들은 기적의 DNA를 가진 '약효체질'을 찾고 있어.


12

하루 – 약효체질...? 그게 뭔가요.
유이 – 간단히 말하자면 태어나면서부터 약물내성을 가진 사람을 말해. 약리학에서 말하는 ‘내성’과는 완전히 다르지. 약물의 무효화가 유전자 정보에 새겨져 있는거다.
하루 - ...무슨 판타지인거죠.
유이 – 판타지가 아니야. 이론상 가능한 이야기다. 시간은 걸렸지만 혈액 정보에서 체질보유의 유무를 어느 정도 판단가능한 시점까지 왔어. 남은건 찾는 것 뿐이다.
하루 – 찾는다고 해도.... 애초에, 어떤 기준으로 혈액 데이터를 모으는건가요?
유이 – 국내에 존재하는 데이터 전부 다.
하루 – 네? 국내 전부라니 그건 아무리그래도 좀 그렇지 않나요. 방대라는 말로 커버할 수준이 아닌데요.
유이 - 그래. 적혈센터의 데이터만으로도 돌아버릴 지경이야.
하루 - 어
유이 - 하지만 그만큼의 노력을 할 가치가 있어.
하루 - ....혹시나해서 묻는건데 진심으로 하는 말이신거죠?
유이 - 그러니까 내가 아니더라도 할 수 있는 일에 쓰는 시간은 1초라도 아까워. 나츠메가 오고 난 이후로 내 일은 확실히 순조롭게 풀리는 중이야. 그건 고마워.
하루 - ....대단하네요.
유이 - 그래. 약효체질은 기적이지.
하루 - 그게 아니라 코타로상이요.
유이 - ?
하루 - 정말 존재한다는 증거도 없이, 존재한다고해도 이 나라에 있는지 아닌지도 모르는 '있을지도 모른다'라고 말할 수 밖에 없는 사람을 찾기 위해 그런 귀찮은 작업을 계속하고 있는거잖아요.
유이 - 있을지도 모른다가 아니야. 반드시 어딘가에는 있어. 없을지도 모르는 것을 찾는건 이 세상에서 제일 쓸모 없는 짓이야. 국내를 찾다가 못 찾으면 다음은 다른 나라를 찾는다. 찾을 때까지 찾는다면 찾을 수 있어. 단순한 이야기지.
하루 - ....하하. 정말 엄청난 집념이네요.
유이 - 집념이라면 이츠키 쪽이 더하다고 생각하는데
하루 - 이츠키상?
유이 - 한 번 퍼진 약물을 '전부 회수한다'라니 제정신으로 할 짓이 아니야.
하루 - ....아(그건가...)


13

예전에 어떤 제약회사에서 개발된 적 있는 의약품의 실패작.
이츠키상은 배속 당시부터 마약으로 시중에 돌고 있는 그것을 계속 쫓고 있는 듯 했다.

유이 – 이츠키정도로 자신의 신념에 진지한 사람 잘 없지.
하루 - (...신념이라)
유이 – 그 정도로 끈질기고 섬세한 남자도 잘 없을거라 생각하지만 그것도 포함해서 마토리는 천직일거야.
하루 – 하하. 그럴지도 모르겠네요. 뭐 그래도, 그렇게 말한다면 우리 과의 사람들은 모두 천직 아닐까요? 이 적은 인원으로 그 정도의 결과를 낸다는거 대단하다는걸 넘어서 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니까요.
유이 – 뭐, 천직인지는 모르겠지만 이마오지군과 세키상도 나나 이츠키와 닮은 점은 있어. 두 사람 다 본인의 이야기는 하지 않으니 들은 적은 없지만. 그건 ‘특별히 어떠한 이유도 없이 이 일을 선택한 사람’의 일하는 방식이 아니야.
하루 - ...두 분에게도 ‘집념’이라는게 있다는건가요?
유이 – 명칭은 어찌됐든 각자가 집착하는 무언가가 있다는거지. 그렇지 않다면 이런 격무에 아무런 불만도 없이 계속 일할 리가 없으니까.
하루 – 하하. 그건 그렇네요. 그럼 저는 조만간 계속 해낼 수 없을지도 모르겠어요.
유이 - .....

그건 의외로 진심이었다.
하지만 농담으로 들리도록 최대한 가볍게 말했다.
코타로상의 답은... 예상치 못한 것으로 돌아왔다.

