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기사/뉴스 '황금빛', 그런데 도대체 아버지 천호진은 무슨 죄일까
1,666 25
2017.11.20 20:32
1,666 25



20171120102318588ayro.jpg


‘황금빛’ 천호진, 죄인이 된 흙수저 아버지의 현실

[엔터미디어=정덕현] “나 힘들어서 그래. 비참해서 그래.” 그 누구에게도 꺼내놓지 못했던 자신의 심경을 서태수(천호진)는 친구에게 털어놨다. 그토록 많은 일들이 그에게 벌어졌지만 겉으로 드러내지 않고 속으로만 꾹꾹 눌러 담던 그였다. 아마도 그 비참한 마음을 털어놓을 수 있는 건 친구가 유일했을 게다. 세상 어느 아버지가 ‘힘들다’는 말을 가족 앞에 함부로 털어놓을까.

KBS 주말드라마 <황금빛 내 인생>에서 이 모든 사단을 만든 건 두 엄마들이다. 서지수(서은수)가 말했듯, 자신 대신 딸을 바꿔치기해 서지안(신혜선)을 재벌가로 보낸 양미정(김혜옥)의 잘못이 크지만, 그 이전에 그의 어린 시절 자신을 잃어버린 노명희(나영희)의 잘못이 더 크다. 그 일이 없었다면 지금 같은 일들 자체가 벌어지지 않았을 것이니.

그래서 이 재벌가와 서민가의 부모들은 모두 딸들을 잃었다. 서지안은 모든 걸 포기해버렸다. 그토록 자존심 강하던 그는 자신이 그 순간 배경에 눈이 멀어 오래도록 자신을 키워준 부모를 떠나는 선택을 했다는 자신을 용서할 수가 없다. 그래서 부모를 떠난 그는 그런 자신을 죽이고 싶었고, 죽지 못하자 자신에게 벌을 주며 살아가고 있었다.

20171120102318742koml.jpg


서지수도 부모들을 떠났다. 자신을 친딸처럼 키워줬던 서태수와 양미정을 떠나 친부모의 집으로 들어갔지만 그렇다고 그가 친부모의 가족이 된 건 아니었다. 그 집에서 서지수는 완전한 이방인으로서 그들을 대했다. 그들과 섞이는 것 자체를 거부하는 그는 지금 친부모에게 속 깊숙이 사라지지 않는 분노를 자기 방식으로 쏟아내는 중이다.

두 엄마들이 만들어낸 지옥 같은 현실이지만, 이 드라마에서 가장 안쓰럽고 불쌍한 인물은 다름 아닌 서지안의 아버지 서태수다. 그는 이 드라마에서 죄 없는 가장일 뿐이지만, 어찌 보면 가장 고통스런 시간을 보내고 있다. 한때는 중소기업의 사장으로 가족들을 든든히 지지하는 아버지였지만, 사업이 망한 후 그걸 숨기며 지방을 전전하면서 공사장 인부로 일하던 그였다.

어린 서지수를 거둔 것도 잃은 자식 때문이 아니었다. 그냥 놔두면 안 될 것 같아서 자식으로 거둬 친 딸처럼 키워냈다. 자신이 친딸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되기까지 서지수는 자신이 서태수의 딸이라는 사실을 의심해본 적이 없을 정도였다. 그만큼 살뜰히 서지수를 아껴왔다는 얘기다.

20171120102318853lyko.jpg


하지만 사업이 기울고, 현실적으로 집안에 도움이 되지 못한다는 사실 하나는 이 아버지를 죄인으로 만들었다. ‘흙수저’라는 딱지가 붙고, 딸 서지안이 그토록 총명하고 능력이 있어도 죽어라 노력한 정규직을 낙하산으로 들어온 금수저가 떡 하니 차지해버리는 세상이다. 그래도 가지 말라고 딸을 붙잡았지만 결국 떠나버린 서지안을 보며 그는 얼마나 절망했을까.

아들 서지태(이태성)가 결혼 따위는 하지 않으려는 이유가 형편이 되지 않는 집안 때문이라는 사실을 알았을 때도 그 현실에 절망했을 게다. 사업이 망하고 하루아침에 무능한 아버지라는 낙인이 찍혀 자식들 앞길을 열어주지 못하는 가장의 답답함은 자신이 공사판에서 허리가 부러지도록 일을 해도 가시지 않았을 게다.

그래서 아내 양미정이 딸을 바꿔치기하는 그런 범죄까지 저지르게 된 상황 또한 서태수라는 가장은 온전히 ‘자신의 잘못’으로 받아들이는 모양이다. 집으로 돌아오지 않는 서지안을 찾기 위해 길거리를 전전하고, 서지안을 마지막으로 만났던 서지수를 찾아와 기껏 들은 얘기가 “때렸다”는 말을 들으면서도 그는 화를 내지 않았다. 서지안도 서지수도 모두 그에게는 딸이기에 그 상처들을 이 아버지는 모두 받아내는 모습이다.

