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오래 돌아가지 못할 줄이야"
"고향 한 번 방문한다면 여한 없어"
"이북 가족만 생각하면 너무 슬프다"
"이제 얼마나 살겠는가..그래도 통일"
"희망이 오히려 더 절벽" 비관론도
【수원=뉴시스】이정선 기자 = 경기지역 미(未) 상봉 이산가족 초청행사가 열린 10일 오전 경기 수원 이비스앰배서더 호텔에서 어르신들이 두 손을 마주 잡은 채 행사를 관람하고 있다. 2018.04.10. ppljs@newsis.com
【서울=뉴시스】채윤태 기자, 옥성구·임얼 수습기자 = 27일 '2018 남북정상회담'을 계기로 2년6개월만에 이산가족 상봉을 재개할 수 있을지 관심을 모으면서 헤어진 가족을 다시 만날 수 있다는 실향민들의 기대감은 크다.
이산가족 상봉행사는 지난 2015년 10월 북한 금강산에서 2차례에 걸쳐 진행된 이후 2년 넘게 열리지 않았지만 이날 정상회담 의제로 다뤄질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정부는 지난해 11월 발표한 '문재인의 한반도정책'에서 "이산가족 문제는 어떠한 정치적 고려보다 우선하여 해결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하게 밝힌 바 있다.
특히 실향민 1세대들이 대부분 고령이라 이산가족 상봉을 더 미룰 여유가 없다. 통일부 이산가족정보통합시스템의 이산가족 등록현황을 보면 지난달 31일까지 등록한 이산가족은 13만1531명이며 그중 생존자는 5만7920명으로 절반이 채 안 된다. 생존자 또한 70세 이상이 4만9969명으로 86.2%를 차지하고 있다.
이들은 이번 남북정상회담을 계기로 마지막이 될지도 모르는 이산가족 상봉을 기대하고 있다.
개성이 고향이라는 박경순(83·여)씨는 "개성에 폭격이 너무 심해서 잠시 5㎞ 떨어진 외갓집으로 피난을 갔다. 외갓집에 가족들 모두 있었는데 그날 아침 유독 어머니가 시골에 식량을 구하러 가신다고 가있는 사이에 갑작스럽게 혼자 나오게 됐다"며 "남동생도 어리고 나도 어려서 같이 나올 사고력조차 없었다. 그때는 이렇게 오래 못 돌아갈지 몰랐다"고 가족과 이별하게 된 사연을 전했다.
박씨는 "이산가족 상봉에 대한 기대야 많다. 우리는 언제나 가족 상봉을 제일로 기대하고 있다"며 "가족은 이미 다 타계했을 것 같고, 고향이나 한번 방문할 수 있으면 여한이 없겠다. 늦게나마 가족들 소식이라도 들을 기회를 얻는 것 그것 뿐이다. 바라는 건 많지만 그게 다 이뤄질 수는 없는 것이지 않은가"라고 토로했다.
평안남도 강서군에서 남쪽으로 내려온 김건철(89)씨는 "어머니가 고생하다 세상을 떠나셨을 것이다. 이북 가족 생각하면 너무 슬프다. 나는 여기와서 잘 살지만…"이라며 "1950년도 6월25일 전쟁이 나서 그 해 12월에 아버지와 월남했다. 어머니 동생들은 다 두고 왔다. 그 때 당시에는 임시로 잠깐 피신한다 생각했지 이렇게 될 줄 알았으면 다 왔을 것"이라고 회상했다.
김씨는 "친동생들, 어머니도 다 돌아가신 것으로 안다. 한민족인데 국토가 분열되고 민족이 한 70년 분단 돼서 오가지도 못하고 하는 비극이다. 결과적으로 통일만 되면 좋겠다"며 "나도 나이가 90이 다 돼 간다. 이제 얼마나 살겠는가. 그럼에도 국가적으로 생각해서 통일돼야 한다"고 말했다.
실향민 2세대인 김영선(69·여)씨는 "아버님은 원래 이북에서 교편생활을 하시다가 해방 후에 월남하셨다. 이북에 형님이 계시고 조카들이 있었을 것이다. 함경북도 학성군 학성면 옥천동이 고향이셨다. 어머님은 한국전쟁 2년 전에 월남했다. 함경도 쌍포에 있는 공장에서 일을 하셨었다고 했었다"며 "아버님은 큰 아버님을 뵙고 싶어하셨고, 어머님은 이모님을 뵙고 싶어하셨다"고 소개했다.
김씨는 "저는 2세대인데 어르신들이 생전에 말씀하신 가슴 아픈 기억을 가지고 있다. 우리 친할머님이 돌아가시면서 그렇게 찾던 분이 고모님이었다. 저는 그런 환경을 보고 자랐다. 친할머님이 이북에 있는 따님을 부르시고 그리워하시면서 돌아가셨다"며 "이런 기억을 토대로 남북회담이 이뤄지는 것은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반면 이산가족 상봉 가능성을 비관적으로 보는 실향민도 있었다.
평안북도 영변에서 피난 온 김인철(69)씨는 "현재로 봐서는 기대고 뭐고, 희망이 오히려 더 절벽이라고 생각한다"며 "이산가족 소리만 나오면 북한과 대화가 안 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평화라는 이름으로 대화를 하지 인권이나 인도주의적으로 이산가족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게 없는 것 같다"고 비관했다.
김씨는 "지금까지 70년 가까이 가족을 못 만나고 그 사람이 살았는지 죽었는지도 모르는데 정부에서 하나도 진전시킨 게 없다"며 "전 정부 때는 남북교류가 단절돼서 전혀 그런 게 없었고, 새 정부도 처음에는 이산 가족 문제를 거론하다가 올해 1월부터는 이산가족 얘기를 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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