유이 – 뭐야. 그만두고 싶은건가?
하루 - ....그렇게 말하지 않았는데 너무 직설적인거 아니세요?
유이 – 나츠메에 대해서는 잘 모르지만 시간외 노동을 싫어하는 인간이 이런 밤낮도 휴일도 없는 일을 선택했다는건 그거야말로 무언가의 이유가 있는거라고 생각했거든
하루 – 하하. ‘어째서 고르고 골라?’라는건 가족들한테도 들었어요. 진짜 그런건 아니예요. 정말 아무 것도 아니예요.
유이 - ......그런가. 뭐, 서류 부탁할게

적당한 답변을 마지막으로 코타로상은 다시 작업에 몰두하기 시작했고 갑자기 시작된 잡담은 갑자기 끝나버렸다.
그 이후 필요한 것을 짧게 대화로 확인하는 것 외에는 별다른 대화 없이 어색하지도 편하지도 않은 침묵 속에서 각자의 일을 정리하며 얼마의 시간이 흐르고

하루 - (누구야, 이 시간에...) ....코타로상
유이 - ......
하루 - (안 되겠어. 받을 마음 제로군).....네, 수사기획과입니다. 

[이츠키 – 나츠메?]
하루 - ...어라. 이츠키상?

14

[이츠키 – 너 뭐하는거야?]
하루 – 코타로상한테 불려왔어요. 약학의 미래를 위해서 자신을 대신해 급한 서류를 정리해달라고요.
[이츠키 – 그 녀석 진짜.... 약학의 미래를 넣으면 뭐든 해결될거라고 생각하고있군. 본인은 뭘하고 있는데]
하루 – 평소와 같은 파일 체크 중이세요. 바꿔드려요?
[이츠키 – 그래]
하루 – 코타로상. 이츠키상이요.

유이 – 지금 자리를 비웠다고 말해 줘.
하루 - ...코타로상이 ‘지금 자리를 비웠다고 말해 줘’라는 것같네요.
유이 – 나츠메
하루 – 왜 그러세요?
유이 – 하아.... 알았어, 줘.
하루 – 네, 여기요.

유이 – 이츠키, 이 시간에 무슨 일이야. ......거절한다

단호한 코타로상의 말 뒤에 ‘거절하지마’라는 이츠키상의 목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다.

하루 - (...설마 슌상의 현장에 이츠키상도 있는건가? 도움 요청인가)

‘곤란해’ ‘나는 내근이다’ 그런 주장을 어떤 식으로 각하당한건지 코타로상은 끝내 정말로 ‘떨떠름한’ 표정으로 모니터를 껐다.

유이 – 가면 되잖아....
하루 - (네. 오늘도 이츠키상의 승리)
유이 – 주소는 나츠메 쪽에 메일로 보내 줘. 그래. 본인이 뭐라하든 데리고 가지
하루 - ....

흘려들을 수 없는 한 마디의 뒤 코타로상은 빠르게 전화를 끊었다.

하루 – 코타로상 방금
유이 – 이츠키의 담당사건 현장에 갑작스러운 움직임이 있던 모양이야. 이런 시간에 주변에 피해를 끼치는 무리군.
하루 - 슌상이 있는 곳과는 다른 건인가요?
유이 - 그래. 그러니까 우리들이 가는 것 말고는 방법이 없는 모양이야. 지지리 운도 없는 날이네
하루 - ....하하. 동감이네요. 저도 같은 기분이라서요.

불만을 내뱉으면서도 코타로상은 백의를 벗고 노트북을 가방에 넣고 준비를 했다.

유이 - 면허는 가지고 있어? 이동시간을 쓸모없게 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운전 좀 해줬으면 하는데
하루 - 가지고 있지만 운전은 무리예요.
유이 - 합법적으로 액셀을 밟을 수 있는데 뭐가 무리인거지
하루 - 아니, 위법니까요. 음주운전
유이 - .....
하루 - 그런 얼굴을 하셔도 위법이니까요. 그런고로 운전수는 못하고 거기에 서류도 아직 남아있으니 저는 여길 지키고 있어도 괜찮을가요?
유이 - 괜찮을리가 없잖아. 됐으니까 나갈 준비 해. 빨리 끝내고 돌아오지 않으면 아침에 맞추지 못할거야.
하루 - ...그 말은 현장에 갔다가 돌아와서 아침까지 이걸 끝내라는건가요?
유이 - 그런 날도 있는거지. 마토리는 격무니까
하루 - .....!

