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 회장은 16일(한국시간) 태국 방콕에서 열린 제34회 AFC 총회에서 단독 출마해 투표 없이 집행위원으로 선출됐다. 각종 대회 개최지 선정 등 AFC 최고 의결 기구인 집행위원회는 회장 1명과 부회장 5명, FIFA(국제축구연맹) 평의회 위원 6명, 집행위원 18명 등 30명으로 구성된다. 공석이 된 동아시아 지역 할당 집행위원으로 선출된 정 회장은 2027년까지 임기를 이어간다.
정 회장은 지난 2017년 5월 FIFA 평의회 위원으로 뽑혀 2년간 활동한 바 있다. 2019년 재선에 실패한 정 회장은 지난해 2월엔 AFC 총회 평의회 위원 선거에서도 낙선하면서 국제 축구 외교 무대에서 한동안 한 발 물러나 있었다. 이번에 AFC 집행위원으로 꼽히면서 5년 만에 국제 축구 외교 무대에 복귀했다.
축구팬들의 시선은 싸늘하기만 하다. 한국이 국제 축구 외교 무대에 돌아온 사실은 고무적이지만, 정 회장의 이번 집행위원 당선이 축구협회장 4선 도전을 위한 포석이라는 분석이 나오기 때문이다.
축구협회 등의 체육단체장은 대한체육회 정관상 3연임부터는 스포츠공정위원회 심의를 통과해야 지원 자격을 갖는다. 다만 국제 스포츠 단체 임원이 되면 공정위 승인을 받을 명분을 갖춘다. 축구협회장 3선째인 정 회장은 지난 2월 4선에 도전하겠느냐는 질의에 “2018년 축구협회장 임기를 3연임으로 제한하기로 정관을 바꾼 적이 있으나, 대한체육회와 문화체육관광부에서 이를 승인하지 않았다. 그걸로 대답을 갈음하겠다”고 답했다. 4연임에 도전하겠다는 목표를 우회적으로 전한 셈이다.
‘정몽규 체제’에서 한국 축구는 몰락했다. 선임 과정이 불투명했던 위르겐 클린스만 전 감독은 아시안컵 졸전 끝 준결승 탈락 이후 선수단 충돌 사태까지 불거져 경질됐다. 황선홍 감독이 A대표팀 겸직 논란 속에 이끈 올림픽 대표팀은 40년 만에 올림픽 진출이 좌절됐다. 다음 달 펼쳐질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을 앞두고 대표팀 감독 선임도 난항을 겪고 있는 등 한국 축구는 최근 악재가 끊이지 않고 있다. 축구팬들의 사퇴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전혀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책임을 피하기 급급한 정 회장이 AFC 집행위원으로 선출됐다는 소식에 분노는 더 커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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