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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취업도 알바도 ‘대학간판’ 있어야…갈 곳 없는 ‘고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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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3.02 0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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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실업 한파 속 더 추운 저학력 구직자
http://img.theqoo.net/AeCzH

“한국에선 대학에 꼭 가야 하는 것 같아요.” 군입대를 앞둔 이모(20)씨는 최근 한 영어 동호회에 나갔다가 이런 생각이 절로 났다고 한다. 각자 소개를 하는데 또래 중에 대학에 가지 않은 사람이 자신밖에 없었던 것이다. 나이를 밝히자 동호회 사람들은 대뜸 “대학생이냐”, “어느 대학에 다니냐”고 물었다. 이씨는 “아무렇지 않게 던지는 말에 위축되곤 한다”며 “직장인이라고 하기도 뭐해서 공부한다고 둘러대곤 한다”며 씁쓸해했다.이씨는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중소기업 여러 곳에 지원했지만 모두 고배를 마신 후 아르바이트를 전전하면서 영어공부를 하고 있다.

군대 문제도 골칫거리다. 이씨는 “군대 안 간 고졸이 할 수 있는 일은 알바밖에 없다”며 “(주위에서) ‘대학졸업장 별거없다’고들 하지만 현실은 달랐다”고 말했다. 그는 “내가 사장이더라도 대학 나온 사람이 깔렸는데 고졸을 뽑고 싶진 않을 것 같다”고 한숨을 지었다.

역대급 청년실업난 속에 고졸 청년들이 맞닥뜨리는 현실은 더욱 암담하다. 번듯한 일자리는커녕 아르바이트 자리도 대학생들에게 밀리는 일이 다반사다. 이 때문에 저학력 구직자의 일자리는 질과 양 모두 열악하다. 청년실업과 사교육비 문제, 저출산 등 얽히고설킨 구조적인 문제와도 직결된 이들을 위한 대책마련이 시급한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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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대학은 가야···”

아직까지 대한민국에서는 ‘그래도 대학은 나와야’란 인식이 강하다. 지난해 교사단체인 좋은교사운동이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소속 학부모 회원 229명을 상대로 대한민국에서 사회인으로 살아가기 위해 필수적인 학력은 어느 정도인지를 조사한 결과 ‘대졸’이라고 응답한 사람이 150명(65.5%)으로 월등히 많았고 ‘고졸’ 76명(33.2%), ‘중졸’ 2명(0.9%) 등이 뒤를 이었다. 사교육 문제를 심각하게 생각하는 학부모들조차 상당수가 대학까지는 나와야 사회생활에 어려움이 없다고 본 것이다.

http://img.theqoo.net/qGAhb

이 같은 사회의 인식이 ‘학력 인플레’를 부추기면서 대학 졸업장만 가지고는 부족해 ‘고스펙’을 갖추거나 석·박사학위를 딴 고급인력들이 넘쳐났다. 그만큼 취업 문턱과 경쟁률이 더 높아졌고 눈높이를 낮춘 고학력 취업준비생이 많아지고 있다.

한국고용정보원이 2015년 직장인 38만여명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 따르면 자신의 교육수준보다 낮은 업무수준에서 일한다고 응답한 비율이 22.2%에 달했다. 이 때문에 애먼 고졸 학력자들이 취업시장에서 유탄을 맞고 있다.

고용정보원의 최근 연구결과를 보면 20대 구직자 대비 취업자 비중은 ‘전문대졸’(74.9%)이 가장 높았고 ‘고졸 이하’(61.3%)가 가장 낮았다. ‘대졸 이상’은 68.8%였다. 구직에 필요한 시간도 고졸자가 가장 길었다. 1990년 27.1%였던 대학진학률이 2000년대 이후 매년 70% 안팎을 기록하고 있는 것도 이런 사회적 인식과 풍토 탓으로 풀이된다. 좋은교사운동 김진우 대표는 “대학생들에게 주는 국가장학금이 수조원에 달하지만 고졸자에 대한 정책은 미흡해 형평성이 떨어지고 있다”며 “고졸 구직자들이 질 낮은 일자리에 몰리면서 사회적 인식이 나빠지는 등 악순환이 되풀이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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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졸 취업률이 높아졌다고?

정부는 매년 고졸자 취업률이 높아지고 있다고 홍보하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얘기가 달라진다. 취업의 질을 따지지 않은 채 수치 포장에만 신경쓰고 있는 듯해서다.

더불어민주당 도종환 의원실 자료에 따르면 2013∼2015년 고졸자 취업률은 44.9%에서 47.3%로 2.4%포인트 증가했다. 그러나 4대 보험에 가입된 취업자의 비율은 30.4%에서 26.4%로 오히려 4%포인트 감소했다. 고졸자의 일자리 질이 나빠지고 있음을 뜻한다. 도 의원은 “정부가 고졸자 취업률 확대정책으로 취업률이란 숫자에만 목 매고 있는 것”이라며 “취업률이란 숫자의 함정에서 벗어나 근본적인 재설계가 필요하다”고 꼬집었다.
마이스터고나 특성화고가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지만 양질의 일자리를 구하기란 ‘바늘구멍’이다. 지난해 서울 구의역에서 스크린도어를 점검하다 사고를 당한 19세 김모군도 특성화고 출신의 고졸 취업자여서 논란이 적지 않았다. 지난해 10월 실시된 부산 특성화고·마이스터고 현장실습 공동대책위원회 조사에서 학생 4017명 중 1221명(30.3%)이 실습을 중도에 포기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들 학생은 포기 사유로 노동조건 열악과 장래성 없음, 전공 불일치 등을 들었다.

서울 인덕공고 교사 이강은(43)씨는 “고졸 학력으로도 자기 삶을 살아갈 수 있는 교육시스템이 마련돼야 한다”며 “현장에선 정권에 따라 정책이 바뀌는 것이 아니라 계속적이고 통합적인 직업교육 체계가 시급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http://img.theqoo.net/qDaqY



◆“보다 현실적 해법 필요해”

이와 관련해 ‘입대 휴직 제도’나 ‘고졸 쿼터제’ 등 근본적인 해결책이 마련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고교 졸업 후 2012년 지방의 한 기업에 입사한 뒤 ‘사내 1호 군 휴직자’로 군복무를 마친 뒤에도 계속해 일을 하고 있는 이모(24)씨는 바람직한 사례로 꼽힌다. 지난해 결혼한 이씨는 “아무래도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없다면 기업 입장에서 고졸자들을 뽑는 데 부담이 갈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고용정보원 박상현 연구위원은 “박근혜정부 들어와서 고졸채용 활성화 정책이 다소 둔화됐다는 지적이 많다”며 “과거 은행 등에서 상징적인 의미로 고졸자들을 많이 뽑을 때 ‘역차별이다’, ‘계약직 양산한다’ 등의 비판도 있었지만 가시적인 효과가 컸다”고 말했다. 이어 “청년 취업이 늦어져 결혼과 출산도 늦어지는 등 복합적인 문제가 생기는 만큼 다방면에서 세제 혜택을 주거나 공익요원을 줄이고 산업기능요원을 확대하는 등 현실적 해법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이창수 기자 winteroc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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