최악.
그 한 마디를 내뱉지 못한 채 코타로상의 차로 향한 현장은 '무척' 낡은 아파트였다.

-

유이 - 이마오지군 쪽의 상태는 어때?
이츠키 - 20분 전에 메일을 보냈을 때 아직 조금 더 걸릴 것 같다고 했으니까 이쪽은 우리들끼리 해야해.
유이 - 하아.... 어째서 이렇게 겹치는걸까. 분위기 파악 못하는 밀매인들이군.
이츠키 - 밀매인도 너한테는 듣고 싶지 않을거다.

평소와 같은 모습으로 대화를 하는 코타로상과 평소와 같은 태도로 답하는 이츠키상.
다른 것은 허리의 케이스케 권총이 있다는 것.

하루 - .......

쟈켓 위로 자신의 허리에도 '그것'이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하루 - (...정말로 최악)


15

이츠키 - ...그러고보니 나츠메는 권총 사용 현장은 처음이었지
하루 - 네. 연수에서 만져본 이후 처음이네요.
이츠키 - 성적은?
하루 - 별로 지금 이 시기에 떠올릴만한 점수는 아니었어요.
이츠키 - 그렇군. 뭐, 그래도 발포하는 사태는 그렇게 자주 일어나지 않으니까 안심해
하루 - 하하. 감사합니다, 안심이 되네요. 그래도 발목을 잡고 싶지는 않으니까 중요한 일은 맡기지 말아주세요.
이츠키 - 걱정하지마. 나랑 코타로가 제대로 커버할테니까.
유이 - 나도 같아, 이츠키. 너의 발목을 잡고 싶지 않아.
이츠키 - 그럼 제대로 일하면 되잖아.
유이 - 차별이다...
이츠키 - 일일이 불만 늘어놓지 마. 간다
하루 - ......

-

이츠키 - 착의는 어때?
하루 - 패키지 2개와 주사기. 새까맣네요.
이츠키 - 알았어. 그 정도 확보해놓고 현관을 봐 줘.
하루 - 알겠습니다.

유이 - 여긴 아무 것도 없지만 수납장에서 대량의 건조찻잎이 나왔어. 상당히 파릇파릇하니 신선한 우롱차군
이츠키 - 대마인가...
유이 - 그래. 꽤나 상등품이야
이츠키 - 그런 말 할 때 아니다.

이츠키상이 말한대로 총을 잡기는 커녕 만질 일도 없이...
돌입 이후 싱거울 정도로 모든게 안정적이었다.

하루 - (너무 안정적이라 연수같아. 이대로 앞으로 15분정도면-)

아무 일도 없이 끝날거라고 생각할 때였다.

남자 - ....우아아아악!!!
하루 - !
이츠키 - ! 나츠메!!

계속 방구석에서 웅크리고 있던 집주인인 남자가 갑자기 소리를 치며 현관을 막은 것처럼 서있던 나를 향해 날카로운 것을 쥐고 돌진했다.

하루 - (방금 전 확인했을 때는 날붙이 같은건 어디에도...!)

위험해.
그런 생각만을 한 채 급격히 시야가 좁아지는 것을 느끼며 순간적으로 허리춤에 가져간 손은-

유이 - 쏘지마!!
하루 - !

처음 듣는 코타로상의 큰 목소리에 몸이 굳어버렸다.


16

이츠키 - ......놔
남자 - 우악!?

정신을 차리고보니 눈 앞에는 이츠키상의 등이 보였다.

이츠키 - 얌전히 있어
남자 - 으으....

하루 - (아.... 칼 주워야하는데)

마루에 떨어진 것은 장난감처럼 보이는 과도.

하루 - (....이런거에 놀라서 총을 꺼내려고 하다니)

바보같다는 생각을 했다. 심장은 아직 쿵쾅쿵쾅 요란스러웠다.

