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제주로 이주한지 14년이 됐어요.
처음 이주했을 때 ‘토로’라는 나이든 대형견과 함께 살았어요. 예능 프로그램에서 ‘상근이’로 알려진 ‘그레이트 피레니즈’ 종이었어요.
4살 때 파양되어 제가 구조해서 키우게 된 강아지인데, 토로와 다니면 37kg 정도 되는 큰 개인데도 동네 어르신들이 예쁘다며 아는 척을 해주곤 했어요.
토로가 무지개다리를 건너고 얼마 뒤에 주차장에서 아기 강아지 ‘소금이’를 구조해서 지금까지 같이 살고 있어요.
‘진도믹스’인 소금이는 아마 제주도의 수많은 시골 방치견이나 학대견 중에 하나였겠죠.
토로와 소금이를 반려하는 동안 반려견 문화가 바뀐 것도 있고 바뀌지 않은 것도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몇 년 전만 해도 “개 삽니다. 작은 개, 큰 개”라며 동네를 돌아다니는 개장수 트럭을 보는 게 쉬웠어요. 며칠 전까지 묶여 있던 개가 사라지기도 했고요.
“아기 강아지 오일장에서 사와서 먹이다가 크면 팔아서 스웨터 새로 사 입고 장 보러 갔다”며 동네 어르신들끼리 이야기를 나누시는 것을 들은 적도 있어요. “개는 3년 이상 키우는거 아니다”라는 이야기도 듣기도 했고요.
지금도 여전히 1m 줄에 묶인 개들도 많고, 그냥 밤 되면 마음대로 나가서 놀으라고 죽든지 말든지 풀어놓는 주인도 여전히 많아요.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개 목줄하고 산책시키는 강아지 보호자들이 많아졌어요.
산책하는 진도들도 많고요. 개를 데리고 여행오는 사람들도 많고, 개랑 이주해온 사람들도 많고요.
얼마 전에도 제주 항구에 묶여 있던 ‘진도믹스견’을 구조해서 반려하는 지인이랑 이런 얘기를 나눴어요.
그 항구에 오랜만에 갔는데 또 다른 개가 그 자리에 묶여있더라는 거예요. 근데 그런 개들을 우리가 다 구할 수는 없잖아요.
그래서 얘기를 했죠.
“우리가 진도믹스견을 깔끔하게 한 뒤 예쁘게 매일매일 산책시키고 잘 키우는 걸 자꾸 보여줘야, 이런 개들도 이렇게 소중하고 예쁘게 키우는 거구나 할 것”이라고요.
말티즈처럼 소중하게 키우는 걸 보여줘야 사람들이 알게 된다고요. 미미한 일처럼 느껴진다고 해도요.
모든 것이 10년 전에 비하면 그렇게 조금씩 바뀌어온 게 아닐까요.
출처 https://m.khan.co.kr/national/national-general/article/202405161548001/?utm_source=twitter&utm_medium=social&utm_campaign=khan
한국의 진도와 믹스견들 보호자들과 함께 항상 행복하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