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기사/뉴스 [칼럼] 대통령이 일할수록 나라가 나빠져서야
3,689 11
2024.05.22 14:02
3,689 11

‘해외 직구 금지’ 논란을 보고 두 번 놀랐다. 경제통인 국무총리 주재로 14개 부처가 관련 회의를 20번 넘게 하고도 소비자 편익에 눈 감은 대책을 내놓은 데 놀랐고, 소비자들이 ‘직구 계엄령’이라며 반발하자 3일 만에 대책을 철회한 속도에 놀랐다. 처음부터 잘했어야 하지만 잘못했을 때 늦지 않게 멈추는 것도 실력이다.

만약 대통령이 국내 기업 보호와 소비자 안전을 위해 직구 금지 지시를 내렸다면 이렇게 빨리 철회할 수 있었을까. 대통령이 앞장서다 제때 제동이 안 걸려 국민 피해와 여당의 정치적 부담을 키운 사례가 적지 않아서 하는 말이다. 대통령실이 전담조직까지 두고 뒤늦게 올인한 부산엑스포 유치전이 그랬고 대통령의 수능 직전 킬러 문항 적폐 몰이가 그랬다. 부산엑스포는 사우디 대세론에도 “역전 가능하다”며 기업까지 동원해 열을 올리다 국력만 낭비하고 끝났다. 킬러 문항 배제 지시는 입시 혼란과 N수생 증가로 사교육비를 늘리고 시험 망친 학생들에게 ‘킬러 문항 지시 탓’이라 할 빌미만 줬다. 그 어떤 정책 헛발질도 연구개발(R&D) 예산 삭감과 의대 증원만큼 두고두고 나라를 골병들게 하지는 않을 것이다. 대통령이 과학기술계의 ‘이권 카르텔’을 겨냥해 “나눠먹기식 R&D는 제로베이스에서 재검토하라”고 지시한 때가 지난해 6월이다. 올해 R&D 예산은 33년 만에 뭉텅이로 잘려 나갔고, 카르텔에 끼지도 못하는 계약직 신진 연구자들만 줄줄이 일자리를 잃는 바람에 연구의 대가 끊겨버렸다. 지난 총선에서 충청권의 얼음장 민심을 확인한 후로는 다시 “성장의 토대인 R&D는 예비 타당성 조사를 폐지하라”는 지시다. 깜깜이 예산으로 카르텔들 나눠 먹기 하라는 뜻인가


일을 저질러 놓고 수습도 못하기는 “2000명은 그냥 나온 숫자가 아니”라며 대통령이 밀어붙인 의대 증원도 마찬가지다. 최근 의대 증원을 허용한 법원 결정에 대해 ‘정부의 승리’라고 하지만 그건 전공의들이 복귀할 때나 할 수 있는 얘기다. 전공의가 안 돌아오면 전문의, 공보의, 군의관 배출에도 줄줄이 차질이 생긴다. 필수의료 지방의료부터 죽어 나가고 전공의가 없어 수련병원들 도산하면 병원과 거래하던 제약회사 장비업체 약국 식당들을 포함한 주변 생태계까지 망가질 것이다.

전공의 협박과 설득에 실패한 정부가 새로 내놓은 대책이 외국 의사 도입이다. 원래는 외국 의사가 국내에서 환자를 보려면 정부가 지정한 38개국 159개 의대 출신에 한해 해당 국가 의사 면허를 딴 뒤 우리나라 의사면허 예비시험과 국가고시를 통과해야 하는데 한시적으로 국적 대학 따지지 않고 의사 면허만 있으면 받아준다는 것이다. 한국말 하는 외국 의사도 드물겠지만 원가도 안 쳐주는 필수의료 하겠다고 들어올 의사가 몇이나 되겠나. 온다고 해도 문제다. 힘 있는 사람들은 정부가 최고 등급을 준 지역 대학병원도 못 미더워 서울 병원 명의를 찾으면서 서민들에겐 최소한의 안전장치도 건너뛴 의사들에게 몸을 맡기라는 건가.