이츠키 - 괜찮아?
하루 - 네. 감사합니다.
이츠키 - 코타로. 여기 도와줘.
유이 - 알았어.
하루 - 죄송해요.... 소지품 확인을 제대로 못한 것 같아요. 
이츠키 - 아니 네 실수가 아니야. 그것보다 잘 버텼어. 덕분에 도망치지 못하게 막을 수 있었다.
하루 - ....하하

'버틴게아니라 아예 움직일 수가 없었던 것 뿐이예요.'
아무리 그래도 이런 말은 할 수 없었다.

하루 - 쏘지말라는 말을 들었을 때는 첫 현장에서 죽는건 아닐까 생각했어요.
유이 - 쏠 필요가 없는 상황이었으니까 그렇게 말했을 뿐이야.

고개를 숙인 남자의 양팔을 마치 고서라도 쌓듯이 묶어 올린 코타로상은 방금 전 소리친게 거짓말처럼 평온해보였다.

유이 - 거기에 그 거리, 그 각도에서 쐈다면 최악의 경우 죽었을테니까.
하루 - .....아

아무렇지 않게 내뱉은 한 마디에 순간 소름이 돋았다. 

유이 - 그럴 때는 도망쳐도 돼. 놓쳐도 이츠키가 쫓아가서 어떻게든 해줄테니까.
이츠키 - 너도 같이 쫓아야지
유이 - 이츠키 쪽이 빠르잖아.
이츠키 - 그런 문제가 아니야.
하루 - .....

손을 멈추지 않은 채 아무렇지않게 말을 주고 받는 평소의 두 사람, 평소와 같은 대화.
하지마 나는 평소처럼 거기에 어울릴 수 없었다.

총기케이스가 무거워서 어쩔 수 없었다.


17

하루 - .....(...피곤해)

'남은건 스스로하게 해'라고 이츠키상이 코타로상을 데리고 가준 덕분에 나는 현장의 정리가 마무리 된 후 그대로 해방되었다.

하루 - (내일 준비하고 크리닝 보낼 옷 모으고 샤워......... 뭔가 손 하나 까딱 할 기운도 없어)

전부 내일 하고 이대로 잠들고 싶다.
그렇게 생각하고 눈을 감은 순간 코타로상의 '그 말'이 떠올랐다.

'최악의 경우 죽였을거다'

하루 - .....

제대로 답하지 못한 질문. 남은 맥주
연구실에서의 대화. 모두에게는 있지만 나에게는 없는 것의 이야기.
움직일 수 없었던 그 순간

하루 - ....아아(진짜 바보같아)

침대 옆 간이 테이블의 두 번째 서랍, 병에 남은 '1회분'에 손을 댈까 고민하고 있자니 전화가 왔다.

하루 - .....

화면에 표시된 이름에 무거운 한숨이 흘러나왔다.

하루 - (...정말 지지리 운도 없는 날이네) 여보세요
[유리 - 아, 하루. 안 자고 있었구나.]
하루 - ....무슨 일 있어?
[유리 - 용건이 없으면 남동생한테 전화 하면 안되는건가?]
하루 - ....
[유리 - 형사흉내는 어때]
하루 - (...형사는 마토리와 다르다고 몇 번이고 말했는데 이 사람 진짜 관심 없구나) 평범한데
[유리 - 그런 것치고 목소리가 가라 앉은 것 같은데? 무슨 일 있는거지]
하루 - ...별로
[유리 - 하하. 있었구나? 입에 담고 싶지 않을정도로 상처 입을만한 것이]

즐거워서 어쩔 수 없다는 목소리에 점점 지쳐갔다.

[유리 - 역시 그 일. 하루한테는 안 맞는거야]
하루 - .....

어느 정도의 적성이 맞아서 마토리가 되었다.
어떻게 그럭저럭 해나가고 있는 것 같았다.
하지만 그건-

하루 - ...그럴지도

착각이었을지도 모른다. 


