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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뉴스 비평지 미디어스 칼럼 '사람들은 민희진의 ‘무엇’에 열광하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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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5.22 1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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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체 비평지 미디어스

[미디어스=윤광은 칼럼]  

https://www.mediaus.co.kr/news/articleView.html?idxno=308821

 

분쟁의 쟁점은 배임과 경영권의 향배, 주주 간 계약이지만 상법을 모르면 이해하기 어렵고 딱딱한 주제다. 초반 여론은 자신을 밀어준 회사의 은혜도 모르는 사람이라고 민희진을 욕하며 사태를 단순화해 소비했다. 

 

민희진이 한 일을 요약하자면, 분쟁의 서사 구도를 각색하고 선역과 악역을 재배치해 생생하게 스토리텔링한 것이다. 선과 악, 도덕주의로 구성된 단순하고 고전적인 권선징악의 서사를 제시하며 선역과 도덕성의 자리를 차지했다. 민희진이 기자회견에서부터 지금까지 언론을 통해 제기한 모든 토픽은 하이브를 공공의 빌런으로 재현하기 위한 것이고 하이브의 죄악을 심판해 달라고 여론에 호소하고 있다. 멀티 레이블의 다양성, 랜덤 포카 같은 상술에 대한 비판, 17일 제기된 앨범 밀어내기 이슈까지, 쌍방 분쟁에 직접 관계는 없지만 어찌됐건 도덕적으로 추궁할 수 있는 공적 주제들이 모두 그를 위해 소환된 것이다일반인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직관적인 화제와 아이돌 팬덤이 전문가처럼 떠들 수 있는 떡밥을 던져 리젠의 뇌관에 불을 댕겼다. 민 씨는 여자/엄마/직장인/예술가를 자처하며 사람들이 몰입할 수 있는 약자/피해자의 포지션을 점유했고, 하이브는 정확히 그 정체성들의 대립 항에 있는 강자/가해자라고 고발당했다.

 

이 과정은 자신의 감정을 적나라하게 표출하는 모노드라마로 연행되었다. 울고 웃고 화내고 욕하고 부르짖는, 통상적 기자회견에서 상상조차 못 할 압도적인 감정의 홍수에 휩쓸려 저 화제들은 다중의 눈과 귀에 들이닥쳤다. 이건 사실은 사람들에게 익숙한 포맷의 퍼포먼스였다. 전형적인 인터넷 방송 감성이다. 아프리카 BJ들의 방송이 저런 식으로 진행된다. 카메라 앞에서 울고 화내고 욕하고 소리 지르고 남을 디스한다. 그런 화끈한 정동의 엑기스가 텐션 도파민으로 소비된다. 인터넷 포맷의 방송에 익숙한 젊은 세대에게는 그런 광경을 격식 있는 자리에서 목도하는 것이 굉장히 새로우면서도 익숙하고 그래서 신기한 경험이었을 것 같다. 반면 그 경험에 익숙하지 않은 세대에게는 그저 파격 혹은 일탈로 보였을 것이다. 민희진은 동시대 사람들의 지배적 코드, 특히 젊은 인터넷 다중의 코드에 맞춤형으로 호소했다.

 

정말로 위험한 건 이 과정이 책임 없는 주체들에 대한 징벌로 수행된다는 것이다. 민희진의 입에서 뉴진스와 아일릿, 르세라핌이 불려 나왔고, 그들은 민 씨와 방 씨의 "내 새끼"들로서 선역과 악역에 포함됐다. 아일릿의 뉴진스 카피, 뉴진스의 데뷔가 르세라핌보다 밀린 일화는 이 케이팝 콩쥐팥쥐 동화의 중심 사건이며, 민희진이 그 서사를 성립시키기 위해 전략적으로 폭로한 비화다

 

내 억울함은 날 합리화하는 절대적 명분이 되고, ‘내 새끼와 남의 새끼는 나의 생존주의에 도덕적 정당성을 주는 구도가 된다. 욕먹을 이유가 있는 사람한텐 어떤 행동을 퍼부어도 상관이 없다는 믿음 또한 실행된다. 생존주의와 응보론, 대결을 위해 수단화된 이념, 군중의 폭력성 이런 것들이 기자회견에 대한 열광 뒤편에서 사람들의 사회적 자아와 강렬하게 공명하며 재생산된다. 지금껏 민희진 현상을 분석하는 많은 논평이 나왔지만, 이 점을 캐묻고 돌아보는 의견은 못 봤다. 언론과 식자들이 이 사건을 결국엔 연예가 가십의 일환으로 보며 폐해를 가볍게 여긴다는 증거일 수도 있지만, 그 안에 우리 사회의 코드가 숨어 있다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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