대통령이 주도한 정책들은 ‘미스터리’로 회자된다. 누구에게 무슨 말을 들었기에 부산엑스포 급발진을 하고 R&D 카르텔, 킬러 문항, 의대 증원 2000명을 밀어붙이는지 그때마다 비선을 점치는 뒷말들이 무성했다. 정책적 맥락과 근거도 모호한 즉흥적 지시라도 참모나 장관들이 ‘격노’를 무릅쓰고 반대하거나 ‘플랜B’를 준비하는 경우는 드물다. 오히려 킬러 문항 논란엔 “대통령은 입시 전문가”, 의대 증원엔 “의사 파업 시 전세기 띄워 환자를 해외로 보낸다”며 지시 사항을 정당화하기 바쁘다. 대통령이 엉뚱한 곳에 활을 쏘면 그에 맞춰 과녁을 그려주는 일이 반복되다 보니 탈이 나고 지지율도 떨어지는 것이다.


https://naver.me/xDjljlkk

목록 스크랩 (0)
댓글 11
댓글 더 보기
새 댓글 확인하기

번호 카테고리 제목 날짜 조회
이벤트 공지 [💛프리메라 X 더쿠💛] 비타민C + 레티놀의 혁신적인 결합! #투명모공세럼 <비타티놀 세럼> 체험 이벤트 409 06.03 13,529
공지 공지접기 기능 개선안내 [📢4월 1일 부로 공지 접힘 기능의 공지 읽음 여부 저장방식이 변경되어서 새로 읽어줘야 접힙니다.📢] 23.11.01 4,135,751
공지 비밀번호 초기화 관련 안내 23.06.25 4,839,227
공지 ◤더쿠 이용 규칙◢ 20.04.29 21,304,628
공지 성별관련 공지 (언급금지단어 필수!! 확인) 16.05.21 22,487,132
공지 정보 더쿠 모바일에서 유튜브 링크 올릴때 주의할 점 746 21.08.23 3,768,887
공지 정보 나는 더쿠에서 움짤을 한 번이라도 올려본 적이 있다 🙋‍♀️ 221 20.09.29 2,629,609
공지 팁/유용/추천 더쿠에 쉽게 동영상을 올려보자 ! 3377 20.05.17 3,336,581
공지 팁/유용/추천 슬기로운 더쿠생활 : 더쿠 이용팁 3962 20.04.30 3,902,576
공지 팁/유용/추천 스퀘어 공지 (스퀘어 저격판 사용 무통보 차단 주의) 1236 18.08.31 8,287,361
모든 공지 확인하기()
2425587 이슈 대북 확성기 재개한다니 대남 풍선 살포 중단 담화문 발표한 북한 02:25 36
2425586 유머 닛몰캐쉬 컨설팅해주는 일반인 6 02:20 467
2425585 유머 인프제 집돌이에게 가장 순수하고 잔혹한질문 4 02:09 912
2425584 이슈 [KBL🏀] LG 이재도 ↔️ 소노 전성현/LG 이관희 ↔️ DB 두경민 트레이드 11 02:09 323
2425583 이슈 인스타에서 최근 추가한 것으로 보이는 기능 26 02:07 1,565
2425582 이슈 대한민국 다큐 역사상 레전드 엔딩.gif 3 02:06 818
2425581 이슈 2016년 일본 그 자체인 노래 4 02:02 522
2425580 이슈 펫샵 장난감 판매하다가 생산 중단 결정한 다이소 28 01:59 3,172
2425579 유머 진짜 아무것도 안 깔고 생라이브한 이달소 출신 이브 6 01:58 333
2425578 이슈 11년 전 오늘 발매된_ "겉절이보이" 6 01:55 494
2425577 이슈 서양에서 논란되고 있는 영국 총리 폭탄 발언.jpg 82 01:54 4,322
2425576 팁/유용/추천 덕질용 또는 커뮤용으로 쓰면 좋을 것 같은 캡쳐짤 모음 2 01:52 987
2425575 이슈 충격의 리뷰 요청 사항...jpg 37 01:45 3,047
2425574 이슈 현충일 이후 큰일난 이유..jpg 12 01:42 2,873
2425573 유머 홍콩반점 점바점 많은 이유 24 01:42 2,452
2425572 이슈 10년 전 오늘 발매♬ 시오노야 사야카 'Like a flower' 01:38 162
2425571 정보 케플러 정규앨범 <Kep1going On> 초동 1일차 종료 4 01:36 900
2425570 이슈 북한의 대한민국 표기 근황.jpg 45 01:34 3,403
2425569 유머 카카오톡 업데이트 (feat.선재업고튀어) 10 01:30 1,326
2425568 이슈 아이바오네 수컷 판다들🐼 23 01:30 1,6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