18

세키 - .....(....3시인가. 일 시작 전까지 일단 집에 돌아가려면 앞으로 좀 더-)
?? - 거기, 손을 들어라
세키 – 응?
와타베 – 잔업경찰이다. 지금, 몇 시인지는 알아?
세키 - ...그 말 그대로 돌려주지. 이런 시간에 뭘 하고 있는거야?
와타베 – 하하. 아니 파트너가 오늘도 열심히 잔업하는 것 같아서 돌아가기 전에 선물
세키 – 언제부터 파트너가 된건데
와타베 – 파트너 같은거잖아. 자, 커피. 지금 딱 사려고 했었지?
세키 – 아... 미안
와타베 – 고마워면 돼. 천만에
세키 - ...어느 쪽이든 본인 입으로 말하는건가
와타베 – 그 대신이라고 말하기는 좀 그런데 잠깐 괜찮아? 돌아가기 전에 짧은 휴식
세키 – 평소랑 똑같이 의자밖에 없어.
와타베 – 훌륭하네

-

와타베 – 유이군은 연구실에?
세키 – 아니. 귀가했어. 오늘은 이제 나뿐이야.
와타베 – 어라, 생각했던 것보다 빠르네. 숨겨둔 서류 처리 전부 끝낸거야?
세키 – 나츠메가 중간까지 도와줬다는 것 같아. 반 이상은 끝낸 모양이야.
와타베 – 그래. 역시 믿음직스러운 신입이구나~ 뭐 그렇다면 유이군의 몫도 내가 마셔야겠네. 건배
세키 – 고생했어
와타베 - ....으음. 심야의 카페인은 뇌에 스며드는구나
세키 – 돌아가서 자야하는데 그런게 스며들어도 되는거야?
와타베 – 하하. 이 정도 양은 기별도 안간답니다. 지금 엄청 졸린데 뭣하면 마시면서 자지 뭐.
세키 – 흘리지 마
와타베 – 걱정하는게 그거야? 정말 너무하네~ ....그래서. 그 뒤로 어때?
세키 – 뭐가
와타베 – 나츠메군. 조금은 마음을 열어줬어?
세키 - ......


19

세키 - ....잘 모르겠지만 아직 멀었다고 봐.
와타베 – 이야~ 가드 두껍네.
세키  과에 익숙해지지 않은 것도 아니고 업무에는 아무런 문제도 없어. 오히려 정말로 대단할정도로 잘 해주고 있지만
와타베 – 그래도 뭔가가 걸리지. 나도 그래.
세키 - ...어쩌다 오늘 가볍게 한 잔 하자고 권유했어. 왜 그 전에 갔었던 가게에 말야.
와타베 – 아, 그 가게. 어땠어?
세키 – 거의 대부분 가벼운 이야기 뿐이었는데 어떤 일이 하고 싶은가... 어떤 마토리가 되고 싶은가에 대한 질문에 망설이더군.
와타베 – 구체적으로 뭐라고 했는데?
세키 – 생각해 본적이 없다고
와타베 - ....그래
세키 – 일에 대해서도 그 외의 것도 정말 뭐든 가볍게 답하는 인상이 있었으니까 조금 놀랐어. 그 뒤에 상태를 보면 아마도 듣고 싶지 않았던 질문이지 않았나 싶어.
와타베 - .....
세키 – 자신은 열의나 목표로 이 일을 선택한게 아니라고도 했고.
와타베 – 하하. 세키같은 말을 했네
세키 – 그러니까 나도 같다고 했지만 신경을 써준거라 생각했는지 반대로 신경 쓰게 만든 것 같아.
와타베 – 신경을 쓴다고 해야할까, 그저 나츠메군이 조금 겉도는거 아니야? 그런 똑똑한 애는 생각지 못한 말을 갑자기 내뱉었을 때 동요하니까. 젊구나~
세키 - ...그런걸까
와타베 - ....또, 쓸데없는 생각하고 있지?
세키 – 응?
와타베 - ‘나는 뭘하고 있는걸까’라는 얼굴이야.
세키 - ..... 가끔씩 그 말 하던데 대체 어떤 얼굴이야?
와타베 – 그러니까, 그런 얼굴이라고. 세키는 말야. 마토리가 된 것도, 과장이 된 것도 이걸로 괜찮은걸까라고 아직도 가끔씩 생각하지 않아?
세키 - ...그건
와타베 – 나는 이미 일어나버린거 괜찮다고 생각하는데
세키 - .....
와타베 – 그보다 아무리 생각해도 세키가 아니면 이 정도로는 할 수 없었을거라 생각해. 너 말야 뒤에서 뭐라고 불리는지 알아? 사이보그야. 쉬지 않아, 화내지 않아, 실패하지 않아. 인간이 아닌거 아닐까하던데
세키 - ....마토리는 ‘실수가 있었다’라는 변명이 통하는 일이 아니니까
와타베 - .....