20171120102318969ptrs.jpg



서태수라는 아버지를 보면 우리 시대의 아버지의 모습이 얼마나 달라졌는가를 실감하게 된다. 가족드라마들은 언젠가부터 달라진 아버지상을 보여 왔다. 전작이었던 <아버지가 이상해>의 변한수를 떠올려보라. 그 역시 아픔을 속으로 삭이고 가족에 헌신하며 기꺼이 가족을 위해 누군가에게 무릎을 꿇는 아버지였다.

<황금빛 내 인생>의 아버지 서태수의 처지는 더 참담하고 비참하다. 그가 친구의 전화 한 통에 힘들고 비참함을 토로하는 대목이 특히 아프게 다가오는 건 이 가장은 그런 이야기를 할 수 있는 대상조차 친구 이외에는 없다는 현실 때문이다. 과연 가진 것 없다는 것이 이토록 큰 죄가 되는 걸까. 도대체 이 아버지에게 무슨 죄가 있을까.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KBS]

관련 키워드 관련 키워드




목록 스크랩 (0)
댓글 25
댓글 더 보기
새 댓글 확인하기

번호 카테고리 제목 날짜 조회
이벤트 공지 [🩵아이깨끗해 x 더쿠🩵] 휴가 필수품 어프어프 디자인 보냉백&비치백 굿즈 구성! <아이깨끗해x어프어프 썸머 에디션> 체험 이벤트 503 06.10 29,779
공지 공지접기 기능 개선안내 [📢4월 1일 부로 공지 접힘 기능의 공지 읽음 여부 저장방식이 변경되어서 새로 읽어줘야 접힙니다.📢] 23.11.01 4,265,606
공지 비밀번호 초기화 관련 안내 23.06.25 5,009,587
공지 ◤더쿠 이용 규칙◢ 20.04.29 21,452,165
공지 성별관련 공지 (언급금지단어 필수!! 확인) 16.05.21 22,679,908
공지 정보 더쿠 모바일에서 유튜브 링크 올릴때 주의할 점 747 21.08.23 3,828,133
공지 정보 나는 더쿠에서 움짤을 한 번이라도 올려본 적이 있다 🙋‍♀️ 222 20.09.29 2,720,545
공지 팁/유용/추천 더쿠에 쉽게 동영상을 올려보자 ! 3380 20.05.17 3,394,803
공지 팁/유용/추천 슬기로운 더쿠생활 : 더쿠 이용팁 3963 20.04.30 3,964,969
공지 팁/유용/추천 스퀘어 공지 (스퀘어 저격판 사용 무통보 차단 주의) 1236 18.08.31 8,365,718
모든 공지 확인하기()
2430034 기사/뉴스 더현대서울 '팝업'으로 수백억 쓸어 담더니…'깜짝 행보' 12:35 203
2430033 이슈 과거 미국 남부에서 흑인 범죄자를 대하던 방식.jpg [잔인주의] 8 12:33 535
2430032 이슈 오늘자 푸바오 중국 기사 사진 14 12:32 939
2430031 유머 방송국 경호원님과 인사하는 최유정 짤의 진실 12:32 421
2430030 유머 선재 등신대 들고가는 팬 영상 본 변우석 19 12:32 988
2430029 이슈 오늘 개봉한 <인사이드아웃2> 에그지수 7 12:32 495
2430028 이슈 [천우희] 교복 입은 천우희도 보고 완전 럭키비키잖앙~ (히어로) 12:31 125
2430027 이슈 헬스 8년차인 운동인플루언서에게 달린 댓글들 14 12:31 1,062
2430026 이슈 인피니트 팬미팅 '무한대집회' 공식사진 투샷 모음 2 12:30 202
2430025 이슈 아디다스 오리지널스 공계에 올라온 CLOT Gazelle ft.블랙핑크 제니 영상 12:30 146
2430024 이슈 최종커플 당일 고백해서 사귄 연프 커플 근황.jpg 2 12:30 1,178
2430023 기사/뉴스 SSG 김광현, 야구 꿈나무를 위한 ‘KK 드림업 프로젝트’ 진행...유소년 선수 481명 초청 3 12:29 94
2430022 이슈 요즘 남돌 팬싸 요약 44 12:29 1,506
2430021 이슈 Ena드라마 크래시 오수진 작가 인터뷰 1 12:29 272
2430020 유머 사는거 다 똑같다 2 12:28 331
2430019 이슈 기분좋은 오늘 푸바오jpg 48 12:26 1,713
2430018 이슈 방금뜬 회사 자컨에서 송강이 밝힌 군제대 후에 가장 하고 싶은 일 12:25 787
2430017 이슈 [MLB] 무키 베츠 싹쓸이 2루타 (feat 킹받는 세레머니) 3 12:24 255
2430016 기사/뉴스 (오전에 있던 지진) 전북 부안 지진에 전국에서 흔들림 신고 이어져…벽 금가기도 3 12:23 1,181
2430015 유머 아들 때문에 쌍욕 나올 뻔했다는 샘해밍턴.jpg 31 12:22 3,1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