20

와타베 – 그거 부장한테 들었다고했나
세키 – 그래. 헤맬때면 떠오른는 말이야. 그 사람이 없어진다면 마약단속부는 많이 변할거라 생각해
와타베 – 이 시기에 은퇴라. 아직 할 수 있고 필요하다고 생각하는데
세키 – 본인의 의사니까..... 그러니까, 부장이 안심하고 떠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라도 그 날까지는 이 과가 지고 있는 ‘일’에 조금이라도 진전이 있다면 좋겠는데
와타베 - .....
세키 – 아예 정말로 실패하지 않는 사이보그라면 좋았으려나. 부하에게 맡기고 무리만 하게 만들고 생각하는 것도 제대로 해낼 수가 없어..... 제대로 돌아가지 않는 것 투성이라 한 숨밖에 안나와.
와타베 - ....하아. 어쩔 수 없지. 특별한거다?
세키 - ? 뭐야 갑자기
와타베 - ‘실패한 일은 이미 일어난 사실로 되돌릴 수 없다. 이것을 성장하는 기회로 삼을 것인가, 성장하지 않는 변명으로 쓸 것인가는 앞으로 자신이 하기 나름’이야. 세키
세키 – 뭐...?
와타베 – 이건 지칠 때면 떠올리는 내 소중한 것이지만 잠깐 빌려줄게
세키 - ....그건 누가 한 말인데?
와타베 – 그건 아무리 세키라도 말할 수 없어~
세키 – 뭐야 그게
와타베 – 하하. 나는 보물은 내보이지 않고 간직하고 싶은 파라서 말야.
세키 - .......
와타베 – 사실은 나도 어디 사는 누군지 몰라. 혹시 어딘가에서 다시 만난다면 고맙다고 해주고 싶을 정도야.
세키 - ...그렇구나.
와타베 – 응.
세키 - (....되돌릴 수 없는 일을 성장의 기회로 삼을 것인가 하지 않는 변명으로 쓸 것인지는 자신이 하기 나름이라)감사히 빌려갈게
와타베 – 그래
세키 – 그 사람 다시 만날 수 있으면 좋겠네
와타베 – 그래. 그래도 일단은 그 쪽부터
세키 – 이쪽?
와타베 – 세키네라면 할 수 있어.


CHECK 1

적성에 맞지 않아도 일은 할 수 있다.
그렇게 또 어느 정도의 시간이 흘렀다.
그런 어느 날이었다.

하루 - ....아. 슌상, 점심 벌써 드시게요?
슌 – 네. 조금 시간이 나서 나가서 먹으려고요.
하루 – 저는 전에 갔던 카페에 가려고 하는데요.
슌 – 아, 그 파스타. 그럼 같이 갈까요?
하루 – 감사합니다. 거긴 혼자 들어가기 좀 그래서요.
슌 – 확실히 그럴지도 모르겠네요. 그럼 괜찮을 때 말 걸어주세요.
하루 – 괜찮아요. 마침 지금....
세키 – 아, 나츠메. 쉬려고 하는데 미안. 잠깐 괜찮을까?
하루 – 네?
세키 – 상담창구 쪽에 도착한 신규 안건인데 이걸 나츠메가 담당해줬으면 해.
하루 – 제가 담당을요?
세키 – 그래. 일에도 어느 정도 익숙해졌으니 슬슬 괜찮을 것 같아서. 물론, 도와줄테니 받아 줄 수 있을까?
하루 – 뭐, 네. 할 수 있는 일이라면-(....어)

한 장의 종이로 이루어진 개요 자료. ‘상담내용’의 칸에 간략히 적힌 한 글자에 순간 숨이 멈췄다.

세키 – 상담자는 20대 여성. ‘자신의 남동생이 약물에 의존하고 있을지도 모른다’는거야. ....나츠메?
나츠메 - ....아. 네
세키 – 무슨 일 있어?
하루 – 아뇨, 아무것도 아니예요. 알겠습니다.

서랍의 두 번째 칸. 꿈에서까지 나오는 갈색 병이 아른거린다.
정제가 사발에 떨어지는 건조한 소리를 떠올린 순간, 날 리가 없는 약품의 냄새가 코 안쪽으로 깊숙이 찔러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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